김민재 영화배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학, 
2020년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배우부문 신스틸러상 수상 사진 빅펀치엔터테인먼트
김민재 영화배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학, 2020년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 배우부문 신스틸러상 수상 사진 빅펀치엔터테인먼트

“연기는 시대를 담는 거울이다. 연기자는 작품 속 이야기를 통해 동시대를 살고 있는 관객과 경험을 나눈다.”

올해 연기 생활 24년 차에 접어든 배우 김민재는 최근 인터뷰에서 연기자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정의했다. 김민재 배우는 최근 1068만 명 관객을 동원하며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첫 천만 영화 기록을 세운 ‘범죄도시 3’에서 주인공인 배우 마동석(마석도 형사)의 동료 경찰(김만재 형사)로 출연했다. 2014년 영화 ‘베테랑’, 같은 해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에 이어 세 번째 천만 관객 영화다. 지금까지 국내 제작 영화 중 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21편뿐이다.

2000년 연극 ‘관광지대’로 데뷔한 김민재 배우는 지금까지 약 60여 편의 영화와 20여 편의 드라마에 출연, 감초 같은 조연 연기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최근 ‘흥행작에 김민재 배우가 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왕성한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민재 배우는 올해 2월 종영한 디즈니 제작 드라마 ‘카지노’에서 배우 최민식(최무식)과 국내 도박장 동업자(안치영) 역할로 나와 주목받았고, 지난 7월 종영한 디즈니 제작 드라마 ‘형사록 2’에서는 배우 이성민과 함께 강력계 형사로 출연해 찰떡 호흡을 맞췄다. 이성민 배우와는 20여 년 전 무명 시절 대구의 한 연극 극단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인연이 있다. 최근에는 송강호 배우의 첫 드라마 작품인 ‘삼식이 삼촌’에 캐스팅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화 ‘범죄도시 3’에 출연한 김민재(왼쪽에서 세 번째) 배우. 사진 빅펀치엔터테인먼트
영화 ‘범죄도시 3’에 출연한 김민재(왼쪽에서 세 번째) 배우. 사진 빅펀치엔터테인먼트

최근 ‘범죄도시 3’ 흥행으로 세 번째 천만 영화 기록을 세웠다. 흥행작들의 공통점은.
“흥행한 작품들을 보면 영화의 이야기에서 대중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있다. 이런 흥행작들은 대중이 가질 수 있는 어떤 두려움을 웃음으로 건강하게 해소해주는 역할을 해줬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범죄도시 3’ 같은 경우,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무거운 내용의 범죄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두렵고 긴장되는 순간마다 유머러스하게 이야기 전개를 잘 끌고 갔다는 특성이 있다. 마동석 선배의 연기를 보면 진지함과 유머의 밸런스(균형)가 있다.” 

후속작인 ‘범죄도시 4’에도 출연한다고.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범죄도시 3’과 ‘범죄도시 4’ 촬영을 모두 마친 상태다. 내부적으로 시사회를 마쳤는데 ‘범죄도시 3’보다 반응이 더 좋았다. 범죄도시 4에는 이동휘 배우와 김무열 배우가 악역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내년에 개봉하는데,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들과 호흡을 많이 맞췄다. 
“최근 호흡을 맞춘 최민식 선배, 이성민 선배, 송강호 선배, 마동석 선배 모두 공통점이 있다. 상대 배우와 교류가 된다는 점이다. 대사에 대한 티키타카(tiqui-taca)보다는 순간순간 뿜어져 나오는 어떤 의지라든지, 상대에게 주고자 하는 어떤 느낌이라든지 그런 게 연기를 하면서 전달이 되고 교류가 된다는 것을 느꼈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사람이다. 작품의 이야기에 대한 가치도 고려하는데, 결국에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감독이나 배우가 사람과 세상에 대해 애정이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본다. 진정성이란 어떤 절박한 마음을 뜻한다. 뛰어난 사람들끼리 모였다고 작품이 잘 나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투자를 많이 받았다고 좋은 작품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절박하지만 삶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는 인간적인 모습들이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에게서 뿜어져 나올 때 작품에 투영되고,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는 것 같다.” 

올해 연기 생활 24년 차다. 연기란 무엇인가.
“연기란 허구이지만 진실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연기자는 누군가의 아픔이나 고통을 ‘나’로 치환해야 한다. 연기는 어떤 상황을 창조해서 보여주는 건데, 연기를 통해서 관객은 어떤 이야기를 경험하고, 일상에선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20대 때, 연기를 해도 만족스럽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내가 작품 속 이야기에서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못 본 상태에서 연기를 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배우가 직접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주는 게 아니라 배우의 연기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과 유사한 상황에서 겪는 이야기를 보면서 스스로가 의미를 찾게끔 하는 게 연기라고 생각한다.”

작품 속 이야기는 어떤 특성이 있나.
“작품 속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 속성이 있다. 사랑, 모험, 구조가 그것이다. 특히 구조 속성의 이야기는 상업적 영화로 제작이 많이 된다. 아버지가 납치된 딸을 구하러 가는 이야기, 재난 상황에서의 구조 이야기, 범죄로부터 피해자 구제가 대표적이다. 영화 ‘괴물’은 아버지가 괴물에게 붙잡힌 딸을 구하러 가는 이야기다. 영화 ‘추격자’도 포주가 창녀를 구하러 가는 이야기고, 범죄도시 시리즈도 악인으로부터의 구조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 특성이 있다.”

무명 시절이 길었다.
“극단 ‘간다’에서 20대부터 쭉 연극을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생들이 만든 극단인데 생긴 지 20년이 넘었다. 진선규 배우, 이희준 배우, 김재연 배우 등 지금은 유명한 배우들과 이 극단에서 함께 연기를 했다. 무명 시절인 2007년에는 영화 ‘밀양’에서 단역을 맡았었는데, 당시 이성민 선배와 함께 출연했었다. 주연이었던 송강호 선배와는 최근 ‘삼식이 삼촌’이라는 작품을 통해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17편의 영화에서 형사 역할을 맡았다. 경찰 전문 배우로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했다.
“내가 형사 전문 배우라서 맡은 건 절대 아니다. 시대적 상황이 작품 속 이야기에 많이 반영된 거다. 경찰이 등장해야 하는 이야기들이 사회적으로 많이 생기면서 형사 배역이 늘어난 것이다. 기자 역할도 해봤고 경찰 말고 다른 역할도 많이 해봤다. 무슨 전문 배우라는 프레임에 맞춰서 이야기하면 배우의 역할이 좁아진다고 본다.”

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가족 이야기나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을 하고 싶다. 영화 산업이나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도 하고 싶다.”

할리우드 진출 계획은 없나.
“해외에서 제의들이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도전을 해보고 싶다.”

문화 사업도 하고 있다고.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에 ‘크라예술학교’를 설립해 문화 사업도 하고 있다. 예술을 활용한 놀이를 통해 예술 창작의 활동 기회를 지역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연기하고 싶은 후배 배우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나 공간을 제공해주기 위해 정부 지원과 외부 투자를 받고 사비를 털어 330㎡(약 100평) 규모의 대지에 학교를 세웠다. 상업적 성격의 극단은 수익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배우와 관객 간 소통이라는 예술의 본질에 집중하게 만들고 싶었다. 크라예술학교에선 상업적 투자자가 없다. 오직 배우와 관객 두 주체가 상호 소통하도록 하고 있다. 공연이 끝나면 배우들이 관객들과 이야기를 하도록 한 이유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