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이건 
미국 샌프란시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 버클리) 경제학 박사, 현 미국 노동통계국 데이터 사용 자문위원, 
전 ICF 인터내셔널 컨설턴트 사진 테드 이건
테드 이건 미국 샌프란시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 버클리) 경제학 박사, 현 미국 노동통계국 데이터 사용 자문위원, 전 ICF 인터내셔널 컨설턴트 사진 테드 이건

8월 10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공공사업위원회(CPUC)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심야 시간에만 한정됐던 무인 로보택시 영업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했다. 2016년 시범 운행을 시작한 지 꼭 7년 만이다. 지난 30년간 트위터(현 X)·우버·에어비앤비 등 빅테크를 배출하며 인근 실리콘밸리와 혁신의 요람으로 떠올랐던 샌프란시스코는 자율주행 산업에서도 앞서나가는 도시가 됐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는 제너럴모터스(GM) 크루즈 로보택시 최대 150대와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 로보택시 250대가 24시간 운전자, 안전 요원 없이 운행되고 있다. 자율주행 택시가 응급차를 막아 환자가 숨지는 등 부작용은 있지만, 이번 규제 완화는 샌프란시스코에 어떤 의미일까. 최근 샌프란시스코는 인구 감소, 상권 위축, 기업 이탈, 마약 범죄 급증, 노숙인 증가 등으로 ‘제2의 디트로이트’라는 별칭이 붙었다. 1950년 185만 명에서 65만 명으로 인구가 감소해 러스트 벨트(rust belt·낡은 공업지대)의 대명사가 된 디트로이트처럼 쇠락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2006~2017년 미국에 투자된 글로벌 벤처캐피털 자금의 40%가 몰렸던 혁신의 상징 샌프란시스코가 기로에 선 것이다.

늦은 밤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남자가 무인 로보택시를 타고 귀가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늦은 밤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남자가 무인 로보택시를 타고 귀가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하지만 테드 이건(Ted Egan) 샌프란시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샌프란시스코의 무인 로보택시 전면 허용은 이 도시가 아직 혁신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위축된 도시 기능이 회복 중이라며 둠 루프(doom loop·파멸의 고리)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8월 23일 샌프란시스코에 새로 오픈한 이케아 매장. 사진 로이터연합
8월 23일 샌프란시스코에 새로 오픈한 이케아 매장. 사진 로이터연합

샌프란시스코의 무인 로보택시 24시간 영업은 어떤 의미가 있나.
“(자율주행 산업의 발달을 보면) 샌프란시스코는 여전히 혁신과 발전의 상징이다. 인공지능(AI) 같은 첨단산업이 샌프란시스코에 새로 둥지를 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현재는 무인 로보택시가 안전 문제로 논란이 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욱 저렴하고 빠른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샌프란시스코가 쇠락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상황은.
“코로나19 이전에 호황이었던 샌프란시스코 경제는 미국 대도시 중 가장 크게 팬데믹의 타격을 입은 상태다. 그동안 두 가지 주요 변화가 있었다. 첫째, 하늘길이 막히면서 그간 샌프란시스코 인구 증가 폭의 큰 비율을 차지하던 이민자 유입이 줄었다. 둘째,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도입하면서 거주 인구도 줄었다.”

팬데믹 영향이 유독 샌프란시스코에서 크게 나타난 배경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샌프란시스코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는 다른 대도시보다 엄격하고 길었다. 둘째로 재택근무 전환율이 가장 높았던 산업인 테크 기업의 비중이 높은 것이 문제가 됐다. 마지막으로 샌프란시스코는 다른 대도시보다 외국인 대상 관광업이 더욱 발달해서 (국제선 비행편 감소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재택근무 확대로 샌프란시스코 외곽으로 이주한 사람이 늘어난 건가.
“그렇다. 사람들이 사무실에 주 1~2회 나오게 되면서 회사와 아주 가까운 곳에 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샌프란시스코 근로자들이 샌프란시스코만(San Francisco Bay) 주변 지역들로 많이 이주했다. 나도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일하지만 작년에 차로 한 시간 10분 떨어진 데이비스(Davis)로 이주해 주거 비용을 많이 아꼈다.” 

인구 감소는 도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 아닌가.
“2020년과 2021년에 샌프란시스코는 대도시 중 가장 큰 인구 감소 폭을 보였다. 인구 감소는 주택 가격 하락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경제에 좋지 않다. 하지만 2022년 인구 감소 폭이 줄었다.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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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샌프란시스코 인구는 2020년 87만 명, 2021년 81만5000명, 2022년 80만8000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전년 대비 감소율은 2021년 6%에서 2022년 0.8%로 대폭 줄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집값이 너무 높은 게 인구 유출 원인 아닌가.
“맞다. 예전부터 샌프란시스코의 매력은 주거 비용이 높은 만큼 그것을 상쇄하는 도시 인프라와 높은 임금이 주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도시에서 더욱 저렴한 주거 비용에 비슷한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이 샌프란시스코에 남을 유인이 부족해졌다. 희망적인 사실은 최근 3년간 집값이 꽤 내려왔다는 것이다. 시 정부가 집값 대책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 계획도 있다.”


하지만 집값 인상으로 노숙자가 늘어 80만 인구 도시의 노숙자가 8000여 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높은 재산 범죄 비율과 펜타닐(마약) 사망률 급증도 경제에 영향이 있나.
“범죄율 문제와 마약 문제는 시에서 항상 촉각을 세우고 바라보는 관심사다. 이러한 문제들은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들어 관광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문제들은 팬데믹 이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경기 침체의 본질적인 원인으로 보긴 어렵지만 점점 그 중요성과 영향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팬데믹으로 영향을 받은 관광산업을 다시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샌프란시스코는 주변에 요세미티국립공원과 나파밸리 등 주요 관광 거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관광지로서 유리하다. 실제로 현재 관광산업 직업 수와 호텔 예약률이 다시 올라가고 있다. 한 가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사람들의 인식’이다. 샌프란시스코를 재미있고 안전한 곳으로 느끼는 관광객도 많은데, 최근 미디어에 올라오는 자극적인 영상들은 도심의 소수 절도 범죄 등을 조명하며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Plus Point

마약중독자·노숙자 서성이는 샌프란시스코, ‘둠 루프’에 갇힐까
〈doom loop·파멸의 고리〉

샌프란시스코는 올해 2분기 역대 최고 사무실 공실률인 28.3%를 기록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부터 황폐화된 거리와 마약 중독자들이 돌아다니는 사진들이 온라인에 퍼졌고, 일각에선 샌프란시스코가 파멸을 향한 악순환을 의미하는 ‘둠 루프(doom loop·파멸의 고리)’에 진입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샌프란시스코시 당국에서 2023년 5월에 내놓은 정기 보고서에 따르면 둠 루프가 현실이 될 가능성을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테크 인력들이 타 주의 정보기술(IT) 허브, 예를 들어 텍사스 오스틴 등으로 대거 유출될 경우고, 둘째는 재정 부족을 겪고 있는 도시의 철도 회사들이 서비스를 축소해 인구 유입이 더욱 줄어들 경우며, 셋째는 팬데믹으로 인한 세수 감소를 메꾸기 위해 세금을 높일 경우고, 넷째는 다운타운 상권이 아예 황폐화될 경우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경제 상황은 서서히 좋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 당국이 상정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샌프란시스코의 현재 실업률은 3%로 전미 평균보다 훨씬 낮으며, 상권 매출도 증가 추세에 있다. 테드 이건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이전에 샌프란시스코가 인구 밀집으로 겪었던 주택 부족, 사무실 부족, 교통 체증 등의 문제도 더 이상 없다”면서 “높았던 인구 감소율도 주춤하고 있어, 인구 저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