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미술대학 출신인 이예린 쏘아 대표는 프리랜서 미술 강사로 일하던 2017년 우연히 떠난 동유럽 여행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수채화를 그리는 ‘그림 버스킹’을 진행했는데, 밑그림만 그려주면 초보자도 곧잘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귀국 직후 수채화를 쉽게 그릴 수 있는 제품을 구상했다. 을지로에 1년간 거주하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2018년 ‘소울팔레트’를 만들었다. 소울팔레트는 일반적인 그리기 키트(kit)와 달리 밑그림 종이 여백에 수채화 물감 15종을 담아놔 따로 팔레트를 구비할 필요가 없다. 또 ‘물붓’을 사용해 물통이 없어도 된다. 제품을 만든 뒤에는 지방자치단체와 미술관 등을 찾아다니며 홍보했다. 처음에는 문전박대를 당했지만 조금씩 성과가 났다. 지자체 및 공공기관 50여 곳과 계약을 맺었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6월 창업했다. 최근에는 사업성을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2023 예술 분야 초기 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센터는 예술 유통 활성화와 예술 기업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기관이다. 이예린 대표를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 쏘아 본사에서 만났다.
왜 수채화를 선택했나.
“야외에서도 그릴 수 있는 그리기 키트를 만들고 싶었다. 아크릴은 물감이 걸쭉하고 잘 풀어지지 않아 그림을 완성하려면 많은 양이 필요하다. 건조되면 고무처럼 굳어서 물감 용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수채화 물감은 적은 양으로도 많이 그릴 수 있고, 굳은 뒤에도 물을 묻히면 다시 쓸 수 있다.”
소울팔레트 개발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종이를 고르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너무 얇으면 물에 닿기만 해도 종이가 우그러질 수 있다. 거칠어야 수채화 색감을 잘 살릴 수 있다. 60종이 넘는 종이를 구입해 수채화를 그려보면서 적합한 종이를 찾았다. 밑그림 종이 여백에 물감을 찍어 담는 일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수작업으로 물감을 일일이 찍었다. 하지만 2020년 한국조폐공사가 운영하는 청년 예술가 지원 프로젝트에 참여한 뒤 공사의 지원을 받아 반자동 기계를 제작했다. 현재는 한 시간에 200개가량 생산하고 있다.”
판로 뚫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지역 축제를 주관하는 구청이나 군청, 시청을 찾아가 제품을 홍보했다. 문전박대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절반 정도는 협업 제안에 응했다. 현재까지 김포문화재단, 경기문화재단 등 공공기관 약 50곳에 소울팔레트를 공급했다. 지금은 핫트랙스나 텐바이텐, KT&G 상상마당, 와디즈, 교보문고 등에서 제품을 살 수 있다.”
앞으로 계획은.
“현재 사진을 수채화로 전환해 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작가가 밑그림을 직접 그릴 필요가 없어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고객에게 더욱 다양한 예술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제작 방식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회사명 쏘아(SOA)
본사 서울 강서구
설립 연도 2022년 6월
창업자 이예린
주요 사업 드로잉·컬러링 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