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원 메디인테크 대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서울대 바이오엔지니어링
협동과정 박사, 전 서울대 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전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이치원 메디인테크 대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서울대 바이오엔지니어링 협동과정 박사, 전 서울대 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전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내시경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의료기기다. 내시경 검진 횟수는 국내에서만 연간 2000만 건에 달한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의료기기인 내시경을 거의 일본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와 대장 같은 소화기를 볼 수 있는 연성 내시경은 일본의 올림푸스, 후지필름, 펜탁스 세 회사가 95%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내시경은 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몸 안을 촬영하는 장비다. 카메라를 만들던 일본 기업들이 50여 년 전에 내시경 시장에 진출하며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고, 지금은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올림푸스의 시장 점유율이 70%를 웃돌 정도로 압도적인 강자다.

한국 의료진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의료기기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장비가 고장 나면 제때 수리를 받기가 어렵고, 한국 의료진이나 환자의 특성에 맞게 장비를 바꾸는 것도 힘들다. 현장 의료진이 의료기기 국산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내시경 국산화에 도전하는 국내 기업이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의 연구원 출신인 이치원 대표와 김명준 부대표가 만든 ‘메디인테크’가 그 주인공이다. 2020년 설립된 메디인테크는 순수 국내 기술로 연성 내시경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메디인테크는 2021년 서울대학교병원 등과 함께 95억원 규모의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에 선정됐고, 2022년에는 8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메디인테크 사무실에서 이치원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치원(왼쪽) 메디인테크 대표와 김명준 부대표가 최근 서울 종로구의 메디인테크 사무실에서 직접 개발한 연성 내시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이치원(왼쪽) 메디인테크 대표와 김명준 부대표가 최근 서울 종로구의 메디인테크 사무실에서 직접 개발한 연성 내시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메디인테크 내시경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일본 기업들이 만드는 기계식 내시경은 무게가 무겁고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게 어렵다. 기계식 내시경은 의사가 800g에 달하는 조작부를 직접 들고 엄지손가락으로 내시경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반면 우리가 만든 내시경은 조작부와 노브 등을 전동화하는 데 성공했다. 연성 내시경 전동화에 성공한 건 우리가 처음이다. 덕분에 내시경 무게가 절반 정도로 줄었고 의사가 직접 손으로 들고 모든 조작을 할 필요도 없어졌다.”

내시경을 전동화하면서 AI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해진 건가.
“AI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내시경 시스템은 장기 내부의 화면을 자동으로 보정해 의사가 병변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여기서 더 나아가 AI가 직접 병변을 발견해 의사에게 알려주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장기 전체를 삼차원 구조화해서 내시경을 하지 않고 지나간 블라인드 스팟이 어디인지도 알려주는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 내시경의 오진율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기술이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것과 같은 수준의 기술 혁신이다.”

기술 개발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안다. 언제쯤 제품을 출시하나.
“국내에서 개발한 연성 내시경으로는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2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제품 출시는 지금 당장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다만 의사들의 사용 편의성을 반영한 2차 제품을 다시 만들었고, 2차 제품은 올해 말에 식약처 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질적인 제품 판매는 내년에 진행하는 게 목표다.”


한국뿐만 아니라 내시경 시장은 매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마켓츠앤드마켓츠는 글로벌 내시경 장비 시장 규모를 2021년 273억4230만달러(약 36조644억원)에서 2026년 392억7600만달러(약 51조805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이 7.5%에 달한다. 건강검진 등을 통해 흔히 접하는 소화기 내시경 외에 복강경, 산부인과 내시경, 관절경, 비뇨기과 내시경 등 분야도 다양하다.


한국산 내시경이 역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겠다.
“이미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고, 소화기 내시경을 시작으로 연성 수술 로봇을 비롯한 다양한 의료기기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의 핵심 기술인 전동화와 AI를 접목하면 궁극적으로 원격 진료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의료기기도 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내 의료진과 협업은.
“제품 출시와 별개로 내년부터 서울대병원에서 대규모 임상에도 돌입한다. 서울대병원과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 사무실도 하남에서 이곳 대학로로 옮겼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직접 우리가 개발한 내시경을 써보면서 추가로 더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함께 이야기해 나갈 계획이다.”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하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연구개발을 위한 국고보조금은 물론 향후 시장 진출까지 고려해 인허가 컨설팅, 다양한 병원의 임상 자문단 위원 모집까지 도움을 받았다. 내시경은 100% 외국 제품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화가 절실했는데, 기존 외국산 제품과 특허 분쟁을 대비해 지식재산권 리스크를 분석하고, 대비하는 데도 도움을 받았다.”

내시경의 국산화가 필요한 이유는.
“한국 의사들의 실력은 이미 세계에서 최고다. 그런데 한국산 의료기기는 의사들의 실력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치료와 진단을 제공하려면 한국 의료진의 요구를 의료기기 회사가 맞춰야 하는데, 외국산 의료기기 회사는 소통이 어렵고 한국 시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지도 않는다. 일본산 내시경은 고장이 나도 수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한국 의료진이 제기하는 불편을 제품 개발에 제대로 반영해 주지 않기 때문에 한국산 내시경에 대한 현장의 기대가 크다. 의료기기 산업이 성장한다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의료진의 역량과 더불어 한국이 진정한 의료 선진국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Company Info

회사명 메디인테크
본사 서울 종로구
사업 의료기기
창업자 이치원
설립 연도 2020년
누적 투자 유치액 80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