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성 엠비디 대표
미국 렌슬러공대 화학생물공학 박사, 
전 삼성전기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구보성 엠비디 대표
미국 렌슬러공대 화학생물공학 박사, 전 삼성전기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암 환자가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치료 전에 예측하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발됐다. 국내 정밀 의료 혁신 기업 엠비디는 암 환자의 세포 조직을 체외에서 삼차원 배양한 뒤 세기와 분량이 각각 다르게 방사선을 쬐어 치료 효과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방사선 치료 효과 예측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가운데 두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예측하는 방사선 감수성 진단 키트 개발 사업은 5월 범부처 전 주기 의료 기기 연구개발 사업 10대 대표 과제로 선정됐다. 최근 경기 수원시 광교 엠비디(MBD)에서 만난 구보성 대표는 “암 중에서도 특히 두경부암은 얼굴에 발생하므로 수술 후 환자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암이 진행돼 수술이 필요한 2기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방사선 치료 효과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장비를 개발해 품목허가용 확증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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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경부암은 무엇인가. 다양한 암 종류 중 두경부암 대상으로 기술을 개발한 이유는.
“두경부암은 머리에서 뇌와 눈을 제외한 모든 곳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코와 목·입안·후두·침샘·갑상샘(갑상선) 등에 발생한다. 병원에서는 환자의 나이나 암 진행 정도, 건강 상태에 따라 수술적 치료나 방사선 치료, 항암제 치료 같은 비수술적 치료를 한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에 따르면, 두경부암 환자의 생존율은 후두암 61%, 구강 인두암 68%, 입술암 91.4% 등으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암이 발생하는 부위가 얼굴인 만큼 수술 후 심미적인 문제로 환자의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고, 먹고 말하고 숨 쉬는 데 필요한 기능을 잃을 수 있다. 수술 부위에 따라 입을 다물지 못하거나 혀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호스에 의존해 호흡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수술을 포기하고 방사선 치료만 할 수도 없다. 환자마다 방사선 치료 효과와 부작용이 달라서다.”

엠비디에서 개발한 기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우리가 개발한 두경부암 방사선 감수성 진단 키트는 조직 검사 때 채취한 암세포를 인체 환경을 모방한 암 오가노이드(인공 미니 장기)로 만들고 각기 다른 양만큼 방사선을 조사한다. 이후 암 오가노이드의 반응을 관찰해 암 환자 개개인의 방사선 치료 효과를 예측한다. 이를 위해 암세포를 뿌리는 ‘미세 고속 분주 장치(ASFA spotter)’, 암세포를 암 오가노이드로 배양하는 플랫폼인 ‘셀비트로(Cellvitro)’, 방사선을 쬔 오가노이드 반응을 이미지로 분석하는 ‘이미지 형광 장치(ASFA scanner)’ 등을 개발했다. 또 최종적으로 ‘암 오가노이드 방사선 반응-임상 결과 매칭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별 환자의 방사선 치료 결과를 예측하는 ‘방사선 치료 반응 예측 알고리즘(CODRP)’도 자체 개발했다.”

이들 장비로 어떻게 방사선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가.
“먼저 환자의 암 조직에서 암세포를 추출하고, 암세포를 알지네이트나 매트레젤, 콜라겐 등과 섞어서 생체 액체를 만든다. 이를 미세 고속 분주 장치를 이용해 프린터가 종이에 잉크를 뿌려 인쇄하듯이 암세포를 일정한 간격으로 정량씩 필러 플레이트에 뿌린 뒤 배양한다. 암세포를 최대한 체내와 비슷한 환경에서 배양해 암 오가노이드를 만든다. 암 오가노이드가 암 환자를 대신하는 아바타인 셈이다. 이후 암 오가노이드에 각각 다른 선량으로 방사선을 조사한다.

그다음으로 암 오가노이드를 특수형광물질(Calcein AM)로 염색하면 살아 있는 암세포만 염색된다. 이것을 이미지 형광 장치로 분석해 이미지를 얻는다. 살아있는 암 오가노이드가 클수록 방사선에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사전 임상시험을 통해 이미 축적된 ‘암 오가노이드 방사선 반응-임상 결과 매칭 데이터’를 기준으로 분석 알고리즘을 활용해 해당 암 환자의 방사선 치료 반응을 예측한다. 해당 환자의 방사선 치료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치료 전에 예측할 수 있다. 두경부암의 경우, 방사선 감수성 검사의 예측 정확도가 85.7%에 이른다.

암세포가 성장하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이 모든 과정에 10~14일이 든다. 외래 환자가 다음 외래 방문까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환자 개인별 방사선 치료 효과를 미리 알면 의사가 그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국내외 병원이나 의료기관은 어디와 함께 협업하고 있는가.
“이전에 임상을 함께했던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국립암센터와 9월부터 확증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이들 병원에서 환자 검체를 채취하면, 제3 기관인 녹십자의료재단이 두경부암 방사선 감수성 진단 키트를 이용해 치료 효과를 정확하게 예측하는지 결과를 내는 방식이다. 2년 반가량 임상시험을 하고 6개월 동안 결과를 분석할 계획이다. 이르면 3년 뒤에는 국내 병원에서 우리가 개발한 두경부암 방사선 감수성 진단 키트가 상용화된다는 뜻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도 조직 샘플을 받아 결과를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확보한 두경부암 환자 데이터는 340건이 넘는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병원에서도 같은 탐색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다른 암도 ‘방사선 치료 효과 예측 플랫폼’으로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가.
“그렇다. 식도암과 직장암에 대해서도 방사선 감수성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있다. 두경부암과 마찬가지로 환자가 수술받았을 때 신체 기능을 잃어 삶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큰 병이기 때문이다. 원리는 조직 검사 때 채취한 세포를 키워 방사선을 각기 다르게 쬐고 결과를 분석하는 것으로 동일하다. 암 종류에 따라 진단 키트의 효율성이 다를 수 있다. 최대한 환자 데이터를 많이 쌓아 정확도를 높이려 한다. 식도암은 지금까지 약 150건 정도 수집했다. 두경부암보다 환자 수가 적어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올해 안에 식도암에 대한 방사선 감수성 진단 키트도 확증 임상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직장암에 대한 키트도 준비할 것이다.”

엠비디의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서비스를 병원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빨리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 시스템을 직접 국내외 병원에 제공하거나 거점 분석 랩에 공급해 환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마케팅할 계획이다. 또한 보험사와 연계해 환자의 비용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환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면 언젠가는 보험 급여의 의료 수가도 결정될 것이다. 환자들이 저렴하게 암 치료 효과를 예측해 볼 수 있는 맞춤형 암 치료를 받는 날이 오길 바란다.”

Company Info

회사명 엠비디(MBD·Medical & Bio Decision)
본사 경기도 수원시 광교
사업 체외 진단, CRO(임상시험수탁) 서비스
설립 연도 2015년
직원 수 32명
주 고객사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JW중외제약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