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피에르 하스우트 미르 사장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기계공학 박사, 
전 보쉬(Bosch) 부사장, 
전 SIT 컨트롤즈 미국 사장 사진 미르
장 피에르 하스우트 미르 사장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기계공학 박사, 전 보쉬(Bosch) 부사장, 전 SIT 컨트롤즈 미국 사장 사진 미르

“글로벌 자율 이동 로봇(AMR⋅AutoGuide Mobile Robots) 시장은 아직은 초기 단계로, 기업들이 시범사업을 통해 소규모 형태로 AMR을 사용하는 정도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이 핵심 생산 라인에도 AMR을 배치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글로벌 AMR 업체인 덴마크 미르(Mir)의 장 피에르 하스우트(Jean-Pierre Hathout) 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글로벌 AMR 시장 전망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미르는 2013년 5월 기업 내부 물류 작업 자동화 혁신을 위해 덴마크 오덴세에 설립된 AMR 업체다. 세계 1위 협동 로봇(직원들과 같은 작업 공간에서 일하도록 설계된 로봇) 업체인 덴마크 유니버설 로봇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닐스 줄 야콥센(Niels Jul Jacobsen)이 창업자다. 

미르는 사람 개입 없이도 카트를 자동으로 수거하고 견인할 수 있는 ‘무인 카트 견인 솔루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도요타(Toyota), 포드(Ford), 이케아(Ikea),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덴소(Denso),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 DHL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미르의 AMR을 이용하고 있다. 

미르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스페인, 독일 등 주요 국가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60개국에서 총 220개의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직원 수가 3명에 불과했지만, 2018년 4월, 반도체 후공정 검사 장비 세계 1위 기업인 테라다인(Teradyne)이 미르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가 붙었고 직원 수도 420명까지 늘었다. 테라다인은 2015년 유니버설 로봇을 인수, 로봇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테라다인은 협동 로봇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AMR 시장 영향력 확대를 위해 2022년 로봇 자회사인 오토가이드 모바일 로봇을 미르에 전격 합병시켰다. 

하스우트 사장은 “기업들이 훨씬 더 광범위한 규모로 자재 관리를 자동화함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AMR이 산업 현장에 배치될 것”이라며 “향후 몇 년간 매년 두 자릿수의 시장 성장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2030년 AMR 세계시장은 106억6000만달러(약 14조4123억원)로 2022년(30억8000만달러)의 3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글로벌 자동차 부품 회사인 ‘포르비아 포레시아’ 체코 공장 생산 라인에 배치된 미르 AMR. 사진 미르
글로벌 자동차 부품 회사인 ‘포르비아 포레시아’ 체코 공장 생산 라인에 배치된 미르 AMR. 사진 미르

AMR이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나.
“AMR의 주된 역할은 생산 라인부터 창고까지 자재 관리를 자동화하거나, 생산과정에서 자재 운송을 자동화하고 완제품을 생산 라인에서 물류 영역까지 이송하는 것이다. 고객들은 기본적으로 AMR을 이용해 운송 작업을 자동화하고 있다.”

AMR을 쓰면 어떤 점이 좋은가.
“AMR은 기업 내부의 운송과 관련된 단순 작업을 대신할 수 있고, 24시간 가동이 가능하다. 기업들이 내부 물류나 운송 작업을 위해 AMR을 도입하면 직원들의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직원들은 더 많은 시간을 다른 고부가가치 작업에 할애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AMR은 기업 내 근로조건 또한 개선할 수 있다. 로봇이 육체노동과 관련된 고단하고, 위험한 작업을 대신 수행함으로써 더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작업환경을 만들 수 있어서다. 한 연구에 따르면, 기술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생산성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 향상으로 기업이 성장하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 가능성 또한 커지게 된다.”

미르의 AMR은 어떤 강점이 있나.
“미르의 AMR은 두 개의 레이저 스캐너와 3D 카메라, 근접 센서 등을 탑재해 스스로 경로 탐색을 할 수 있고 장애물도 피해 갈 수 있다. 업무 공간에 대한 전체적 경로와 동적인 물체를 알고리즘으로 학습해 스스로 경로를 설정하며 안전하게 움직인다. 엘리베이터나 출입문도 탐색할 수 있기 때문에 다층 이동도 가능하다. 

미르의 AMR은 개방형 플랫폼으로 설계돼 있어, 고객사 업무에 맞게 AMR을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또 중앙집중식 AMR 제어 소프트웨어인 미르 플릿(MiR Fleet)을 이용하면 다른 자동화 솔루션에도 통합시킬 수 있다. 미르 플릿은 일종의 두뇌 역할을 하며, 최대 100대의 AMR을 제어할 수 있다.”

AMR 소프트웨어 개발 노력도 컸을 것 같다.
“그렇다. 효율적인 소프트웨어는 우수한 성능의 AMR을 실현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미르는 모든 로봇 제품군에 적용할 수 있고, 사용이 편리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는 수집된 로봇 데이터를 통해 최상의 경로 탐색과 주행 패턴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 또 다른 자동화 시스템과 상호 운용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인 미르 인사이트(MiR Insights)를 출시, 미르 AMR 제품군의 성능을 최적화하고, AMR 가동 중단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오토가이드 모바일 로봇과 합병했다. 향후 어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나.
“합병 이전에 미르는 최대 3000파운드(1350㎏)의 적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AMR을 만들었다. 오토가이드 모바일 로봇과 합병을 통해 기존보다 더 고하중의 적하물을 지원하는 AMR 제품 확대가 가능해졌다.”

AMR을 활용하면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곳에서도 무인 서빙이 가능해질 텐데.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미르 AMR은 산업용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아직 해당 분야에 우리 제품이 활용되지는 않고 있다.” 

AMR 시장 확대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AMR은 노동 활동을 대신하지만, 일자리를 대체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AMR 도입을 통해 완전 자동화로 전환할 수 있는 일자리는 많지 않다.”

2021년에 한국 지사를 세웠다.
“한국은 전자,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을 주도하는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다. 이러한 산업 분야는 미르의 AMR이 적용될 수 있는 핵심 영역이라고 판단했다.”

Company Info

회사명 미르(Mir)
본사 덴마크 오덴세
사업 자율 이동 로봇(AMR) 개발 및 제조
창업자 닐스 줄 야콥센(Niels Jul Jacobsen)
설립 연도 2013년
직원 수 420명
매출 7700만달러(2022년)

Plus Point

한국에 밀린 덴마크 조선 도시
오덴세, 로봇 클러스터로 변신

덴마크 오덴세는 로봇 클러스터로 변신에 성공한 도시다. 세계 1위 협동 로봇 업체 유니버설 로봇이 이곳에서 탄생했고, AMR 업체 미르도 오덴세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의 조선소가 있었던 오덴세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조선업으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한국 조선사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워 시장을 잠식하면서 덴마크 조선업은 내리막을 걸었다. 그 결과 2012년 머스크의 조선소가 문을 닫았고, 오덴세 지역 경제가 위기에 빠졌다. 

위기를 반전시킨 건 ‘로봇 클러스터’였다. 오덴세 클러스터는 30여 년 전 머스크가 로봇이 용접하는 첨단 조선소를 짓기 위해 오덴세 덴마크남부대(SDU)에 로봇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오덴세시(市)정부는 오덴세를 로봇 클러스터로 육성하기 위해 ‘오덴세 로보틱스’라는 전담 지원 조직을 만들어 각종 지원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160개의 로봇 기업이 모인 클러스터가 구축됐다. 최근 방한한 피터 라벡 율 오덴세 시장은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덴마크 국내총생산(GDP)의 1%를 차지하는 로봇 산업의 성장세를 오덴세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덴마크 GDP는 3954억달러(약 534조5808억원)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