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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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택 시장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물론 이런 추세는 경제 규모의 확대, 사회·문화적 수요 패턴의 변화, 도시 집중화 현상의 심화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하지만, 무엇보다 인구구조의 변화(저출산·고령화 현상) 및 가구 분화의 심화(1인 가구 내지 2인 가구의 급증)와 관계 깊다는 것이 시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와 관련 패러다임의 변화가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택 시장을 전망해 보자.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인구구조의 변화│
저출산·고령화

당장 지속적인 인구 감소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저출산율이 문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20~2070년, 중위 추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총인구는 2020년 5184만 명에서 향후 10년간 연평균 6만 명 내외로 감소함에 따라 2030년 5120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고, 결국 2070년에는 지난 1979년 수준의 인구인 3766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물론 이는 심각한 저출산율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2023년 예상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은 0.73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참고로 합계출산율 0.73명은 대체출산율(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 2.1명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만일 향후에도 지금처럼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지속된다면 이는 인구 급감으로 이어져 중장기 주택 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는 인구 고령화율 역시 골칫거리다. 앞선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경우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7% 이상 차지)로 진입한 이후, 2017년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14% 이상 차지)를 거쳐, 마침내 2025년부터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 차지)로 진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나날이 가속화되고 있는 고령화가 초저출산과 맞물리면서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급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전체 인구의 72.1%에서 2070년 46.1%로 감소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양질의 우량주택이 공급되더라도 이를 감당키는 어려워 보인다. 고령화율 역시 대한민국 중장기 주택 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시내 아파트. 사진 뉴스1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시내 아파트. 사진 뉴스1

가구 분화의 심화│
1인 가구 내지 2인 가구의 급증

가속화되고 있는 가구 분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인 가구 내지 2인 가구로의 분화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 장래가구추계(2020~2050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총가구는 2020년 2073만 가구에서 2039년 2387만 가구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40년부터 서서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050년(2285만 가구)의 가구 수는 2020년의 가구 수보다는 많을 것으로 예측됐다. 중장기적으로도 지속적인 주택공급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져할 부분은 1인 가구가 빠르게 분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2000년 226만 가구(전체 가구의 15.5%)에 불과했던 1인 가구의 경우 사회·문화적 변화의 흐름 속에 급속도의 분화 과정을 거치면서 2023년 현재 750만 가구(전체 가구의 34.5%)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더욱이 앞으로도 꾸준한 증가세가 예상되면서 2050년 39.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TV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인기리에 장기간 방영되고 있는 것도 1인 가구 급증 현상과 관련 깊어 보인다. 한편 2인 가구 역시 1인 가구의 분화만큼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부모와 자녀가 분리되고 있는 가운데 무자녀 부부 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통계청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인 가구의 비중은 2020년 28.0%에서 2050년 36.2%로 증가하는 반면, 3인 이상의 가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그렇다면 1인 가구 내지 2인 가구로의 분화가 중장기 주택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분화에 따른 가구 수의 증가로 주택 수요량이 동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가구 분화에 따른 주택 수요량 증가는 주택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신규 주택의 공급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주택 시장에 호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시 집중화 현상 심화│
직주 근접의 중요성 갈수록 확대

경제 규모가 커지고 가구 분화가 심화될수록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것을 선호하는 이른바 ‘도시 집중화 현상’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인구구조의 변화(인구 감소 및 저출산·고령화)와 가구의 분화(1인 가구 급증)는 인구의 도심 유입을 촉진시킬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직주 근접 선호 현상, 즉 경제활동에 유리한 직장 인근의 주거지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웃한 나라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도쿄 중심부에 위치한 도심은 인구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초고도로 개발됐던 반면, 신도시 등 외곽 지역은 점차 사람들이 살지 않는 베드타운 내지 유령도시로 전락한 지 오래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각종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총인구의 감소와 별개로 도시 집중화가 심화되면서 농촌은 도시로, 소도시는 광역도시로, 광역도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도시로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고도의 산업화 및 경제 규모의 확대로 소득수준(1인당 GDP)이 높아질 경우 설령 전체 인구수가 감소하더라도 도시 집중화 현상의 심화로 도심의 주택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중장기 관점에서 접근해 보면 단순한 주택의 양적 공급보다는 커뮤니티 시설을 두루 갖춘 질적 공급이 요구될 전망이다.

주택 다운사이징 확산│
양질의 소형 주택 수요 증가

어느덧 저성장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주택 시장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다. 소유보다는 임대를 선호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규모에서도 대형보다는 소형을 선호하는 다운사이징 경향이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 중장기 주택 시장 역시 20~30대를 중심으로 한 독립 가구와 나 홀로 노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주택의 소형화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이 밖에 출산율 감소, 독신 인구 증가, 이혼·만혼·졸혼 증가, 외국인 근로자 및 유학생 증가, 개인주의적 가치관 확산, 비정규직 및 아르바이트성 일자리 확산, 빈부 격차 심화, 산업화 및 도시화 지속 등이 소형 주택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전망이다. 

다만 주택의 다운사이징과 함께 다양성 및 개성화가 중요시되면서 기존의 획일적 대량 공급 방식에서 탈피해 양질의 맞춤식 소량 공급 방식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아울러 인구의 고령화로 개인의 건강 및 라이프사이클이 더욱 중요시되면서 주택의 공급 역시 웰빙과 기능성이 강화된 첨단 주거 형태로 변모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