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미국에 투자하고 열심히 일하는 가족들의 생활비를 낮춰주며, 세법을 더 공정하게 만들고 기후변화에 역사상 가장 큰 투자를 하는 ‘바이드노믹스’의 핵심적 부분이다.” IRA 발효 1주년을 맞이한 8월 16일(이하 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축하 연설을 하면서 자평한 대목 중 일부다. 2024년 재선 도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인베스팅 인 아메리카(미국에 투자하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IRA 법안과 같은 경제적 입법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에선 IRA가 향후 5년 동안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를 0.1%밖에 낮추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이번 법안의 결과로 일자리가 없어지고 정작 해결해야 할 인플레이션은 방치한다는 주장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근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나라가 자국 내 전략 산업을 키우기 위해 보조금 지급 같은 각종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학계에서 ‘산업 정책 부활의 시대’가 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은 여전하다. 그 가운데 세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경쟁적인 산업 정책과 보호무역 정책들이 지속될 수는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선진국들의 산업 정책은 오히려 시장 실패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정치적 동기에 의한 산업 정책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며 “실제로 산업 정책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면 지대 추구의 문을 열어 오히려 자원이 낭비되고, 비효율적이고 자격이 안 되는 생산자에게 보조금이 확대되는 현상이 관찰된다”는 게 필자의 설명이다. 필자는 “산업 정책의 경제학에 대한 최근 연구를 정치경제학에 대한 연구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면서 “진정한 성공적인 산업 정책의 핵심은 ‘정치’”라고 주장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월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EPA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월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EPA연합

‘산업 정책’에 대한 논의가 부활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정부는 경제구조에 영향을 미치려는 노력을 최소화했으나, 다시 산업 정책이 논의의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IJA), 반도체 칩과 과학법(칩스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중요한 산업 정책적 요소가 포함된 법안이 시행되고 있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미국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자국의 산업 기반을 보존하고 강화하고자 하는 다른 여러 국가도 이와 비슷한 조치를 취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점은 ‘과연 정부 주도의 노력이 복구되고 있다는 점을 환영해야 하는가’이다.

배리 아이켄그린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예일대 경제학 박사, 현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공공 부채의 방어’ 저자
배리 아이켄그린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경제학과 교수
예일대 경제학 박사, 현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공공 부채의 방어’ 저자

(정부 개입의) 산업 정책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미국 초대 재무부 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산업 정책을 통해 엘리트 계층의 이익을 대변했었고, 이보다 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660년대 (프랑스) 루이 14세 당시 초대 장관이었던 장 밥티스트 콜베르까지 언급될 정도로 훨씬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말에 들어서면서 산업 정책에 대한 선호도는 떨어졌다. 정부가 특정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시장경제에) 개입할 근거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 정책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증거 역시 부족하다.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면 지대 추구(기존의 부에서 자신의 몫을 늘리는 방법을 찾으면서도 새로운 부를 창출하지는 않는 활동)의 문을 열어 오히려 자원이 낭비되고, 비효율적이고 자격이 안 되는 생산자에게 보조금이 확대되는 현상이 관찰된다.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주제에 대해 재조명하고자 큰 노력을 기울이는 연구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과거에) 산업화의 ② 빅 푸시(big push) 이론이 정당성을 얻었는데, 이 이론에 따르면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길 경우, 상호 보완적인 산업의 동시 확장 상황을 적절히 조절하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한시적 보호를 통해 신흥 산업을 어느 정도 자립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특정 조건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밖에 혁신에 대한 동기와 기술 확산의 혜택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룬 지식재산권 제도하에서도 신기술 개발자가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경제 역사를 살펴보면 지난 19세기 산업화를 촉진하는 데는 정부 정책이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대공황 극복을 위한 뉴딜 정책을 실시했을 당시) 테네시 밸리 당국은 연방 정부의 지원이 중단된 후에도 지역의 제조업 고용을 지속적으로 장려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 방위산업 공장에 대한 투자가 어떻게 지역 고용을 영구적으로 증가시켰으며, 고임금 제조업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확대했는지를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이 밖에 최근의 연구들은 1970년대 한국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이 종료된 후에도 해당 산업이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역동적으로 경쟁력을 높인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미국 내부에서는 경제 발전에 대한 통제권을 시장에 위임하면 상당수의 인구나 지역들이 소외될 위험이 있다는 결론이 분명해진다. 물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두면 모든 배가 자동적으로 뜨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은 기본적인 경제학 상식이다. 하지만 이는 한동안 이념적 순수성(정치)이라는 미명하에 잊혔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동부 애팔래치아 같은 도시의 빈곤 집중도나 지속적인 인구 감소가 우리에게 강력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 서방의 지정학적 경쟁은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산업으로 간주되는 분야를 재도약시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정책적 근거를 마련해준다. 경제 이론과 국제법은 오랫동안 국가 안보와 관련한 자유무역에 대해 예외적 존재를 인정해 왔고, 중국과의 지속되는 긴장은 이 같은 사실을 매번 상기시켜 줬다.

그러나 어떤 분야가 공적 자금의 투입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는 문제가 남아있다. 여전히 지대 추구행위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어떤 산업이 국가 안보 예외에 대한 자격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논쟁의 여지가 남아있다. 정당한 산업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정책들은 어떠한 정치적 과정을 통해 보장되는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선 산업 정책의 경제학에 대한 최근 연구를 정치경제학에 대한 연구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선거 전략가 제임스 카빌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은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유용한 진언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진정한 성공적인 산업 정책의 핵심은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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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IRA(Inflation Reduction Act)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줄이기 위해 3690억달러(약 479조원)를 투자하고 대기업에 최소 15% 법인세 부과, 부자 증세 등으로 투자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법안으로 2022년 8월 발효됐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미국 학계에선 이 법안이 이름값을 못 할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지출은 수요를 진작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키울 수 있고, 법인세 인상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버논 스미스와 미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지낸 케빈 해싯 등 경제학자 230명은 이런 입장을 담은 서한을 최근 미국 상·하원 지도부에 보내는 등 강력한 경고를 하고 있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폴 로젠스타인 로댄이 정립한 이론으로, 빈곤의 악순환을 단절하기 위해 발전의 초기 단계에서는 개발 투자가 충분히 큰 양과 속도를 갖춰야만 한다는 주장이다. 오늘날에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연관 산업의 동시 발전을 꾀하는 대규모 투입과 원조를 의미한다.

지난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 진영에서 내걸었던 선거 운동 문구다. 당시 클린턴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선거 전략가 제임스 카빌이 고안했다. 클린턴 진영에서는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를 누르기 위한 선거 전략 중 하나로 미국이 겪고 있던 불황 문제를 꺼내면서 이 말을 사용했다. 클린턴의 승리로 끝난 대선 이후에도 미국 정계와 언론에서는 ‘경제’라는 단어만 바꾼 채 일종의 유행어처럼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