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트럭에 부착된 
i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타이어 내·외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사진 반프
자율주행 트럭에 부착된 i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타이어 내·외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사진 반프

“자율주행 트럭이 상용화되려면 타이어 안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의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 과실을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장시간 운전하며 물건을 운송하는 시대가 열리면 타이어를 교체하거나 공기를 주입하는 빈도가 잦아진다. 이 때문에 타이어 관리가 더욱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주행 안전·솔루션 개발 스타트업 반프(BANF)의 유성한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 학·석사 출신인 유 대표는 대학 입학 면접에서 전공을 선택한 이유로 ‘창업하기 좋은 학과’를 꼽을 만큼 어려서부터 창업을 꿈꿨다. 대학에서는 창업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회사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봤고, 석사 졸업 후 병역특례로 대기업에 들어간 뒤에도 틈틈이 창업하기 좋은 시장을 찾아다녔다. 그는 우연히 타이어를 제조하는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15%를 넘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타이어 시장에 관심을 가졌다. 그 후 업계 사람들을 만나며 이 분야에서 현재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무엇인지 조사했고,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타이어의 안전성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유 대표는 타이어 정보를 취합해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타이어의 공기압·마모도·적재량, 노면의 상황 등을 알면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후 창업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민관 협력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해외 업체와 기술을 구체화했고, 타이어 내부에 부착해 정보를 수집하는 제품 ‘i센서’를 개발했다.

2020년 12월 설립된 반프는 내년 상반기 타이어 안전관리 솔루션(solution)을 공식 출시하기 위해 제품 고도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국 파트너사가 생산하는 트럭의 타이어에 i센서를 부착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세종시에서도 프로브차량(도로 정보를 취합해 제삼자에게 제공하는 차량) 한 대에 i센서를 부착해 노면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유 대표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최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성한 반프 대표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 학·석사 사진 반프
유성한 반프 대표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 학·석사 사진 반프

타이어 업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특이하다.
“내가 강점을 가진 전자·데이터 분야와 관련이 있는 아이템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기업의 재무제표에 나오는 사업 개요를 읽으며 회사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버릇을 들였고, 그러던 중 타이어 기업이 눈에 들어왔다. 타이어 업계는 제조업 중에서 영업이익률이 높은 편에 속하지만 혁신을 많이 하는 분야는 아니다. 이 시장에서 성공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어 정보를 취합해 안전성을 높이자고 생각한 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기존 연구를 찾아보면서 전력·통신 등 이슈를 풀 방법을 구상했고, 업계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정보 목록도 구체화했다.”

i센서는 어떤 정보를 취합할 수 있나.
“우리 제품은 타이어 내부에 부착된 i센서가 차체에 설치된 스마트 프로파일러에 통신을 보내고 수신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i센서는 크게 타이어 내부 정보와 외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내부 정보로는 타이어 사전 안전 정보와 마모도, 휠 얼라인먼트(타이어 정렬 상태), 외부 정보로는 아스팔트 과열 여부나 포트홀(pothole·도로에 움푹 파인 구멍) 깊이, 노면의 미끄러움 등을 취합한다. 이런 정보들이 있으면 사고 방지는 물론 연비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어디까지 개발이 됐나.
“1단계로 휠 얼라인먼트와 도로 상태까지 측정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2단계로 타이어 손상 사전 감지와 타이어 마모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제품을 고도화하고, 3단계에서는 차량의 새시(chassis·자동차의 차체를 뺀 동력 전달·조향·제동장치 및 프레임)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할 생각이다.

외부 정보를 활용한 기술은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세종시에서 운영하는 ‘자율협력주행 및 차세대지능형교통체계(C-ITS)’ 시범 단지에서 도로 노면 이상 정보를 측정하는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지난 7월 이 기술이 C-ITS 서비스 공모전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으면서 이뤄낸 성과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에도 업체 등록이 완료됐다. 향후 네옴시티 주변을 돌아다니는 차량에 i센서를 활용할 계획이다.”

수익 구조는 어떻게 되나.
“아직은 개발 단계라서 고객사에 i센서로 확보한 정보를 무료로 주고 있다. 내년 1월 CES에서 서비스를 공식 출시한 뒤에는 반프의 서비스를 구독하는 고객사에 i센서로 취합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i센서가 부착된 차량 1대당 매달 구독료를 받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비용을 저렴하게 부과하고, 3단계까지 개발되면 구독료를 높일 계획이다.”

어떤 시장을 공략하고 있나.
“최종 고객을 물류 트럭 회사와 자율주행 트럭 회사로 잡고 있다. 미국의 트럭킹(내륙 화물운송) 시장 규모가 1500조원이고, 타이어 시장 규모는 55조원이다. 시장이 큰 만큼 자율주행 트럭 회사들도 대부분 미국에 있다. 반프는 미국 시장을 먼저 공략한 뒤 유럽과 인도로 사업을 확장할 생각이다. 올해 9월 알리바바가 주최한 글로벌 스타트업 콘테스트에서 혁신상을 탄 후 자율주행 트럭 회사에서 협업 제안이 많이 오고 있다.”

고객사는 어디인가.
“사명을 언급할 수 없지만 세계적인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자율주행 트럭 회사를 비롯해 트럭 제조사, 타이어 제조사 등 유형이 다양하다. 타이어 안전을 관리하는 일이 워낙 중요하다 보니 스타트업인데도 많은 협업 제안을 받았다. 고객사의 요청에 맞춰 i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투자 유치 실적은.
“현재 누적 투자 유치금을 65억원 이상 확보했다. 작년 9월 프리 시리즈 A1 라운드에서 45억원을 유치했고, 프리 시리즈 A2 라운드에서 20억원을 추가 유치했다. A1 라운드는 위벤처스, L&S벤처캐피탈, 대덕벤처파트너스 등이 참여했고, A2 라운드는 하나증권과 기업은행 등이 참여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글로벌 자율주행 체계에서 타이어 안전이라는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시장에 안착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과 인도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내년 1월에는 i센서를 상용차 회사에 납품하고, 내후년까지 1~3단계 개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창업가에게 조언한다면.
“시장의 수요를 고민하지 않고 기술을 만들면 대박이 날 것이라는 환상에 젖어있는 기업이 많다. 이런 환상에서 벗어나 서비스를 원하는 시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국내 시장이 작다면 바로 해외에 진출해 성공한 뒤 국내로 진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서비스 성격에 맞는 시장을 선택해 공략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Company Info

회사명 반프
본사 서울시 강남구
사업 타이어 프로파일 데이터 분석 및 서비스
창업자 유성한
설립 연도 2020년
누적 투자 유치액 67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