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빅딜’을 꼽자면 오스템임플란트를 빼놓을 수 없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UCK파트너스가 손잡고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99%를 인수한 것이다. 창업자 최규옥 회장의 보유 주식을 사들인 데 이어 소액 주주들의 지분까지 공개 매수하며 2조40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영권 매각은 최 회장과 MBK파트너스·UCK파트너스 모두 ‘윈윈’하는 M&A 사례를 만들어 냈다. 최 회장은 지분 매각 대금 2740억원을 손에 넣었고, 그 돈으로 반도체 장비 업체 주성엔지니어링 지분에 투자하며 새 출발을 알렸다.
이 같은 성공적인 빅딜 뒤에는 법무법인 광장의 문호준(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가 있었다. 문 변호사는 공개 매수를 통한 경영권 인수라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방식의 M&A를 자문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JV) 설립도 그의 작품이다. 이 딜은 문 변호사에게 ‘아시아 리걸 어워즈 2023’ 두 개 부문의 상을 안겨줬다. 최근 서울 중구 법무법인 광장 본사에서 문 변호사와 이승환(36기) 변호사를 만났다. 이 변호사는 GS리테일의 ‘요기요’ 지분 인수, MBK파트너스의 롯데카드 인수, 효성의 효성캐피탈 매각, 칼라일그룹의 ADT캡스 인수 및 매각을 자문한 베테랑이다.
오스템임플란트 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이승환 “일반 주주들에게 최대 주주와 같은 프리미엄을 주고 공개 매수를 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공개 매수 시작 전 행동주의 펀드 KCGI(강성부 펀드)가 들어가서 목소리를 내고 있었기 때문에 소액 주주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강 대표도 공개 매수의 취지와 투자의 정당성에 공감하고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의사 결정을 해줬다.”
요즘 M&A 시장은 어떤가. 바이아웃(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후 기업 가치를 높인 후 다시 매각하는 것)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지 궁금하다.
문호준 “올해 경제가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회복)’의 양상을 띨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아직 그런 상황이 아니지 않나. 그렇다고 해서 M&A 대상이 될 만한 영업력을 갖춘 회사가 시장에 나오지도 않는다. 그러니 매각을 고려하더라도 ‘아직은 버틸 만하니 굳이 몸값을 낮춰서 팔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버티는 곳이 대부분이다. 인수하려는 쪽과 매각하려는 쪽의 눈높이가 많이 다른 것이다. 다만 이차전지, 반도체, 바이오 분야에서는 대기업 등 전략적투자자(SI)를 중심으로 M&A와 합작법인 설립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투자 수익을 내려는 목적보다는 추진 중인 사업을 위해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판로를 개척하겠다는 목적이 크다. 미래를 확신할 순 없어도 일단 투자를 하고 좀 지켜보려는 경우가 많다.”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도 있나. 요즘 기업공개(IPO)도 안 되고 엑시트할 길이 막혀서 유상증자밖엔 답이 없다던데.
문호준 “대기업 등 SI들은 여전히 신약 개발사에 계속 투자하려 한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을 좋게 보는 시각이 많다.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대부분 의대에 진학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모두 의사가 되는 건 아니다. 적성과 관계없이 점수 맞춰 학과를 택했다면, 바이오 기업 등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재 풀이 훌륭하다 보니 바이오산업도 유망한 것이다.”
보통 인수 주체가 SI일 때와 재무적투자자(FI)일 때 어떤 차이가 있나.
문호준 “SI들은 대체로 디테일한 숫자엔 큰 관심이 없다. 대부분 이미 잘 아는 사업을 인수하는 것이고 자기 회사와 시너지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반면 FI들은 사업에 대해 새롭게 연구하면서 인수하다 보니 더 조심스럽고, 숫자를 민감하게 볼 수밖에 없다. 펀드 출자자(LP)들에게 보고할 때 숫자로 모든 걸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SI와 FI가 손잡고 경영권을 인수했는데 나중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법정 공방을 벌이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경우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문호준 “보통 피인수 기업이 잘되면 별문제가 없고 잘 안되면 분쟁이 생긴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분쟁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주주 간 계약에는 대체로 상황이 안 좋아질 경우 누가 책임을 지느냐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FI는 대부분 정해진 기한 내에 엑시트를 못 하면 상대방에 뭔가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상황이 안 좋으면 어떻게든 SI에서 뭔가 받아내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M&A 시 인수자가 차입 매수(LBO·Leveraged Buy Out) 방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률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나.
이승환 “피인수 기업의 자산을 인수 금융의 담보로 제공하면 안 된다는 것에 대해선 큰 틀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적어도 그 부분은 명확하게 정리된 것 같다. 그 외의 경우엔 절차를 준수해서 합병하면 배임이라고 평가될 위험이 크지 않다. 다만 투자금이 굉장히 적은 예외적 상황에선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무자본 M&A 가능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뜻). 자체적으로 인수 금융을 조달해 회사를 산 뒤 현금 배당이나 유상 감자 등으로 현금을 빼내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분배형 LBO)도 그 자체로는 문제 삼기 어렵다. 다만 공정한 가액보다 높은 가격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거나 하면 배임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법원은 개별 사안에 대해 판단하기 때문에, 판례가 나왔다고 해서 LBO에 관한 논란이 완전히 불식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분배형 LBO의 경우, 배당이나 감자를 통해 얻은 현금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가 적법성을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을까.
이승환 “현금을 인수 대금으로 쓰면 문제가 되고 투자에 활용하면 괜찮다는 건가? 그렇게 볼 수는 없다. 분배받은 현금을 어떻게 쓰느냐가 분배 과정의 적법성이나 유효성에 영향을 주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문호준 “피인수 기업이 현금을 배당하면 매수인뿐 아니라 소액 주주들도 모두 공평하게 배당받을 수 있다. 매수인이 그 돈을 받아 인수 금융을 갚는다고 해서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다만, 법적으로 문제 되진 않지만 매수인이 LBO 방식을 사용하겠다고 대놓고 선언한다면 매도인 측에서 허용해줄지는 의문이다. A사가 B사 지분을 30% 인수하고, B사가 총 10조원을 배당한다고 가정해 보자. 3조원의 현금이 A사에 고스란히 흘러 들어가게 되는 게 아닌가.”
현금 배당 같은 분배형 LBO를 통해 회사를 인수한다면, 인수 금융 대주단은 어떤 조건을 내걸 수 있나.
이승환 “배당 한도를 정해둘 수 있다. 또 ‘배당을 받는다면 그중 얼마만큼은 빚을 갚는 데 쓰라’는 커버넌트(약정)를 달 수 있다.”
문호준 “피인수 기업에 현금이 많다면 인수 금융 대주단 입장에선 오히려…(반길 수도 있다). 인수 금융 한도는 많아야 지분 대비 200%다. 현금만 많다면 배당 등을 통해 짧은 기간 내 전부 갚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