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을 흥미롭게 보았다. 안세영 선수와 중국 천위페이 선수의 경기였다. 안세영이 세계 랭킹은 1위였지만, 작년까지 역대 전적에서 천위페이에게 1승 8패로 크게 뒤졌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역전한 상황이었지만, 그야말로 천적이라 할 수 있다.
1세트 후반 안세영은 갑자기 오른쪽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이후 그녀는 인터뷰에서 “무릎에서 ‘딱’ 소리가 났다”라고 말했다. 뛰는 것은 물론 걷기도 쉽지 않은 상태였다. 관중석에서 “포기해” “기권하라”는 외침이 들렸다. 어머니조차도 그만하라고 외쳤다고 한다. 나는 ‘이런 가운데서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이긴다면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놀랍게도 안세영은 의지가 강했다. 그녀는 말한다. “정신력 하나로 버텼다.”
그런데 의지만 있었다면 경기를 겨우 마치는 것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녀는 의지뿐 아니라 전략 또한 대단했다. 안세영의 강점은 무엇인가. 체력이다. 그녀에 대한 위키백과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안세영의 가장 큰 무기는 강한 체력, 끈끈한 수비력과 넓은 코트 커버력이다. 비록 스윙 스피드는 세계 랭커 중 평범한 수준으로 평가받지만, 특유의 투지와 수비력으로 상대보다 한 발짝 더 뛰면서 범실을 유도해 내는 플레이가 일품이다.”
안세영의 강점은 체력과 수비력이다. 이 부분은 세계 최강이다. 공격력이 약한 것이 흠일 뿐이다. 그런데 다리 부상으로 점프와 스피드가 어려워 공격력은 더 약해졌다. 그러면 어떻게 대응할까. 그녀는 자신의 강점 체력을 더 활용하기로 한다. 이에 “2세트는 내주자. 대신, 상대의 체력을 방전시키자”라는 전략을 세운다.
그녀는 2세트에 스매싱은 거의 하지 않고 짧게, 길게 받아내며 가능한 한 최장의 랠리를 유도했다. 중국 선수는 2세트가 마지막인 듯 붕붕 나르면서 공격을 퍼부었고 결국 승리했다.
그런데 3세트에 가자 중국 선수는 2세트에 너무 체력을 소모한 듯 공격 속도가 느려졌다. 안세영은 2세트와 거의 차이가 없는 체력을 유지하며 계속 짧게 길게 받아내면서 역습을 노렸다. 결국, 중국 선수가 힘들어서 따라가지 못할 지경까지 이른다. 결국 안세영이 승리했다.
그녀는 이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2세트는 과감히 포기했다. 다친 상황에서는 스피드를 올릴 방법이 없었다. 체력은 자신이 있었기에 어떻게든 랠리를 길게 가져가고 상대 선수를 멀리 뛰게 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나는 이 경기를 보며 다음 공식을 생각해 보았다. ‘최고가 되는 비결=실력+투지+전략’, 이는 개인뿐 아니라 조직에도 적용된다. 특히 어려운 가운데 강점을 활용하여 돌파한 전략이 인상 깊었다.
후지필름과 코닥 두 회사는 전통적인 필름 업체였다. 디지털이라는 큰 물결 속에 두 회사 모두 어려움에 처했다. 그런데 코닥은 망한 반면, 후지는 이를 돌파했다. 후지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했다. 그들의 강점은 필름 기술이었다. 주위에서 이 강점을 더 이상 경쟁력이 없는 기술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들은 이 강점이 바이오나 의료 쪽에 활용될 수 있음을 파악하고는 사업 방향을 변경한다. 그리고 성공해 낸다.
어려운 환경일수록 개인이나 조직은 투지를 가질 뿐 아니라 자신의 강점을 다시 한번 고찰하고 이 강점을 활용할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안세영은 이런 면에서 우리에게 훌륭한 통찰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