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4년 봄·여름 밀라노와 파리 패션위크의 스타 전략을 다룬 ‘보그 비즈니스’. 사진 ‘보그 비스니스’ 인스타그램 2 루이비통은 K팝 걸그룹 르세라핌 멤버 전원을 하우스 앰버서더로 선정했다. 사진 루이비통
1 2024년 봄·여름 밀라노와 파리 패션위크의 스타 전략을 다룬 ‘보그 비즈니스’. 사진 ‘보그 비스니스’ 인스타그램 2 루이비통은 K팝 걸그룹 르세라핌 멤버 전원을 하우스 앰버서더로 선정했다. 사진 루이비통
디올 2024년 봄·여름 컬렉션이 열리는 파리 튈르리 정원의 패션쇼장. 디올 하우스 앰버서더인 블랙핑크 지수가 리무진 차에서 내리자마자 기다리던 팬들의 엄청난 환호가 폭발했다. 지수의 모습을 더 가까이 담기 위한 전 세계 미디어들의 카메라 경쟁도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이 소동 속에서 모두를 놀라게 한 건, 디올의 최고 관리자들이 차에서부터 쇼장 자리까지 지수의 손을 잡고 직접 에스코트하는 광경이었다. 
김의향
패션&스타일 칼럼니스트 
현 케이노트 대표, 
전 보그 코리아 
패션 디렉터
김의향 패션&스타일 칼럼니스트
현 케이노트 대표, 전 보그 코리아 패션 디렉터

미디어 가치 1위 기록한 디올 앰버서더 지수 

디올 쿠튀르의 최고 커뮤니케이션 및 이미지 책임자인 수석 부사장 올리비에 비알로보스가 차에서 내리는 지수를 반갑게 맞으며 쇼장 앞까지 안내했고, 이후 릴레이를 하듯 바로 디올 홍보 매니저 마틸드 파비에가 지수의 손을 꼭 잡고 쇼장으로 들어갔다. 

쇼장에서도 지수를 보기 위해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는데, 마틸드 파비에는 지수의 손을 바짝 당겨 잡아 프론트 로(front row·패션쇼의 VIP 초대자들을 위한 맨 앞자리)의 자리에 도착할 때까지 밀려드는 인파로부터 지수를 보호하며 안내했다. 

또한 지수는 이번 시즌에도 LVMH그룹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맏딸이자 디올의 최고경영자(CEO)인 델핀 아르노 바로 옆에 앉아 패션쇼를 관람했다. 9월 26일(현지시각)에 진행된 2024년 봄·여름 디올 패션쇼의 모습이다. 이번 패션쇼에는 샤를리즈 테론, 제니퍼 로렌스, 안야 테일러, 제나 오르테가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초대된 스타들이 총출동했는데, 이런 극진한 대우를 받은 건 오직 지수뿐이었다. 

디올 최고 관리자들이 이토록 극진하게 지수를 밀착 관리하는 이유는 지수가 디올에 선사한 막대한 매출과 홍보 가치 때문이다. ‘보그 비즈니스’는 최근 기사에서 2024년 봄·여름 밀라노와 파리 패션위크의 스타 전략에 대해 다뤘는데, 기사의 메인 이미지로 디올 쇼에 참석한 지수를 올렸다. 지수는 디올의 2024년 봄·여름 컬렉션만으로 4450만달러 (약 600억원) 규모의 EMV(Earned Media Value·획득된 미디어 가치)를 기록했고, 이는 전체 EMV 중 무려 26%를 차지한다. 지수가 왜 ‘퀸 디올(Queen Dior)’이라 불리는지 데이터가 증명해준다. 

브랜드별 톱 인플루언서 순위를 보면 1위 디올 지수에 이어, 2위 프라다의 엔하이픈 4200만달러(약 565억원), 3위 루이비통의 젠다이아 3900만달러(약 534억원)다. 이번 2024 봄·여름 패션위크의 EMV는 7억6300만달러(약 1조원)로, 2023년 가을·겨울 시즌보다 82% 정도 상승한 걸로 분석됐다. 그만큼 명품 브랜드들이 EMV를 높이기 위해 셀러브리티 초청에 많은 공을 들인 것이다. 또한 K팝 스타들은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크게 활약해서, 톱 10 인플루언서 중 절반을 차지했다.

1 디올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멤버 전원을 디올의 새로운 앰버서더로 발탁했다. 2 2024 봄·여름 컬렉션만으로 약 600억원의 미디어 가치를 기록한 블랙핑크의 지수. 사진 디올
1 디올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멤버 전원을 디올의 새로운 앰버서더로 발탁했다. 2 2024 봄·여름 컬렉션만으로 약 600억원의 미디어 가치를 기록한 블랙핑크의 지수. 사진 디올

K팝, 패션·뷰티·대중문화 파급력 기념비적

명품 패션 브랜드의 홍보와 마케팅에서 K팝 스타들의 영향력은 시즌이 지날수록 더 파워풀해지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가 나이 들어감을 걱정하며 젠지(Gen-Z·Z 세대, 1997~2010년생)들을 매료시킬 묘안을 찾던 브랜드들은 K팝이라는 구세주를 만난 듯 보인다. 

이번 패션위크 시즌에 맞춰 많은 브랜드가 경쟁하듯 새로운 K팝 앰버서더 리스트업을 발표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루이비통이 르세라핌 멤버 전원을, 디올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 전원을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한 점이다. 

이전의 BTS, 블랙핑크, 뉴진스 등의 멤버들이 각기 다른 브랜드와 계약한 것과 다른 전략이다. 명품 브랜드들 간 K팝 스타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예 멤버 전원을 계약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바꿔 가는 분위기다. K팝 스타들의 몸값이 치솟아 오르고 있는 데다, 패션 외에 애플, 코카콜라 같은 글로벌 기업 브랜드들이 K팝 스타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K팝 스타들을 광고 모델로 캐스팅하고 앰버서더 계약을 맺는 일의 주체도 점점 한국 지사에서 글로벌 본사로 옮겨지고 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전 세계 셀러브리티를 관리하는 팀을 따로 두고 있는데, 최근 루이비통이 K팝 전문 팀만을 새로 만들었다는 소식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패션 컨설팅 회사 런치메트릭스의 최고마케팅경영자(CMO) 알리손 브링게는 CNN과 인터뷰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문화적 시대정신의 중심이 된 대변혁의 시기이며,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일을 한국의 스타들이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십대들의 어린 스타들까지 명품 브랜드 홍보에 내세워지며, 틴에이저들의 과소비를 자극한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이 대변혁의 빅뱅이 얼마나 거대해지고 지속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K팝이 이뤄낸 패션, 뷰티, 대중문화에서의 파급력과 위상은 기념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