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으로 보였던 중국과 호주가 관계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7년 만에 중국 땅을 밟은 호주 총리인 앤서니 앨버니지가 11월 6일(이하 현지시각)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사진 1). 시진핑은 “중국과 호주의 관계는 올바른 길로 들어섰다”고 했고, 앨버니지는 “양국 관계 진전은 고무적”이라고 했다. 호주는 지난 2018년 미국의 요청에 발맞춰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서 중국 화웨이의 참여를 배제하고, 2020년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 조사 지지를 촉구했다. 2021년엔 중국을 견제하려던 미국, 영국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 3자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를 결성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호주산 와인과 소고기, 보리, 석탄 등 10여 개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물리는 식으로 보복했다.
양국의 관계 정상화 시동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11월 15~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 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인도·태평양 지역 자유 진영의 핵심 국가인 호주와의 관계 개선을 서두르는 상황이다. 호주 또한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의 교역 정상화를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 중국의 보복 관세는 한동안 호주에 200억호주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혔다.
시 주석은 “호주와 함께 더 많은 3자와 다자 협력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희망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과 이에 대한 호주의 지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앨버니지 총리는 “중국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발전은 호주와 세계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줬다”며 “경제·무역 교류를 긴밀히 이어가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회담 후 베이징의 톈탄공원을 방문하는 등 중국 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사진 2). 하지만 양국 관계 정상화에는 한계도 보인다.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방중에 앞서 10월 25일 찾은 미국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바이든은 “중국을 신뢰하되 검증하라”고 말하며 호주에 균형 외교를 주문했다(사진 3). 앨버니지는 11월 5일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에서 “호주가 할 수 있는 것은 협력하되 ‘반드시 해야 할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