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이그니스 대표
서강대 경제학, 전 대우인터내셔널 
투자사업·해외관리팀 근무 사진 이그니스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
서강대 경제학, 전 대우인터내셔널 투자사업·해외관리팀 근무 사진 이그니스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 찬바람이 불어닥친 올해, 푸드테크(음식과 기술의 결합) 스타트업 이그니스는 지난 9월 348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그니스의 자회사인 독일 기업 엑솔루션(Xolution)의 ‘재밀봉이 가능한 캔 리드 XO(개폐형 마개)’가 적용된 음료들이 미국 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시장에서 널리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현재 엑솔루션은 세계 최대 맥주 회사 AB인베브, E&J 갤로, 워터버드, 펩시 등 글로벌 주류·음료 회사들에 캔 마개를 공급하고 있다.

이그니스는 지난 2014년 설립 후 국내 최초로 기능성 단백질 간편식인 랩노쉬를 개발해 회사를 키웠다. 랩노쉬는 GS25와 CU 등에서 단백질 드링크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다. 닭가슴살 가공 제품 ‘한끼통살’도 업계 판매 3~4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든든한 ‘캐시 카우’다.

단백질 음료·닭가슴살을 판매하던 이그니스가 푸드테크 기업으로 도약할 기회를 가져다준 엑솔루션은 작년 8월 자회사가 됐다. 엑솔루션은 개폐형 마개 특허를 가진 회사다. 개폐형 마개는 캔 음료의 뚜껑을 다시 닫아 재밀봉을 가능하게 하는 제품으로, 캔 뚜껑 대신 작은 플라스틱이 달려있다. 이 마개로 음료 입구를 막으면 6개월 이상 탄산을 보존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이 마개를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3’에서 전시했다.

그러나 이그니스가 엑솔루션을 인수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그니스와 독점 거래를 막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엑솔루션은 부도가 났다. 이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목표 하나로 박 대표는 독일행 비행기 표를 끊고 독일 파산법원을 들락거렸다. 그리고 2주 만에 이 독일 회사를 인수했다. 

조선비즈가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하는 ‘2023 대한민국 푸드앤푸드테크대상’에서 이그니스는 이 개폐형 마개로 푸드테크 부문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았다. 최근 서울 성동구 이그니스 본사에서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2025년에는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그니스의 자회사 ‘엑솔루션’이 개발·생산하는 
‘재밀봉이 가능한 캔 리드 XO(개폐형 마개)’. 사진 이그니스
이그니스의 자회사 ‘엑솔루션’이 개발·생산하는 ‘재밀봉이 가능한 캔 리드 XO(개폐형 마개)’. 사진 이그니스

최근 투자시장 불황 속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비결은.
“엑솔루션 인수가 회사의 규모를 한 단계 끌어올려 줄 거라고 투자사에서 봐준 것 같다. 올해 1분기부터 흑자가 나기 시작했다. 2014년 창업 이후 한 해 빼고 매년 적자였는데, 올해 흑자 전환을 했다. 매출 규모는 지난해 500억원이 넘었고, 올해는 1000억원 초반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 제로소다 클룹(제로칼로리 탄산음료)이 210억원, 랩노쉬가 320억원, 한끼통살이 430억원, 그로서리서울(곤약밥)이 40억원가량의 매출을 낼 전망이다. 자회사 엑솔루션의 매출은 여기에 별도로 100억원대 중반을 예상한다. 덩치를 키우면서도 수익성이 좋아졌다.”

생판 모르는 독일 회사 엑솔루션을 인수하게 된 과정은.
“한국에서도 ‘캔 물’을 개발해서 팔아보자는 아이디어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캔 물을 다 모아서 시장조사를 해봤다. 그러다 우연히 엑솔루션의 개폐형 마개를 사용하는 캔 물을 접했고,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어 매우 좋았다. 그래서 엑솔루션 최고경영자(CEO)에게 이그니스를 소개하는 이메일을 보내고 이 개폐형 마개를 한국에서 독점 거래하자고 했다. 그런데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엑솔루션과 소통이 너무 지지부진했다.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비행기 표를 끊고 ‘사무실 앞에서 기다릴 테니 만나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엑솔루션 관계자들을 만난 것이 2021년 10월이었다.”

만나서 어떤 얘길 했나.
“엑솔루션 CEO를 포함해 관계자들을 모아 놓고 발표를 했다. 미국·유럽 시장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을 우리가 개척해 주겠다는 게 요지였다. 수개월간 설득을 했고, 2022년 3월에 개폐형 마개를 적용한 클룹을 개발해 편의점에 납품했다.”

납품받던 거래처를 어쩌다 인수했나.
“편의점에서 클룹을 판 지 4개월 만인 2022년 7월에 엑솔루션이 갑자기 개폐형 마개를 납품하지 않는 거다. 화를 냈더니 ‘사실은 부도가 났다’고 했다. 눈앞이 깜깜했다. 이 뚜껑이 없어서 클룹을 못 만들고, 편의점에 납품 못 하면 위약금이 꽤 세기 때문이었다. 엑솔루션이 파산 신청을 했고, 파산관재인한테 회사가 넘어갔으며, 매각 자문사를 찾아서 매각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우리가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얼마에 파는지도 들어보지 않고 무작정 말을 꺼낸 거다. 엑솔루션 측도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모든 과정이 얼마나 걸렸나.
“2주 만에 매각 대상 자산과 회사 재무 상태, 특허 보유 여부 등에 대해 꼼꼼히 실사했다. 워낙 정신이 없어서 경쟁 상대가 몇 곳인지도 모르는 채 인수 과정에 임했는데, 나중에 독일 매체에 보도된 내용을 보고 100곳이 입찰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애초에 엑솔루션은 왜 파산했을까.
“미국에 공장을 임대해서 생산 설비를 증설하고자 했는데 계약금을 납입하고 잔금일에 잔금을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독일은 대표이사가 부도 조짐을 인지한 지 한 달 안에 파산 신청을 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강하게 받는다. 이 때문에 서둘러 엑솔루션 CEO도 파산 신청을 했던 것이었다.”

현재 개폐형 마개 생산 설비는 어디에 있나.
“체코와 독일에 있다. 엑솔루션이 파산한 계기가 됐던 미국 신(新)설비도 현재 구축하고 있다. 현재 마개를 월 1000만 개 생산하는데, 이 설비가 구축되면 앞으로는 월 5000만 개를 만들 수 있게 된다.”

푸드테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소비자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기술 전반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엔 푸드테크 기업에 배달의민족처럼 식품과 IT의 결합을 만들어 낸 기업들이 주로 포함됐지만, 이제는 분야가 확장되고 있다. 

개폐형 마개를 많이 사용하게 돼서 플라스틱보다 알루미늄을 더 많이 쓰고 재활용률이 높아진다면 이 또한 푸드테크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그니스를 어떤 기업으로 키우고 싶은가.
“네슬레, 더 넓히면 P&G 같은 기업이 됐으면 한다. 이들은 100년 가까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제품과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들이다. ‘브랜드 디벨로퍼(brand developer·브랜드 개발자)’가 이그니스의 비전이다.”

Company Info

회사명 이그니스
본사 서울 성동구
사업 기능성 식품 및 식품 포장재 제조·유통
창업자 박찬호
설립 연도 2014년
누적 투자 유치액 476억원
매출 502억원(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