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성조숙증은 고혈압처럼 뚜렷한 원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혈압이 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듯 성조숙증도 소아 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춘기 시작 시기는 영양과 체지방량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흔히 지방세포를 단순히 에너지를 저장하는 조직으로만 생각하지만, 실제로 지방은 많은 물질을 분비하는 호르몬 분비 기관이다. 지방이 분비하는 호르몬 중 일부는 뇌를 자극해서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산업 생산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인 환경호르몬도 사람이나 다른 생물에 흡수되면, 정상적인 내분비계를 교란해 호르몬과 같은 역할을 한다. 환경호르몬이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성조숙증이다. 드물게 뇌의 종양이나 낭종 등 뇌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너무 어린 나이에 발병하거나 남아에게 성조숙증이 나타나면 뇌와 뇌하수체 MRI로 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다.
성조숙증 환아는 어릴 때 영양 상태가 좋아 급우들보다 키가 더 크고 건장하다. 성장이 더 빨라서 부모들이 좋아하는 경우가 많지만, X-ray를 찍어보면 뼈가 실제보다 나이 들어서 일찍 성장이 멈춰버린다. 사춘기 이후에는 또래에 비해 신장이 작아진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 잘 먹였더니 오히려 키가 작아져 버리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성조숙증은 ‘풍요가 준 저주’라고 할 수 있다.
성조숙증의 치료 목표는 약물을 써서 혈액 중 성호르몬의 농도를 사춘기 이전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환아의 이차 성징이 발현되는 것을 중단시키고, 뼈의 성숙을 늦춰 아이가 나중에 정상 성인의 신장을 갖도록 돕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의 핵심은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의 효능 약제(GnRH 유사체)다. 4주마다 주사로 투여해 성선자극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것이다. 그러다 적당한 시기가 되면, 사춘기를 다시 진행시키기 위해 주사를 중단한다. 이 약물은 부작용은 거의 없지만 만약 치료를 중간에 중단하거나 불규칙적으로 투여하면 오히려 사춘기 발현을 촉진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3개월마다 투약하는 주사제가 개발됐다.
성조숙증의 예방을 위해서는 체중 관리가 필수적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아의 경우, 키 140㎝, 체중 28㎏ 전후가 돼도 가슴에 멍울이 잡히고 1년 이내에 초경을 시작한다고 한다. 음식으로는 콩 종류, 달걀을 비롯한 알 종류, 조개류, 갑각류, 연체동물, 사골국 등 콜레스테롤과 식물성 여성호르몬의 함량이 높은 음식을 가능하면 삼가야 한다. 사탕, 초콜릿, 과자, 케이크, 삼겹살, 갈비, 튀김, 부침개, 볶음밥과 같은 열량이 높은 음식도 제한해야 한다. 주 4~5회 45분 이상 유산소운동을 하면, 체중이 많이 나가도 근육이 늘고 지방이 빠져서 성조숙증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