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할리우드에 엄청난 규모의 융·복합 레스토랑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극장, 슈퍼차저 스테이션을 갖춘 레스토랑이다. 전기차는 충전 시간이 필요한데, 기존 휘발유 차량에 익숙한 운전자가 가장 불편을 느끼는 것이 충전 시간이다. 급속 충전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영리한 일론 머스크는 충전 시간을 즐기는 방법을 제공해 고객을 유치하고 돈까지 버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충전하는 동안 여유롭게 오락을 즐기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객의 자투리 시간까지 돈으로 바꾸는 비상한 ‘시(時)테크’가 아닐 수 없다. 지금 테슬라 이사인 동생 킴벌 머스크가 외식 산업 체인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업도 자신 있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협업과 융·복합 열풍은 이제 모든 공간에 밀려오고 있다. 다이소는 창업 초기 값싼 생필품을 파는 서민적 가게였다. 지금은 젊은이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전국 다이소 하루 내장객이 100만 명이 넘는다. 매장을 매력적으로 디자인하고 재미있게 꾸며놓았을 뿐만 아니라 수시로 예술가와 협업 이벤트까지 하는 게 ‘주요 성공 요인(KSF)’이다. 요즘 젊은이는 스타벅스와 다이소를 최애 생활 인프라로 꼽고 있고 건물주들도 서로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백화점과 편의점은 어느 곳이 선전하고 있을까. 한때 백화점 사업은 끝났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요즘 부활하고 있다. 동력은 ‘아트 컬래버(협업)’다. 수시로 유명 예술가와 협업을 한다.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수준을 넘어 협업 제품을 출시하고 체험 이벤트까지 제공해 고객을 모으고 있다. 편의점은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PB) 제품으로 다양성을 확장하더니 요즘은 일 년 내내 각종 협업 이벤트를 하고 있다. 갖가지 생필품을 모두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와인 코너까지 갖추고 있다. 요즘은 택배 사업도 인기가 있고, 미아 찾기 캠페인 등 공익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 유통센터는 영업시간 제약이 있는 데 비해 편의점은 24시간 열려 있는 것도 강점이다. 앞으로 편의점이 정부와 협업해 다양한 민원 처리 서비스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책방은 책 팔고, 술집은 술 파는 시대는 끝났다. 책방에서 술 파는 곳도 이미 생겨났고 술집에서 책도 판다. 바에서 시집을 팔고 시 낭송회까지 하면 기분이 더 좋아지지 않겠는가. 낮에는 책방이고 저녁부터는 술집으로 바뀌는 곳도 있다. 미술품 전시를 갤러리에서만 하던 시대도 끝났다. 낮에는 오픈하고 밤에 문 닫는 수많은 공간도 앞으로 달라질 것이다. 이제는 공간 혁명 시대다. 협업과 융·복합이 이끌고 있다. 사무실도 변하고 가정집도 변한다.
호텔, 극장, 주유소, 사무실, 카페, 빵집, 학원, 독서실, 노래방, 낚시터, 공원, 골프장, 수영장, 주차장, 운동장, 노인회관, 대학, 관공서 등 모든 공간이 변하고 있다. 변신하지 않으면 일부는 생활 문화재나 유품으로 남고 나머지는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융·복합과 협업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