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문제가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 같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나타난 부동산 시장 침체와 PF 문제 해결을 위해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운영됐던 ‘민관합동 건설투자 사업 조정위(이하 조정위)’가 10년 만에 부활한 것만 보더라도 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단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통상 민관합동 건설투자 사업이란 지자체나 공기업 등과 같이 공공 부문에서 토지를 제공받은 후 민간이 자금 조달과 건설을 담당하는 방식의 대규모 공모형 개발 사업을 말한다. 따라서 공공 부문을 대표하는 중앙정부 역시 관련 사업 또는 개발 자금 부실화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처럼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을 보면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문제는 이런 노력에도 모두가 바라는 것처럼 단기간 내 부동산 PF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먼저, 조정위의 수비 범위가 너무 넓다. 현재 진행 중인 전국 PF 사업장만 3500개 정도고, 그중 애로를 겪고 있는 민관합동 사업장만 80여 곳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정위 일정상 연말까지 33건 정도의 민관합동 사업장 조정안을 우선 심사할 예정이라고 하니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고, 순수 민간 PF 사업장의 경우는 뚜렷한 대안이 보이지 않아 매우 염려스럽다.

다음으로는 전반적인 PF 사업장의 금융 여건 개선 기대감이 여전히 약하다는 점이다. 즉, 고금리 현상의 개선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시중금리 상승 압력은 여전히 크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 건설사들의 조달 금리 수준이 10%를 훌쩍 넘는 경우가 다발하고 있다는 점에 주의하면, 신용등급에 따라 자금 조달 환경은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문제는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나 특정 사업장의 개발 자금에 브리지론(bridge loan)이 이용되는 경우다. 통상, 브리지론은 개별 사업장에 대해 일정 수준의 수익성이 보장되기 전에 활용하는 자금 조달 방법으로 본 PF 보증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 활용된다. 따라서 지금처럼 부동산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고 자금 경색 현상이 지속될 경우는 브리지론의 부실화가 예상 밖으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더욱이 브리지론 제공 주체가 시중은행이 아닌 증권사나 중소 금융 업체에 집중되어 있어서 브리지론의 일부 불안 현상이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쩌면 가장 핵심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됨과 동시에 주요 원자재 가격의 불안이 지속되는 등 PF 사업장의 수익률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국내외 통화 긴축 기조 장기화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높은 수준의 금융 비용을 감내해야 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 및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정에 따르는 고원자재가 리스크 역시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 높은 비용 구조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부동산 PF 리스크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운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부동산 시장 10년 주기설과 같은 암울한 가설이 또다시 시장을 뒤덮고 있다는 실정을 고려하면 시장의 기대가 매우 부정적이라는 점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조정위나 금융 당국 등 정책 당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실정이다. 다만, 부동산 PF 리스크가 직접 연관된 기업이나 금융기관은 물론 중기적으로는 산업 연관상 전후방 산업에 해당하는 기업과 개인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책 당국의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