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15일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는 재닛 옐런 미 재무 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 양국 당국자 12명씩 총 24명이 배석했다. 사진 UPI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15일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는 재닛 옐런 미 재무 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 양국 당국자 12명씩 총 24명이 배석했다. 사진 UPI연합
‘세기의 회담’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모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11월 1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머테이오 카운티 ‘파이롤리 에스테이트(Filoli Estate)’에서 열렸다. 양국 정상회담은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O(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이후 1년 만이다. 시 주석의 방미(訪美)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기인 2017년 이후 6년 7개월 만이고,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는 처음이다. 2022년 10월 집권 3기를 위한 연임에 성공한 시 주석이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집권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11월 15~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차 미국을 방문하는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과 별도 정상회담을 여는 형식을 갖췄다. 이날 정상회담이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약 40㎞ 떨어져 있는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열린 것은 미국 정부가 시 주석을 ‘극진히 환대하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다. 1917년 윌리엄 바워스 본 2세 가족의 교외 별장으로 완공된 이곳은 총 2.6㎢(약 80만 평) 규모로 조지아 스타일로 건축된 저택과 영국식 르네상스 정원이 있는 이 지역 명소다. 양국 정상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열린 중국계 미국인의 반중 시위를 접하지 않도록 중국 측을 배려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1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b>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파이롤리 에스테이트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2 시진핑 국가주석이 11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중 관계 전국위원회와 미·중 재계협의회가 개최한 ‘중국 고위급 지도자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1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b>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파이롤리 에스테이트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2 시진핑 국가주석이 11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중 관계 전국위원회와 미·중 재계협의회가 개최한 ‘중국 고위급 지도자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군사 대화 복원 합의

오찬을 겸해 네 시간 넘게 이어진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유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현관에 나와 승용차로 도착한 시 주석에게 “환영한다”고 인사하며 손을 맞잡았다. 두 정상은 곧바로 주요 참모들이 배석한 가운데 회담을 시작했다. 미국 쪽에서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이 배석했고, 중국 쪽은 허리펑(何立峰) 경제 담당 부총리와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군사 소통 채널 복구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퇴치 위한 협력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정부 간 대화 등에 합의했다.

이 같은 합의는 2018년 미국의 대(對)중국 수입품 관세 부과로 촉발된 미·중 무역전쟁이 군사적 충돌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을 놓고 우발적 충돌을 막아야 한다며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 끊긴 군사 소통 채널 복원을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양국은 중국이 현재 공석인 국방부장을 새로 임명하는 대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만나기로 하는 등 군 고위급 소통을 재개하기로 했다.

대만 문제, 수출 통제 등은 시각차 여전 

그러나 회담 내내 양국 정상은 주요 현안에 대해 상당한 인식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회담 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등 적지 않은 시각차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항상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민감한 문제”라면서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입장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고 미국은 현상 유지를 믿는다면서 중국이 대만의 선거 절차를 존중할 것을 요청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시 주석은 중국이 대만에 대한 대규모 침공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전하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접근이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도체 등 첨단 기술에 대한 미국 제재에 대해서도 양국은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다. 시 주석은 “미국이 수출 통제, 투자 검토, 일방적 제재 등 지속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일방적 제재를 해제해 중국 기업에 공평하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인 환경을 제공하기를 희망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안보상 필요한 수출 통제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중국이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은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 중국이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양국 간 경쟁의 장이 공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Plus Point

‘시진핑과 만찬’에 미국 기업 CEO 총출동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6년 7개월 만에 미국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위해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샌프란시스코에 총집합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1월 15일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미·중 관계 전국위원회와 미·중 재계협의회가 공동 개최한 이날 만찬에는 300명이 넘는 미국 경제계 인사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착석하는 헤드테이블에는 사모펀드 블랙스톤그룹 창업자 스티븐 슈워츠먼과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CEO, 시타델증권 펑자오 CEO 등 투자·금융계 인사들이 앉았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인 프레이저 시티그룹 CEO, 대런 우즈 엑손모빌 CEO 등도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사업을 확장했다가 미·중 관계 악화로 불확실성에 직면한 기업 CEO들이 ‘시 주석과 저녁 식사’를 위해 앞다퉈 줄을 섰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도 미·중 관계 긴장 고조와 높아진 미국 재계의 대중 투자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노력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만찬 연설에서 “중·미 관계의 문은 닫힐 수 없다. 양국은 협력 여지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 많은 미국 주지사와 의원의 중국 방문을 환영하고 미국 각계 인사의 중국 방문을 환영한다”고 했다. 이 같은 연설 내용에 대해 미국 현지에서는 부동산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문제, 청년 실업률 고공 행진 등 경제적 어려움을 외국인 투자 유치로 극복해야 하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 첨단산업 투자 제한 조치 결과, 지난 3분기(7~9월) 대중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118억달러 순 유출을 기록했다. 중국은 2020년 세계 최대 FDI 유치국이었다. 중국이 1998년 관련 지표를 발표한 이후 FDI가 순 유출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