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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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묻는다. “요즘 ‘MBTI’ 등으로 성향 진단을 많이 하는데 외향과 내향 등이 직장 내 리더십에 큰 영향을 미칠까요?” 물론, MBTI 자체에 부정적인 사람도 있고 성향은 별 관계가 없다는 사람도 있지만, 인간관계에서 성향이 얼마나 큰 요소인가는 우리 모두 실감하며 살고 있다.

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애덤 그랜트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외향적 사람은 사교적이고 활발하며 대인 관계가 좋다. 자기 PR을 잘한다. 외향적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소득이 높다. 직업 만족도도 높다. 최고 경영진의 60%는 아주 외향적이다’라고 한다. 외향적인 사람에게는 희소식이다. 아무래도 외향적인 사람이 직장 생활이나 승진에 유리하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내향형은 하나둘씩 전사(戰死)한다.

내향적 사람은 아무래도 자기표현이나 사교성이 약하다. 이는 분명 커리어나 승진에 유리하지 않다. 인맥은 분명히 커리어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향적 인간은 강점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대신, 학습과 자기 능력 향상에 유리하다. 외향적 사람이 ‘관계’로 바쁠 동안 내향적 사람은 ‘실력 향상’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내향적 사람의 전략은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자신이 인맥 구축을 즐겨하지 않는 내향성이라면 남들이 먼저 찾아올 정도의 ‘실력’과 ‘브랜드’를 쌓아야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면 리더와 팔로어의 궁합은 어떠할까. 그랜트 교수에 따르면, 외향형 리더에게는 수동적 직원들이, 내향형 리더에게는 알아서 자율적으로 하는 직원들이 궁합에 더 맞는다고 한다. 경영자가 외향형이라면 스태프는 내성적이지만 빈틈없이 관리하는 사람이 좋다. 역으로, 경영자가 내향적이고 조용하다면 산하 임원들은 외향적으로 영업하고 사업하는 사람이 좋다. 둘 다 비슷한 성향이라면 약점이 보완되기 어렵고 극단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구성원이 외향적이라면 리더는 어떻게 도와야 할까. 그랜트 교수는 동료를 붙여주고 출장 예산을 많이 주라고 한다. 구성원이 내향적이라면? 조용히 능력을 개발하고 발휘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물론, 그 누구도 100% 외향이거나 100% 내향은 아니다. 두 가지가 믹스(mix)되어 있는데 비율이 다를 뿐이다. 때로는 자신의 성향과 다른 모습으로 사회생활을 하기도 한다. 

한 최고경영자(CEO) 출신 경영 코치는 이에 대해 흥미로운 표현을 썼다. ‘생존형 외향형’. 의외로 적지 않은 경영자가 자기 역할을 잘하기 위해 내향형임에도 어쩔 수 없이 외향형의 가면을 쓰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평소 ‘외향적이었던 경영자들이 은퇴 후 어떻게 지낼까?’ 염려를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런데 연락해 보면 의외로 독서를 하거나 농사를 짓거나 미술을 하는 등 혼자서도 재미있게 잘 지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원래 내향적 성향이었지만 조직 내에서 외향적으로 보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필자도 그러했다. 내향성이 더 강하지만 살기 위해 무대에도 서고 회식도 주도하며, 모임을 만들어 회장을 하며 열심히 떠드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내가 아주 외향적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사실 그런 모임들을 하고 집에 오면 에너지가 빠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

누구든 비율의 차이가 있을 뿐 외향성과 내향성,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최상은 두 가지를 필요할 때 적절히 쓰는 것이 아닌가 싶다. 네트워크가 필요할 때는 자신의 외향성을 꺼내어 쓰고, 혼자 있을 때는 내향성을 꺼내어 사용한다면 그것이 최상이리라.

독자들은 다들 어떠하신가. 자신뿐 아니라 상사와 구성원의 성향을 잘 이해하고 계신가. 이러한 성향에 기반하여 대응하고 계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