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은 11월 15일(이하 현지시각) 본회의에서 2024년 1~2월까지 연방 정부가 사용할 추가 임시 예산안을 찬성 87 대 반대 11로 가결했다. 9월 30일 미국 의회에서 처리된 연방 정부 임시 예산안 시한이 11월 17일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추가 임시 예산안이 통과돼 당장은 ①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번에 상원이 통과시킨 임시 예산안은 앞서 11월 11일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제안한 추가 임시 예산안이다. 본래 2024년도 미국 연방 정부 예산안은 올해 10월 1일 전까지는 처리됐어야 했다. 이번 추가 임시 예산안 통과로 미국 연방 정부가 예산 공백으로 인한 셧다운을 피할 시간을 다시 벌게 됐지만, 여전히 민주당과 공화당 간 의견 차가 커 2024년도 예산안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셧다운 위기는 러시아와 전쟁을 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공공 예산 지출 확대를 공화당이 반대하면서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예산을 뺀 공화당의 예산안을 민주당이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셧다운 위기 우려가 증폭돼 왔다. 셧다운이 일어나면 국가 안보 부처 등을 제외한 정부 기관이 문을 닫고 공무원 월급도 지급이 중단된다. 셧다운 위기는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제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1월 10일 미국의 국가신용 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유지하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무디스는 “정부 지출을 줄일 효과적인 재정 정책 수단이 없는 경우 재정 적자가 큰 규모로 지속돼 부채 상환 능력이 크게 약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 연방 정부의 재정 적자는 1조6950억달러(약 2233조1625억원)에 달한다. 골드만삭스도 셧다운이 일어나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매주 0.15%포인트씩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필자는 재정 적자나 부채 위기를 피하기 위해 공공 지출을 줄이는 것이 국가 복지에 이상적이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재정 규율(예산 삭감)과 재정 확대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맞추지 못했을 때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 의회 앞 ‘위험’ 경고 문구. 미국 의회에서 2024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인한 ‘셧다운’이 현실화할 경우 경제적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사진 AP연합
미국 의회 앞 ‘위험’ 경고 문구. 미국 의회에서 2024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인한 ‘셧다운’이 현실화할 경우 경제적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사진 AP연합

올해 미국 정부는 여러 번의 셧다운 위기를 겪고 있다. 셧다운 위기는 공화당 의원이 국가 부채 한도 증액을 처음 거부했던 5월과 내년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할 마지노선 시기인 9월에 각각 발생했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 의회가 11월 17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11월 17일까지 의회가 미국 연방 정부에 자금을 제공하는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당장 수백만 명의 군인과 공무원의 업무가 중단되고 중요한 공공 서비스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명예교수
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고문, 전 일본 내각부 
경제사회종합연구소장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명예교수
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고문, 전 일본 내각부 경제사회종합연구소장

셧다운은 미국 특유의 현상으로, 재정 정책 입안자들이 직면한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여파로 정부 재정 적자와 부채가 크게 늘면서, 대안으로 정부의 예산 균형을 맞출 정책 필요성이 대두됐다. 경제학자 사이에서는 이러한 주제가 새로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일각에선 파산한 민간 기업이 파산선고를 하고 사업 활동을 금지당하는 것처럼 정부 또한 막대한 부채를 쌓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견해는 일반 대중과 많은 경제학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만 다소 순진한 생각이다. 정부는 민간 기업처럼 이익 우선 논리에 따라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공 예산 지출은 신중해야 하지만 부채나 재정 적자가 없는 것이 국가 복지에 꼭 이상적인 것도 아니다. 정부가 부채(국채 발행 등)를 줄여야 한다고 믿는 경제학자들은 적자를 내는 정부의 예산 지출이 경제를 효과적으로 활성화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조차도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 ② ‘리카도 동등성 정리’에 따르면, 부채로 조달한 지출은 미래 세대의 세금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고 향후 세금 인상을 예상한 소비자가 소비활동에 더욱 신중해져 경제 활성화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균형예산(세입이 세출을 초과하는 흑자예산이나 세출이 세입을 초과하는 적자예산에 대응하는 개념)’을 맞추기 위해 세금을 인상하는 경우에만 해당하므로 그러한 세금 인상 기대가 없다면 이 주장의 전제는 무너진다.

균형예산 원칙에 대한 가장 급진적이고 설득력 있는 주장은 ‘기능적 재정(정부가 재정을 완전고용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보고, 이를 조절해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예방하려는 재정 정책)’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러시아 출신 미국의 경제학자 아바 러너에 의해 제기됐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마찬가지로 러너는 완전고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정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러너는 정부가 부채를 충당하기 위해 돈을 찍어낼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거나 국제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국가의 복지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돈을 찍어내도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공공 적자는 완전고용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도 명확하진 않지만, 기능적 재정의 핵심 원칙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가가 개인보다 오래 지속된다는 점에서 국가는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재융자(조달한 자금을 상환하기 위하여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일)하거나 돈을 찍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인한 공공 부채 증가와 관련해 두 가지 의미 있는 대목이 있다. 첫째, 팬데믹은 균형예산 유지의 한계를 드러냈다. 전쟁, 자연재해, 공중 보건 비상사태 같은 예기치 못한 사건은 공공 지출의 신속한 증가를 요구한다. 정부가 이러한 지출을 세금으로만 충당하려면 훨씬 더 높은 한계 세율을 부과해야 하며, 이는 잠재적으로 경제적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둘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③ ‘2021 미국구조계획’은 1조9000억달러(약 2503조25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으로 대규모 부양책을 제공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으로 이미 부담을 안고 있던 미국 경제에 더 큰 부담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왜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지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저금리 재정 정책(Fiscal Policy under Low Interest Rates)’이라는 저서를 통해 세계 주요 경제국의 공모 채권 명목 이자율이 낮게 유지된다면, 파산 위험 없이 재정 적자가 합리적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많은 미국 경제학자가 더 이상 균형예산 원칙이 다른 모든 고려 사항보다 우선한다고 믿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한다. 이는 기존 경제적 사고의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부가 잠재적인 경제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예산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나타난 미국 연방 정부의 재정 적자가 보여주듯 재정 규율과 재정 확대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맞추지 못했을 때 심각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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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은 미국에서 예산안 처리 불발로 연방 정부의 업무가 일시 정지되는 것을 의미한다. 의회에서 9월 30일까지 다음 해 예산안 처리가 무산되거나 의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셧다운이 일어난다.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공공 기관은 업무가 중단되고, 공무원은 강제로 무급 휴가에 들어간다. 다만 셧다운되더라도 국방, 치안, 소방, 교정, 항공, 전기, 수도 등 필수 공공 서비스는 중단되지 않는다. 

‘리카도 동등성 정리’는 정부 지출 재원을 현재 세금으로 충당하든지, 정부 부채(국채 발행)로 충당하든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동일하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19세기 영국의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리카도에 의해 처음 제시돼 리카도 동등성 정리라고 불린다. 리카도는 세금을 걷어 전쟁을 치르는 것과 국채를 발행해 마련한 재원으로 전쟁을 치르는 것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있는지 연구했고, 두 가지 방법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객관적으로는 동일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리카도는 사람들의 인식에 주목했다. 정부가 부채(국채)를 발행해 공공 지출을 늘릴 경우, 사람들은 정부의 미래 세금 인상을 예상해 소비를 줄이게 되고 이것이 결과적으로는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채 발행보다는 증세가 유리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2021 미국구조계획’은 미국 정부가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마련된 1조9000억달러(약 2503조2500억원) 규모의 경기 부양 법안이다. 이 법안에는 현금 지급(1400달러), 매주 300달러를 지급하는 연방 실업수당의 지원 기간 연장, 자녀 1인당 세액공제액 확대(최대 3600달러), 저소득가구 임대료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금 지급 대상은 연 소득 8만달러(부부 합산 연 소득 16만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였으며, 1인당 1400달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