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토 중심이자, 물류·교통의 중심지인 충청권은 인적자원 경쟁력과 과학기술 인력이 풍부하고 글로벌 차원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단일 광역경제권으로 기능할 수 있는 경쟁력이 충분하다.”
‘충청권 메가시티’ 구축을 추진 중인 김태흠 충청남도 도지사는 11월23일 인터뷰에서 “충청권을 인구 560만 명 덴마크 정도의 단일 경제권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충청남도와 충청북도, 대전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등 충청권 네 개 시도 광역자치단체는 2020년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 형성 논의를 거쳐 올해 1월 ‘충청권 특별지방정부 합동추진단’을 출범시키는 등 초광역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김 지사와 김영환 충청북도지사, 이장우 대전광역시장,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은 11월 13일 ‘충청권 메가시티 선포식’을 열어 △행정·교육·재정 등 권한 이양 △수도권 공공기관·대기업·대학의 이전 지원 등을 촉구했다. 김 지사는 “메가시티는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큰 틀 속에서 봐야 한다”면서 “수도권도 메가시티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높여야 하지만,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는 지방 메가시티 건설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국을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광주·호남, 충청권 등 대여섯 개로 통합해서 수도권에 편중된 인구·산업들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충청지방정부연합을 통한 발전 방향은.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 경제, 문화, 인프라 등을 분산시켜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고, 서울과 수도권을 벗어나도 살기 좋은 지방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충청권 특화 전략산업을 육성해 4차 산업혁명 시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광역 교통망 구축을 통해 충청권 네 개 시도 내 거점 도시 간 30분, 전 지역을 50분 내로 연결하는 ‘3050 광역생활경제권’을 구축하려고 한다. 충청권을 인구 560만 명 덴마크 정도의 단일 경제권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의 대학과 대기업이 충청권으로 이전할 수 있고 지역 인재 양성과 일자리 창출 등 자립적인 경제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다.”
충청지방정부연합은 네 개 시도 광역자치단체의 단일 행정단위 통합을 의미하나.
“메가시티 구축이 행정 통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광역지자체가 광역 협력사무에 대해 통합 행정을 수행하면서, 별도의 의사 결정권을 가지는 협력 거버넌스에 해당한다. 행정단위 통합은 메가시티 구축 후에 논의돼야 할 사항이다.”
메가시티에서 어떤 행정 서비스가 제공되나.
“관광, 환경, 문화, 스포츠 등 공통 사무의 통합 운영으로 행정 서비스 효율을 높이고, 교육, 의료 등의 복지 인프라도 확충할 계획이다. 저출산·고령화 및 지역 인재 유출에 따른 지방 소멸 등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를 함께 극복하려고 한다.”
행정단위 통합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2024년 7월 충청지방정부연합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광역경제생활권의 성공적인 구축으로 충청권 메가시티가 안정화 및 지속화에 성공하면 네 개 시도 행정 통합 검토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중앙정부와의 협력 체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국가 균형 발전 및 자치분권 지원 관련 국회 상설특별위원회 설치를 건의하고, 중앙정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협약식도 추진할 계획이다. 관계 부처와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
수도권 등 다른 지역과 비교해 단일한 광역경제권으로 기능할 수 있는 충청권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충남의 인구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5762만2000원으로 울산(6939만2000원) 다음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광역권 대비 인적자원의 경쟁력과 과학기술 인력이 풍부하고 글로벌 차원의 R&D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이점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 미래 모빌리티, 첨단 바이오헬스 산업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로 ‘초광역 도심항공교통(UAM)’을 구축할 계획이다. 육상교통에 이어, 하늘길도 연결해서 광역 교통 체계를 완성하는 등 혁신성장 거점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충청권이 단일한 광역 경제권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도시·농촌 간 불균형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충청권 메가시티를 통해 도시 경쟁력이 강화된다면 도농 간 불균형 해소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고, 발전될 수 있었던 부분은 동일 경제·생활권 및 인프라 구축에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 경기, 인천이 얽히고설켜 교통망이 촘촘해지고, 경제·생활권을 공유하다 보니, 수도권이 발전할 수 있었다. 메가시티를 통해 충청권의 광역 교통망이 구축되면 각 지역 특징과 특색을 살려 산업, 관광, 문화 등 분야별 성장 동력을 발굴해 균형 발전을 이룰 것이다. 메가시티로 도시 경쟁력과 지역별 맞춤형 발전을 꾀하면 도농 간 불균형은 점차 해소될 것이다.”
다른 나라의 메가시티 전략 중 충청권 메가시티의 참고 사례로 눈여겨보는 것이 있나.
“한국의 특별지자체 제도는 일본의 ‘간사이(關西)광역연합(이하 간사이연합)’을 참고해 설계됐다. 간사이연합은 일본의 수도인 도쿄로 인구와 일자리가 집중되자 오사카 지역에서 위기의식을 느껴, 지자체들이 뭉쳐야 산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2010년 초에 만들어진 간사이연합은 자체적으로 의사 결정 기구를 만들고, 산업 발전, 환경 보전, 관광, 문화, 스포츠, 자격시험, 면허 등 7개 사무를 협력하고 있다. 간사이연합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정부 기관의 이전을 추진했고, 2025년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를 공동 개최할 예정이다. 개별 지자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성과로 이뤄내고 있다.”
지역에서의 메가시티 성공을 위해서는 경제정책 수립에 대한 중앙정부의 기능이 상당 부분 지방으로 이양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앙정부는 외교·안보나 이해 갈등의 조정 권한만 갖고, 지방에 재정과 교육, 행정 등의 획기적인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 지방 의료 재건을 위해 지방 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지방 우선 할당, 수도권의 대기업·대학·공공기관 이전 등을 검토해야 한다. 예비 타당성 조사, 중앙 투자 심사 등도 개선해야 한다. 사업의 정책, 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면밀하게 검증·평가하는 제도로, 예산 낭비 방지 등을 위해 필요하지만, 과거 20여 년 전 제도가 수립됐을 당시와 비교한 물가 상승, 사업 규모 확대 등을 감안해 개선될 필요도 있다. 지방정부로의 권한 이양은 국가 균형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다.”
메가시티 서울 논의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수도권은 이미 인구 2600만 명의 세계적인 메가시티이고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지방 메가시티 건설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이다. 기업, 교육, 산업, 기반 시설, 의료, 문화 등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과 역량이 지방으로 이전되어야 하며, 이것이 선행될 때 균형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