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시부야 편의점 냉장 진열대에 
놓인 과일향 첨가 소주. 사진 이민아 기자
일본 도쿄 시부야 편의점 냉장 진열대에 놓인 과일향 첨가 소주. 사진 이민아 기자

“일본 전국 어느 편의점에 가도 참이슬을 볼 수 있다.”

11월 1일 일본 도쿄 롯폰기역에서 약 50m 거리에 위치한 하이트진로의 일본 법인 ‘진로’에서 만난 유보형 법인장은 “편의점에 가보면 참이슬의 위상을 알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보형 하이트진로 일본 법인장
고려대 불어불문학, 전 하이트진로 미주지역팀장·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팀장·유럽아프리카팀장·
신시장개척팀장, 전 하이트진로 중국 법인장 사진 이민아 기자
유보형 하이트진로 일본 법인장
고려대 불어불문학, 전 하이트진로 미주지역팀장· 아시아오세아니아지역팀장·유럽아프리카팀장· 신시장개척팀장, 전 하이트진로 중국 법인장 사진 이민아 기자

실제 도쿄 시부야, 롯폰기 등에서 일본 3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 로손 매장을 둘러보니, 참이슬 시리즈가 냉장 매대에 진열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 내에서 현지화에 성공한 한국 기업으로 꼽힌다. 하이트진로는 1979년 처음으로 일본에 소주를 판매하고, 1988년에 ‘진로재팬’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확장에 나섰다. 이후 2012년 ‘진로’로 사명을 바꿨다. 해마다 일본 법인 매출은 증가하고 있는데, 2022년에는 849억원으로 다른 나라의 하이트진로 법인들에 비해 가장 매출액이 컸다. 유 법인장을 만난 붉은 벽돌 건물 앞에는 ‘JINRO(진로)’라는 글자가 큼직하게 적혀있었다. 건물 유리 통창 너머로 친숙한 진로 두꺼비 모형들이 서 있었다. 한국 인기 술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 두꺼비는 일본 도쿄 최대 한인타운인 신오쿠보에서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는 지난 2020년 하이트진로 일본 법인장으로 취임해 일본 법인을 이끌고 있다. 1992년 하이트맥주 입사 후 30년 넘게 회사에 다녔다. 이후 하이트맥주 수출 팀에서 다양한 대륙으로의 수출 전략을 세웠고, 2017년 중국 법인장을 역임하다 3년 후 일본 법인으로 건너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과거와 현재, 한국 소주의 일본 내 인지도는 어떻게 달라졌나.
“일본에서 참이슬 인지도는 2018년 10.3%에서 5년이 지난 2022년 51.5%로 집계됐다.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편의점 공급률과 매대 배치 변화를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편의점은 진열 공간이 매우 협소해 잘 팔리는 제품 위주로 입점시킨다. 그 가운데 냉장 진열대에 배치되는 건 더 경쟁이 치열하다. 냉장 진열은 편의점 입점 제품 가운데서도 회전율이 높아야 가능한데 참이슬은 일본 대부분 편의점에서 냉장 진열이 돼 있다. 슈퍼마켓, 드럭스토어, 편의점 등 일본 가정용 시장은 약 9만8000개 점포가 있는데, 우리 일본 법인은 9만2600개 점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 중 참이슬은 7만2300개 점포에 공급되고 있다.”

달라진 인지도, 또는 위상을 체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나.
“일본 주류 회사 모임에 참석했더니, 큰 회사들을 모아놓는 그룹에 진로를 배치해놨더라(웃음). 또 일본 현지 지인의 자제가 대학생인데 참이슬 마스카토(청포도)를 들고 방에 들어가 게임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일본에서 참이슬이 인기를 얻은 계기가 된 제품이 있나.
“일본에서 참이슬이 인기를 얻는 계기가 된 것은 과일 향 소주다. 진로는 지난 2016년 ‘자몽에이슬’을 시작으로 ‘청포도에이슬’ ‘자두에이슬’ ‘딸기에이슬’을 출시하고 작년엔 ‘복숭아에이슬’을 출시했다.”

인기를 얻은 이유가 뭘까. 특히 젊은 층에서 좋아한다고 들었다.
“젊은 대학생들은 맛있으면서도 가성비가 좋은 술을 찾는데 참이슬 시리즈가 바로 그런 술이다. 280엔(약 2400원)에서 310엔(약 2600원) 사이의 적당한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데, 참이슬보다 도수가 낮은 500mL 맥주 한 캔이 250엔(약 2100원)에서 320엔(약 2700원) 사이임을 감안하면 저렴하다. 과일향 첨가 참이슬의 알코올 도수는 13도지만, 맥주는 5도, 소주는 25도쯤 된다. 13도의 도수와 달콤한 과일 향은 술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이들이 마시기에도 무겁지 않은 느낌을 준다. 또 일본 소주가 대부분 700mL인 반면, 360mL인 참이슬은 부담없는 양이다.”

참이슬 제품군을 추가할 생각도 있나.
“추가하는 것이 이상적이나, 재고 관리와 생산 등이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 일단 하이트진로 일본 법인은 참이슬의 도수가 부담되는 소비자를 위해 탄산을 가미한 저알코올(알코올 도수 5도) 참이슬톡톡 브랜드를 출시하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포도, 자두, 파인애플, 석류 등 다양한 맛으로 제품을 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올해 말에는 관련 제품으로 신개념 막걸리를 출시할 준비 중에 있다.”

최근 일본 젊은 세대 사이 번지는 한류(韓流) 열풍도 참이슬 판매에 영향을 줬을까.
“지난 2019년 이후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서 머물며 한국 드라마를 보는 젊은 층이 늘어난 것도 참이슬의 인기를 더해준 요인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초록 병’에 대한 인식이 ‘멋진 것’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초록 병을 세련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 드라마를 패러디한 광고 영상을 2022년에 제작했는데, 호응이 좋아 유튜브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제작한 이 영상에는 주인공들이 음식과 소주를 곁들이는 장면이 나온다.”

Plus Point

한국선 두꺼비, 해외선 소주 칵테일
진로, 국내와 다른 현지 SNS로 차별화

하이트진로의 
일본 인스타그램 계정. 
사진 하이트진로 SNS
하이트진로의 일본 인스타그램 계정. 사진 하이트진로 SNS

하이트진로의 대표 소주 브랜드 진로와 참이슬. 한국에서는 하늘색, 분홍색 두꺼비 캐릭터로 무척 친근하다. 오동통한 두꺼비가 병 표면에 귀엽게 붙어있고, 술 판매량이 많은 식당에 가면 통통한 배를 두들기고 있는 듯한 두꺼비 모형이 놓여있다. 이 두꺼비는 한국에서는 진로 소주의 오래된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인기를 한층 더하는 존재다. 그런데 하이트진로는 해외에서는 두꺼비를 잠시 넣어두고, ‘소주 칵테일 레시피’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 인스타그램 계정이 대표적이다. 소주로 만드는 ‘무지개 참이슬’, 레몬티 참이슬 슬러시, 참이슬 모히토 등의 소주 활용 주류를 제조하는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일본 진로 계정은 주류뿐 아니라 소주를 활용한 요리법이나, 재미있게 소주를 즐길 방법도 소개한다. 참이슬에 절인 수박 조각, 크래커 위에 마시멜로를 얹고 그 속을 파서 소주를 따라 마시는 ‘마시멜로 소주잔’ 등은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소주 활용법이다. 하이트진로가 해외향 소셜미디어(SNS)를 ‘레시피 북’처럼 활용하고 있는 이유는 외국인들이 소주에 대해 느끼는 생소함을 줄이기 위해서다. 특히 일본은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849억원의 매출을 냈을 정도로, 소주 판매액이 가장 큰 나라다. 

실제 소주의 수출은 K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증가하는 추세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초록 병을 앞에 두고 작은 잔에 투명한 술을 따라 마시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이 종종 연출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인기가 시들해진 과일소주의 인기가 해외에서는 대단하다. 한국 시장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딸기에이슬’ 등은 해외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전 세계 80여 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 중이다. 2022년 기준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액은 약 1억2000만달러(약 1554억6000만원)였다. 이는 1년 전보다 약 16% 증가한 수치이며, 역대 최대 소주 수출액이었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액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7% 늘었다. 

특히 미주 지역이 82%, 유럽·아프리카 지역이 3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의 해외 법인 매출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22년 6개 해외 법인의 매출은 2030억원으로 연평균 성장률(CAGR) 13%를 기록했다. 100억원 이상 연 매출을 낸 해외 법인으로는 일본(849억원), 미국(491억원), 중국(410억원), 베트남(129억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