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사회학, 제39회 사법시험 합격, 전 수원지검 검사,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 8부 검사, 전 대구지검 형사3부 수석검사, 제18대 대선 문재인 캠프 반부패특별위원회 위원, 20~21대 국회의원, 21대 국회 전반기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21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원회 위원장 사진 백혜련 의원실
‘자본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갑(甲)들의 갑을 감시하는 곳.’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는 정치·행정의 핵심 부처를 관할하는 상임위원회다. 시장 독과점과 불공정 경쟁을 막는 ‘기업 저승사자’ 공정거래위원회부터 금융사 잡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금융위), 주요 정책을 총괄 및 조정하는 국무조정실까지 모두 정무위 소관이다. 쟁쟁한 권력 기관을 견제하는 정무위원, 특히 위원장에게 고도의 전문성과 판단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21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 위원장은 2011년 말 ‘검사 백혜련’으로 정치권에 처음 등장했다. 광우병 보도 논란과 검찰의 언론 수사, ‘벤츠 여검사’ 사건 등 검찰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진 때였다. 내부 통신망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무너졌다”며 사직한 백 검사를 이듬해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이 영입했다. 2012년 총선, 7·30 재보궐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2016년 수원을(乙) 지역구 의원으로 원내 입성했다. 이번 총선을 넘기면 ‘수도권 3선’ 고지에 오른다.
임기 마지막 국정감사를 마친 백 위원장을 국회에서 만났다. 그는 “국감이 이념 논쟁이나 정쟁 소재로 격화하지 않도록 위원장으로서 중심을 잡는 데 굉장히 신경 썼다”고 했다. 국감 최대 화두로는 ‘가계 부채’와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을 꼽았다.
재계와 금융계에선 기촉법 일몰 연장에 애를 태우고 있다. 기촉법은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워크아웃)을 통해 빠른 회생을 돕는 법이다. 10월 15일 기한 만료로 일몰된 후 방치 상태다.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제대로 된 논의가 없었다. 11월 21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선 타 법안에 밀려 아예 다루지도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법이 △시장 기능에 의한 구조조정이 작동할 때까지 한시 도입됐으며 △채권단 이해관계가 복잡해 워크아웃 개시가 어려워지고 △일부 채권자의 재산권·평등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특히 법원과 정부가 우선 합의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법원은 이미 기업회생 관련 절차가 있고 ‘재산권 침해’ 논란도 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올해 7월 법안 심의 때 위헌성을 이유로 반대 의견도 냈었다. 반면 금융위는 ‘법원 회생절차’ 자체가 주는 낙인효과가 워낙 크고, 신속한 워크아웃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법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정무위에서도 여야 모두 법원·정부 간 의견 조율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백 위원장도 이런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기업과 경제 전반의 위기를 고려해 기촉법의 ‘한시적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촉법을 한시적으로 추가 운영하며 법원의 회생 영역과 조정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무위 국정감사를 운영하며 가장 신경 쓴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민생을 챙기는 국감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념 논쟁이나 정쟁 소재로 분위기가 격화하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데 집중했다. 주요 화두인 ‘가계 부채’ 관련해선 금융 당국이 올해 초 정책금융상품으로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과 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오히려 가계 부채 증가의 주범이 됐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정부의 모순적인 행보에 대한 지적도 많이 나왔다.”
금융위가 총부채상환비율(DSR) 규제 적용 범위를 넓히는 등의 ‘가계 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는데.
“문제는 전세대출을 DSR 적용 범위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서민 대출을 제한했을 때 불법 사금융으로 몰릴 위험이 있고, 취약 차주가 타격받게 되면 그 리스크의 범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굉장히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공동담보’와 ‘쪼개기 대출’을 악용해 다수 세입자에게 800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힌 ‘수원 전세 사기 사건’에 대해 당국의 적극적 대응과 법원·국토부와의 협업을 촉구했다.”
기촉법 일몰 연장이 시급하다. 여야 간 이견도 있지만, 국회는 법원과 정부의 합의가 우선이라고 한다.
“아직 금융 당국과 법원의 입장차가 크고, 논쟁의 소지도 해소가 안 됐다. 그런데 일몰 이후 협력업체로의 부실 전이 등 당초 우려했던 상황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다. 조선이나 항공 같은 수주·수출 산업은 회생 신청 시 기존 계약이 해지돼 영업 활동이 곤란해지고, 상거래 대금 지급이 정지돼 기업의 부실이 협력업체로 전이될 위험도 있다. 기업 상황에 맞게 구조조정 수단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고, 협력 업체의 연쇄 부실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한계 기업 비중이 역대 최고치다. 정부도 줄도산 우려를 고려해 재입법을 추진한다는데.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최근 수원과 부산 회생법원이 설립돼 기업회생절차가 신속하게 운영되고 있다. 지방법원 파산부가 담당하던 사건을 회생법원이 처리하면서 업무 처리 속도도 빨라졌고, 전문법원의 판단을 받으려는 당사자의 요구도 충족시켜 기촉법의 필요성이 옅어졌다. 그러나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촉법을 한시적으로라도 좀 더 운영하며 법원의 회생 영역과 조정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10월 말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회 상임위원장 간담회에서 ‘공매도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정부도 공매도 금지를 발표했다.
“불법 공매도는 엄단하고 뿌리를 뽑아야 하므로 대통령께 직접 건의했다. 그러나 당국이 갑자기 발표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어떤 기준과 절차로 결정된 것인지는 의구심이 든다. 의도는 차치하고 시장에 불안감을 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제도 개선과 정부에 대한 신뢰가 필수다. 공매도 규제 방향은 크게 ‘불법 공매도 엄벌’과 ‘시장 투명성 및 형평성 확보’가 돼야 한다. 불법 공매도를 실시간으로 차단할 전산 시스템도 필요하다. 특히 수수료 체계 산정이나 담보금 설정 때 개인 투자자와 기관·외국인 투자자 간 불합리한 장벽이 있다는 비판이 많다.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개인 투자자에게 공정한 환경을 구축해 줘야 한다.”
백 위원장 인터뷰 이후인 11월 16일 정부와 여당은 공매도와 관련,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를 할 경우 빌리는 주식 금액 대비 보유해야 하는 담보 총액 비율을 120%에서 105%로 낮추고, 기관·외국인이 빌린 주식을 돌려줘야 하는 기간을 기존 1년에서 개인과 동일한 ‘90일+연장’으로 단축하는 내용이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해선 야당 내에서도 이견이 있다. 위원장의 생각은.
“산업은행 이전의 목적은 국가균형발전이다. 약 300조원의 자금을 시장에 지원하는 정책금융기관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는 부작용은 없는지, 국가균형발전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런 조사가 너무 부족하다. 국회와의 소통은 물론 노사 합의도 없다. 이전 로드맵 작업도, 타당성 검증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문제는 산업은행에 국한된 게 아니다.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다른 정책 금융기관에까지 도미노처럼 번질 가능성이 있다. 과학적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한 논의를 먼저 해야 한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야당 승리로 끝났다.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일까.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긴 건 윤석열 정부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에 따른 결과다. 그러나 총선까진 5개월이 남았다.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가 총선 결과로 이어질 거란 전망은 매우 섣부르고 위험하다. 총선을 치르려면 무당층 비율이 30%에 달하는 지점에 대한 깊은 고민과 전략이 필요하다. 정치 불신이 크다는 방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정치 불신의 시대에 정치 효능감을 높이기 위해 민생 중심의 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