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서울대 법학,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변호사시험 4회 사진 법무법인 광장
원혜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서울대 법학,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변호사시험 4회 사진 법무법인 광장

2016년 넷플릭스의 상륙은 국내 콘텐츠 제작·유통 업체에 엄청난 위기감을 안겼다. 이전까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무료로 제공하며 이용자 수를 늘려나가던 지상파 방송사(푹·POOQ), 이동통신사, CJ헬로비전(티빙), 왓챠(왓챠)는 새로운 생존 전략을 짜야 했다. 인력과 인프라에 집중 투자해 수준 높은 자체 콘텐츠를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에 일대일로 맞서기는 쉽지 않았다.

이에 2019년 1월 SK텔레콤이 콘텐츠 제작 능력이 우수한 지상파 3사(KBS·SBS·MBC)와 손잡고 단일 브랜드로 통합하기로 한다. 이 브랜드가 현재 유료 가입자 수 440만 명을 보유한 토종 OTT ‘웨이브(WAVVE)’다. 같은 해 4월 SK브로드밴드가 자체 OTT 플랫폼 ‘옥수수’ 사업 부문을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3사 합작법인(콘텐츠연합플랫폼)에 양도했고 SK텔레콤이 콘텐츠연합플랫폼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30%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본 계약이 체결됐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는 계약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웨이브를 출범시키려고 했다. 넷플릭스가 이미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었던 데다 디즈니플러스도 국내 서비스 시작을 예고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이 거래와 관련한 주무 부처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3개였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까지 통과해야 했다. 웨이브를 선보이는 시점이 너무 늦어질 경우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어려울 것이란 위기감이 컸다.

이 건을 맡은 법무법인 광장 기업 자문 그룹은 이례적으로 5년 차인 원혜수(변호사시험 4회) 변호사를 합류시켰다. 통상 경력 최소 10년 이상의 변호사들이 담당하는 규모의 사안이었지만, 광장은 원 변호사가 입사 3년 차에 1조원대 영업양수도 거래를 마무리한 점을 높이 샀다. LS그룹 계열사 LS오토모티브의 사업 사실상 전부와 LS엠트론의 동박·박막 사업을 미국계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양도하는 거래였다. 애초 주식양도 거래였던 것이 영업양도로 변경되며 검토해야 할 쟁점이 많아졌지만 무사히 마무리했다.

웨이브 거래에서 원 변호사는 양측과 수정 의견을 수차례 주고받으며 계약서를 수정하는 역할을 했다. 사실상 파트너 변호사가 하는 수준의 업무를 맡아 실무를 주도한 것이다. 원 변호사를 비롯한 광장 기업 자문 그룹이 밤낮으로 매달린 끝에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까지 약 4달 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2019년 9월 웨이브가 정식 출범하며 업계는 “넷플릭스에 대항할 국내 OTT 업계의 통합 플랫폼이 탄생했다”며 반겼다. 원 변호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국내 토종 OTT의 생존 문제가 걸려 있어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며 “기념비적이고 최초의 거래에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합작한 
OTT ‘웨이브(왼쪽)’와 
CJ ENM의 ‘티빙’. 
사진 웨이브·CJ ENM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합작한 OTT ‘웨이브(왼쪽)’와 CJ ENM의 ‘티빙’. 사진 웨이브·CJ ENM

웨이브 이어 티빙 합작법인 설립도 참여

공교롭게도 웨이브와 함께 양대 토종 OTT로 불리는 ‘티빙’이 세상에 태어나는 과정에도 원 변호사가 관여했다. 웨이브가 출범한 2019년 9월, CJ ENM과 JTBC스튜디오는 격변하는 국내 OTT 시장에 대응해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CJ ENM이 티빙을 물적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면 JTBC스튜디오가 티빙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인수해 양사 합작법인을 출범하는 방식이다. 거래 과정에서 JTBC스튜디오의 신주 인수 비율이 낮아지고 거래 구조가 변경되며 공정위에 제출한 기업결합 신고도 철회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러나 원 변호사는 원활하게 계약을 마무리했다. 티빙의 유료 가입자 수는 8월 기준 540만 명이다.

이후 티빙은 KT스튜디오지니의 시즌과 또 한 번 통합하면서 토종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웨이브와 티빙 출범 그리고 티빙과 시즌의 합병이 국내 OTT 역사에 기록될 만한 큰 규모의 딜로 꼽힌다. 원 변호사는 “국내 OTT 산업 발전과 함께한 것 같아 감회가 남다르다”며 “직접 참여한 딜로 인해 국내 OTT 시장에 활력이 생겼고, 해당 OTT 기업들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웨이브와 티빙을 포함해 원 변호사가 2019년부터 2년간 성사시킨 인수합병(M&A) 거래 15건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9조6000억원에 달한다. 주요 거래로는 △칼라일 프라이빗에쿼티(Carlyle PE)의 카카오모빌리티 투자 △LG생활건강의 GSK 피지오겔(아시아·북미) 브랜드 양수 △SK머티리얼즈의 한유케미칼 인수 △LG·LG전자의 ZKW 인수 △SK의 SK해운 매각 등이다. 

경력에 비해 굵직한 사건을 잘 마무리한 경험이 많다 보니, 다른 로펌에서도 영입전을 펼칠 만큼 탐내는 인재가 됐다. 로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 변호사에 대한 몸값이 정말 높아졌다”며 “광장에서 원 변호사를 지키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고 귀띔했다. 원 변호사는 다수 딜을 성사시킨 뒤 미국 하버드대로 LLM(법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크로스보더(국경 간) M&A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M&A 성공은 역지사지 자세에서…법제 변화도 주시해야”

원 변호사는 M&A 변호사들이 가져야 할 덕목으로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꼽았다. 그는 “자문을 하면서 늘 ‘의사 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고민한다”며 “단순 물어보는 사항만 보고 법률 이슈를 설명하는 건 쉽지만, ‘이 시점에 왜 이 조치를 해야 하는지’ ‘주제는 무엇인지’ 등 적극적으로 임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기계적으로 답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딜을 만들어 나간다는 자세로 임하다 보니, 한 번 연을 맺게 되면 오래 이어진다”며 “그렇다 보니 한 기업의 모든 과정을 알게 돼 자연스레 이해도가 올라가고 좋은 결과를 낳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앞으로 M&A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본 원 변호사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주시하고 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회사 주식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 주주가 M&A를 진행할 때 일반 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 청약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25~49% 수준의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가 회사를 팔 때 일반 주주에게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해야 한다. 지배주주와 불투명한 거래를 통해 일부 지분만으로 기업을 인수해 일반 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약탈적 기업 M&A를 막기 위한 조치다.

원 변호사는 “M&A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지배 지분만 가져오면 됐던 기존 상황에서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이라며 “의무공개매수제도가 무사히 도입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M&A 분야는 이런 법제 변화가 다른 분야에 비해 활발하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며 “도입되면 고객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선제적으로 의견을 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기 때문에 면밀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