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챗GPT가 세상에 공개되며 은행권에서도 생성 AI(Generative AI) 도입이 주요 과제가 됐다. 은행권은 모든 업무에 생성 AI를 최대한 적용하려고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금융 소비자는 개인화되고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 기대한다.”
우리은행의 인공지능(AI) 부문을 이끄는 김선우 AI사업부 부장은 11월 15일 서울 중구에 있는 우리금융그룹 디지털타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김 부장은 “현재 AI뱅커라고 하면 키오스크에 가상인간이 나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안내해 고객이 원하는 정보에 대답하는 정도다”라며 “앞으로 생성 AI가 적용된 AI뱅커가 나온다면 고객 의도를 파악한 후 고객이 원하는 것 이상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AI 서비스 고도화는 거스를 수 없는 은행권의 주요 과제가 됐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금융거래가 활성화하고 디지털 전환까지 맞물리면서 은행권의 AI 도입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신용정보원은 국내 금융 AI 시장이 2026년까지 매년 38%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AI는 금융 산업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결괏값을 도출하는 만큼 인간보다 객관적이고 효율적이다. 가령 은행이 대출을 내줄 때 매기는 개인이나 기업의 신용 점수를 AI는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이상 거래 탐지나 자금 세탁 방지 등 위험관리에도 AI가 사용될 수 있다. 이외 각종 서류를 자동으로 분석하거나 분류하는 등 은행 업무 전반에서 AI는 효율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을 비롯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중장기 전략으로 AI 서비스 고도화를 꼽는다.
우리은행 역시 AI 고도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그 속도가 다른 시중은행 대비 빠르다. 우리은행은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생성 AI를 활용해 금융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AI뱅커’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우선 적용되는 업무는 맞춤형 예·적금 상품 상담과 목돈 마련 도우미다. 내년 1분기 중 일반 고객이 우리WON뱅킹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출시할 예정인데, 다른 시중은행보다 한걸음 빠르다는 게 업계 평가다. 또 우리은행은 은행 중 유일하게 내부적으로 AI를 활용한 ‘시장분석시스템’을 만들어 구축 중이다.
김 부장은 SK C&C, IBM, 현대카드 등을 거치며 2017년 우리은행에 입행했다. SK CNC에서 테크니컬 아키텍트로 10년 넘게 일한 베테랑 기술자이며 IBM에서 테크니컬 컨설턴트로 일하며 다양한 산업군을 대상으로 관리 기술에 대한 컨설팅을 했다. 이후 현대카드에 입사하며 금융권에 발을 들였다. 김 부장이 금융권으로 오게 된 계기는 금융 산업의 경우 기술 도입이 가장 느린 만큼 할 수 있는 과제가 많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다음은 김 부장과 일문일답.
AI사업부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은행의 모든 AI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우선 고객의 은행 서비스를 봐주는 ‘AI 챗봇’을 운영하고 고도화하고 있다. 이제 은행에 전화하면 바로 상담사가 받지 않고 AI가 안내하는데, 이런 ‘상담봇’도 고도화하고 있다. 또 AI가 시장 지수를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고 자산 관리를 하는 시장분석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현재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생성 AI 고도화다. 생성 AI는 지금까지 말한 AI 사업들에 모두 적용돼 두뇌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기존에는 분석 AI가 AI 사업에 사용됐다면 앞으로는 고도화된 생성 AI가 다양한 AI 사업에 접목될 예정이다.”
생성 AI와 분석 AI의 차이는 무엇인가.
“분석 AI는 주어진 것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기술이라면, 생성 AI는 역으로 필요한 답을 찾아서 제시하는 기술이다. 그림으로 비유하면 분석 AI는 고양이 그림을 보여주면 기존에 학습한 대로 해당 그림이 고양이일 확률을 따져 고양이라고 판단한다. 반면 생성 AI는 고양이 그림이 갖고 싶다고 말하면 고양이 그림을 생성해준다. 생성 AI는 기존부터 계속 있었으나 그간 금융권은 분석 AI 개발에 집중해 왔었다. 금융권에서 본격적으로 생성 AI가 논해진 건 지난해 11월 챗GPT가 공개된 이후다. 금융 산업의 경우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리다. 그러다 보니 생성 AI에 관한 논의도 비교적 최근에 이뤄지고 있고 현재 모든 은행권이 생성 AI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생성 AI 고도화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생성 AI 고도화에는 두 가지 축이 있다. 첫 번째는 AI를 적용하는 범위를 확대하는 거다. 우리은행의 최종 목표는 모든 은행 업무에 AI 서비스를 적용하는 것이다. 다만 순서상 안전하게 가야 하는 만큼 위험 요소가 적은 부문부터 생성 AI를 적용하고 있다. 예·적금, 펀드, 대출, 부동산순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생성 AI를 활용해 예·적금을 추천하는 AI뱅커 서비스를 내년 초 출시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거다. 최신 오픈소스에 우리은행만의 고유한 업무 지식을 계속해서 학습시켜 고객 질문에 관해 AI가 정확하고 자세하게 답변하도록 고도화하고 있다.”
AI뱅커 시스템에 대해 설명해달라.
“AI뱅커는 생성 AI를 활용한 AI은행원이다. 은행원도 직무가 많은데 다양한 직무를 도와주는 역할을 AI뱅커가 할 것이다. 가령 상담사를 도와주면 AI 상담원이고, 프라이빗뱅커(PB)를 도와주는 AI는 AI PB다. 이번에 출시할 AI뱅커는 챗봇에 생성 AI를 접목한 것이다. 기존 챗봇은 분석 AI를 활용한 만큼 미리 준비된 다양한 답 가운데 고객 질문과 가장 부합하는 답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생성 AI를 활용한 챗봇은 고객의 질문 의도를 파악해 AI가 새롭게 답변을 만들어 낸다. 다만 무조건 생성 AI 챗봇이 분석 AI 챗봇보다 나은지는 고민할 지점이다. 만약 미리 준비된 답이 잘돼 있다면 분석 AI가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답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질문은 생성 AI가 답하는 게 능률적인 만큼, AI사업부에서도 생성 AI 챗봇이 더욱 똑똑한 답을 하도록 고도화 해나가고 있다.”
AI 활용에 가장 큰 방점을 찍는 사업은.
“AI PB의 고도화다. 우리은행은 AI를 단순 상품 추천을 하는 재무 설계를 넘어 고객 일생에 걸친 재무관리까지 활용하려고 한다. 고객의 재무관리는 은행의 주요 역할이긴 하나 현재 PB 서비스의 경우 고액 자산가에게 맞춰져 있다. PB 서비스 자체가 사람이 일대일로 관리하는 만큼 모든 금융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만 AI PB가 도입되면 일반 고객의 재무관리도 AI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고액 자산가가 아니더라도 AI가 일대일로 24시간 자산을 관리해 주는 것이다. AI PB의 경우 이르면 내년 말 늦으면 2025년 상반기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은행권 내부 통제가 큰 화두다. AI로 해결할 수 있는가.
“AI는 방대한 데이터 중 이상 패턴을 찾아내는 것에 특화된 만큼 내부 통제에서도 능률적이다. 우리은행은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 AI 검사 챗봇을 운영 중이다. AI 검사 챗봇은 분석 AI가 5700여 건의 사례나 규정을 분석한 후 353건의 시나리오를 설계해 자연어 처리한 챗봇 서비스다. AI 검사 챗봇을 발생 빈도가 높은 일상 감사 업무에 우선 적용했다. AI 검사 챗봇은 일상 감사 대상 업무에 관해 직원의 자연어 질의를 사전·사후 감사 대상으로 판별하고 관련된 정보를 안내해 위험 노출을 줄인다. AI 검사 챗봇은 11월부터 검사 본부 전반에 확대할 예정이다. 향후 생성 AI가 내부 통제 적용되면 내부 통제 기능은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AI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할수록 고령층, 장애인 등 금융 소외 계층의 금융 서비스 접근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술 발전의 과도기 단계라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과도기 단계의 뜻은 ‘은행 영업점에서 하는 일을 앱으로 하세요’라고 금융 소외 계층에 강제해 이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지금의 사용자 경험 및 환경(UX·UI)은 금융 소외 계층에 어렵다. 금융 소외 계층은 앱을 통해 원하는 은행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항목을 눌러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AI를 활용해 언어로 해결하는 것이다. AI 스피커가 좋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AI 기술이 고도화되면 금융 소외 계층이 영업점을 방문하는 것보다 편리하게 은행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