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자산 관리 회사(WM)들은 거시경제, 지정학, 규제 불확실성에 비용 증가 부담 및 마진 압박을 받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회복탄력성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 규모는 2024년 500조달러를 넘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다섯 배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별로 현재 가장 많은 자산이 몰린 곳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최대 40%)이며, 그중에서도 중국(약 20%)이 단연 선두다. 운용 자산(AUM) 규모는 향후 5년간 연평균 약 8% 증가해, 세계 GDP 성장률을 두 배 이상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듀크대 푸쿠아 경영대학원 석사
풍부한 경험 무장한 자문 서비스 제공
고객 니즈와 시장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WM들은 더 이상 시장 호황에만 기대 운용 자산을 늘리기가 어렵게 됐다. 지난 10년간 운용 자산 증가분의 70% 이상은 시장 호황의 결과였고, WM 자체의 유기적 성장에 따른 증가분은 30%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로 풀서비스 투자자문사에 대한 미국 투자자 만족도는 2022년 한 해 17포인트 떨어졌는데, 같은 기간 미국 S&P500 주가지수가 20% 하락한 것과 움직임이 일치한다. 하지만 WM들은 시장의 수익률은 거의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 이외의 자문과 고객 생애 주기 지원 등 다른 수단을 활용해 고객 만족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운용 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보유 자산을 축적하는 대신 처분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속속 은퇴 연령에 도달하는 만큼, WM 자문의 범위는 전반적 퇴직 소득뿐 아니라 건강보험, 장수, 심지어 치매 치료 보장 상품까지 포함하도록 확대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조사 결과 50세 이상 미국인 중 80%가 은퇴 후 의료보험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고객 생애 주기 중 가장 중대한 시기에 금융·비금융 자산 및 부채를 통합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게다가 딜로이트가 최근 스위스 은행 부유층 고객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이들은 더 우월한 옴니채널 자산 운용 경험을 더 낮은 비용에 이용하기를 원했다. 이 가운데 셀프서비스 플랫폼이 부유층뿐 아니라 투자 가능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층 최초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고객 생애 주기의 중대한 시기에 자산 관리 여정을 지원하는 능력은 여전히 WM의 차별점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데이터와 애널리틱스를 활용해 효율적인 고객 분류 전략에 기반한 개인 초맞춤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또한 젊은 층 고객을 확보하려면 WM 인력 또한 젊어야 한다. 하지만 자산 관리 컨설턴트 중 약 37%가 앞으로 10년 내 은퇴 예정이고, 3년 미만 경력의 신입 컨설턴트 중 72%는 업계에 남을 의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WM들은 채용 정책을 수정해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신입 컨설턴트들에게 충분한 성장 기회를 제공해 이들이 업계에서 성공할 가능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비용 절감·고객 관계 강화 초점 맞춘 플랫폼 재정비
최근 조사 결과, WM 68%는 수익 대비 비용 최적화와 규제 준수를 가장 중요한 단기 사업 과제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제삼자 파트너를 모색하는 WM이 늘고 있다.
글로벌 WM 및 프라이빗 뱅킹(PB)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 핀테크, 증권사, 수탁은행 등과 협력하여 기술 인프라를 현대화하면서 고객 관계 강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상품 및 서비스에 내부 자원과 시간을 집중하겠다는 응답자가 72%에 달했다.
새로운 형태의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더욱 잘 활용하려면 WM은 명확한 데이터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자산 관리에 특화된 산업 클라우드 솔루션 등 자산 관리 플랫폼을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투자액은 향후 10년간 100억달러(약 12조96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보안 우려가 심화되는 만큼, AI 신뢰 프레임워크를 갖추는 것이 필수다.
새로운 주문형 대화를 지원하는 통합 옴니채널 솔루션도 유용하다. 라이브챗, 보안 메신저, 코브라우징 같은 상호작용 및 협업 툴을 활용하면, 컨설턴트들이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업무에 매진해 고객 수를 늘릴 수도 있다.
생성 AI도 금융 사기 탐지, 자금 세탁 방지(AML), 고객 소통 및 마케팅, 상품 적합성 측정, 메모 작성, 연구 기반 보고서 산출 등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도이치증권은 딥러닝을 도입, 고객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자산 집중 리스크를 파악하고 각 고객에게 적절한 펀드, 채권, 주식을 제안한다. JP모건은 최근 고객 선호도에 기반해 유가증권을 분석 및 선별하는 AI 모델 ‘인덱스GPT’의 상표 출원을 신청했다.
자산 관리 업계 M&A 움직임 둔화
자산 관리 업계는 보험사, 헤지펀드를 비롯한 여타 부문에서도 눈독을 들이는 인수합병(M&A) 타깃이다. 2022년 ‘인수 후 개발’ 전략이 열풍을 일으키면서 전 세계 WM 업계 M&A 건수는 254건에 달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그래프). 하지만 2023년 상반기 M&A 건수는 84건으로, 전년 대비 26% 줄었다. 거시경제 여건이 인수자 의향을 위축시켜 이러한 둔화 추세는 2024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대체 투자, ESG 투자 등 새로운 추세 발맞춰야
자산 규모를 막론하고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채널은 상장지수펀드(ETF)로, 2022년 한 해에만 6000억달러(약 777조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하지만 다이렉트 인덱싱과 대체 투자 채널도 성장 동력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 대체 투자 채널은 가계 투자 가능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현재 11%에서 2026년에는 20%로 늘고, WM 업계에 11조달러(약 1경4251조원)의 추가 순 유입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액 자산가(UHNW)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체 자산 클래스는 사모펀드이며, 헤지펀드, 벤처캐피털, 사모대출이 뒤를 이었다. 한편 암호화폐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극심한 데다 최근 소요까지 발생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열기는 식은 상태다.
규제 완화 덕분에 사모 자산이 점차 주류로 부각되면서 WM들이 자산 규모 스펙트럼에서 하단에 위치한 고객에게도 상품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룩셈부르크 의회는 대체 펀드의 최저 투자 한도를 10만8500달러(약 1억4000만원)로 약 2만7000달러(약 3400만원) 하향 조정했다.
미국도 ‘적격 투자자’의 정의에 대한 규정을 완화해 대체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개인 투자자의 범위를 확대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WM은 관련 역량을 갖추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상품을 고객에게 제안하기를 꺼리는 컨설턴트들을 대상으로 대체 자산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편 미국에서 실시한 컨설턴트 조사 결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인을 고객 투자 프로세스에 고려한다는 비율이 17%에 불과해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익 추구, 포트폴리오 재조정, 투자 수익률 저조, 신뢰 부족 등이 합쳐진 결과로 보인다. 딜로이트가 영국에서 소매 투자자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해당 투자처의 ESG 투자 프레임워크를 신뢰할 수 없다면 금융자산에 투자하지 않았다’ 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응답자가 69%에 달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2025년에 이르면 ESG 자산 규모가 50조달러(약 6경47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WM은 가치 기반 투자 고객과 소통을 돕는 도구들로 컨설턴트를 지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