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사우디아라비아부터 미국·캐나다(북미), 동남아시아 등으로 직접 나가 뛰어다니려고 합니다. 5년 안에 수출 1억달러(약 1300억원), 매출 5000억원을 각각 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11월 23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스마트홈 기업 코맥스 본사에서 만난 변우석(52) 대표는 “‘메이드인코리아(Made In Korea·한국산)’ 딱지를 붙인 K테크(기술)가 해외에선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창업 초기인 1973년부터 50년째 수출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해외 네트워크·노하우가 있다”고 말했다.
1968년 창업자 변봉덕(84) 회장이 ‘중앙전자공업’으로 설립한 코맥스는 올해로 창립 55주년을 맞았다. 인터폰을 시작으로 화면에서 방문객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비디오폰, 전화로 난방 스위치, 가스 밸브를 조작할 수 있는 홈오토메이션(자동화) 시스템, 현관 보안, 실내 공기 질 관리, 커뮤니티 서비스(스마트홈)를 한 번에 제공하는 월패드·인공지능(AI) 스마트 미러(거울)까지 코맥스가 생산·판매하는 제품군은 300여 종에 이른다.
코맥스는 전 세계 12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유럽, 중동, 러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에선 글로벌 기업들에 맞서 시장점유율 3~4위를 기록하고 있다. 코맥스는 지난해 매출 156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수출액은 285억원으로 매출의 20%가량이다.
전 세계 스마트홈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1145억달러(약 149조원)였던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2027년 2125억달러(약 227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서울대 성악과, 이탈리아 밀라노베르디음악원을 거쳐 세계 최고 오페라단인 라 스칼라에서 정단원으로 활동하며 오페라 가수 데뷔를 준비하던 변 대표는 2006년 8월 회사에 합류했다. 해외 마케팅 이사, 부사장을 거쳐 2018년 변 회장과 공동 대표에 올랐다. 2021년부터는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일에 있어서 전문가인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동기부여를 해 회사 성장의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경영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성악가에서 기업가로 변신했다.
“2006년 1월 아버지께서 100년 기업을 만들어야 하는데 리더십을 계승할 후임이 보이지 않는다며 경영에 뜻이 없다면 회사를 팔겠다고 하셨다. 고민 끝에 10년간의 이탈리아 생활을 정리하게 됐다.”
경영학 공부나 실무 경험이 없었는데.
“회사에 합류해서 제품 공부 등으로 초기 3년은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특히 2008년 ‘키코(KIKO·환율 관련 파생 상품) 사태’는 너무 힘들었다. 회사가 환율 급등으로 수백억원대 평가손실을 낼 정도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당시 해외 영업 부문장이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전 세계를 다니면서 신제품을 내놓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었다. 전사적으로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던 게 생생하다.”
최근 3년간 매출은 늘었지만,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반도체·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위기 상황이다. 그래도 키코 때보다는 상황이 훨씬 낫다. 이를 계기로 직원들이 합심해서 제품 재설계, 쓸데없는 기능 축소 등으로 원가 혁신에 나서고 있다. 올해는 흑자 전환하고, 내년부터는 의미 있는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캐나다, 태국, 베트남 등에서 수주 성과(9월 말 기준 수주 잔고 3100억원)를 꽤 올렸기 때문에 5년 내 수출 1억달러, 매출 5000억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코맥스의 경쟁력은.
“코맥스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세계화+현지화) 전략을 통해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들어가는 현관용 도어 카메라는 스피커에 물이 들어갈 수 없도록 내수용과 다르게 제작된다. 바람이 많이 불어 비가 위에서 아래가 아닌, 옆으로 오는 것처럼 내리기 때문에 물이 안 들어가도록 스피커 각도를 다르게 만드는 것이다. 현지 반응이 매우 좋다. 국내에서 플라스틱이 주로 쓰이는 도어 카메라는 해외에선 금속 소재로 많이 만들어진다. 카메라 모듈 구멍을 뚫어 이를 훔쳐 가려는 등 훼손하는 일이 매우 잦기 때문이다.”
2017년 ‘코맥스벤처러스’라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설립했다.
“현재까지 3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들 스타트업은 코맥스의 스마트홈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월패드에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올려 입주민의 생활 편의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클라우드 사업에서 협업하는 ‘동고비소프트’나 전구 갈기 등 생활 도움 서비스를 약 5000~5만원에 연결해 주는 ‘애니맨’, 스마트팜 설비를 개발·보급하는 ‘그린’ 등이 있다.
2015년 서울대 경영대학원에 들어가 시장 점유율 1위였지만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몰락했던 코닥의 사례를 공부했다. 어떻게 해야 코맥스 같은 회사가 상생 혁신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은 것이 CVC 설립이었다. 지난 5년간 제품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부품, 원자재 등의 목록을 구성하는 것부터 영업망, 사후 관리(AS) 등에서 많은 노하우를 공유하며 투자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 앞으로는 회수(상장·매각)를 통해 재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도 추진할 것이다.”
어떤 경영자가 되고 싶나.
“코맥스벤처러스를 창업해 보고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 성과를 일군 것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아버지의 그늘 때문에 힘들었지만, 회사가 ‘아버지가 만들어 준 터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좀 편해졌다. 많은 임직원이 ‘부의 승계’보다는 ‘업의 계승’을 기대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업을 오늘에 맞게 재창조하는 것을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이다.
2021년 단독 대표에 오르면서 특히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었다. ‘혁신안’을 준비했는데 문득 ‘나도 못 바꾸는데 남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부터 바꿔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먼저 15㎏을 감량했다. 회의 때 의견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던 것에서 경청하는 것으로 태도를 바꿨다. 질책 대신 ‘이런 방법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직원들의 목소리가 피드백으로 돌아왔다. 예전에는 내 실력이 곧 회사의 실력인 줄 알았다. 실무를 해 보고 임직원이 잘해야 회사가 잘된다는 점을 배웠다. 일에선 직원들이 더 전문가다. 이들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잘해주는 경영자가 되고 싶다.”
동기부여를 강조했는데, 실제 사례를 공유해 달라.
“과거엔 직급별로 참여하는 회의가 달랐지만, 요즘엔 프로젝트마다 희망자가 다 들어올 수 있다. 또 코맥스는 ‘1인 1혁신 기획안 제도’를 운영 중이다. 코맥스 직원이라면 누구나 연초에 혁신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1년간 이를 실행해 볼 수 있다. 연말에 잘한 직원을 포상한다. 내년 1월부터는 직원들이 보다 수평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임원, 팀장을 제외한 모든 직급(대리·과장·차장 등)을 없애는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회사명 코맥스
본사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사업 비디오폰, CCTV, 도어록 등 300여 종
창업자 변봉덕
설립 연도 1968년
매출액 1560억원(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