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신임 대통령이 11월 23일
 국회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후 에콰도르 키토의 정부궁 발코니에서 
주먹을 들고 있다. 사진 EPA연합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신임 대통령이 11월 23일 국회에서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후 에콰도르 키토의 정부궁 발코니에서 주먹을 들고 있다. 사진 EPA연합

“젊음은 우리나라에 필요한 도전을 극복할 힘과 동의어입니다.”

11월 23일(이하 현지시각) 에콰도르에서 1987년 11월생 대통령이 취임했다. 그의 이름은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자,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가 지도자다. 지금까지의 세계 최연소 대통령은 1986년 2월생 가브리엘 보리치 현 칠레 대통령이었다.

대선 전까지만 해도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대부분 5위권 밖이었다.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젊은 30대 정치인에게 에콰도르 유권자가 표를 준 데는 그만큼 변화에 대한 절박함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에콰도르는 인구 10만 명당 살인 범죄 희생자가 14명으로, 중남미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같은 기간 한국은 1명이다. 여기에 오랜 경제난으로 전 국민 4분의 1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클 수밖에 없다. 노보아 대통령이 당선 직후 “폭력, 부패, 증오로 타격을 입은 에콰도르를 재건하기 위한 작업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정치 신인인 노보아 대통령이 어떻게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을까.

자료=‘이코노미조선’ 정리
자료=‘이코노미조선’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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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투표서 역전승⋯경제 선택한 유권자

에콰도르의 경제 상황부터 우선 살펴보자면, 2007년부터 2021년까지 집권한 좌파 정권의 포퓰리즘(populism·대중주의) 정책 여파로 경제가 고질적인 저성장에 빠져있다. 유가 하락의 여파도 있었지만 댐·학교·병원 등을 짓느라 중국 등에서 도입한 차관까지 불어나 국가 재정도 망가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에콰도르 국가 부채는 이미 2016년 법적 상한선인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어선 상태다. 재정난 악화로 2020년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기도 했다. 지금도 에콰도르는 중남미 최빈국 중 한 곳으로 빈곤율이 27%에 달한다.

그런 에콰도르에 잠시 변화의 희망이 보였던 적도 있었다. 2021년 5월 친시장 정책을 약속한 우파 성향의 기예르모 라소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였다. 하지만 국회 의석 총 137석 가운데 87석을 차지한 야당의 방해로 라소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정책들은 번번이 좌절됐다. 여기에 ‘여소 야대’ 구조를 기반 삼은 야당이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라소 대통령의 부패 의혹을 제기하며 탄핵을 추진했다. 국회 조사위원회가 부패 의혹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도 야당의 정치적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2023년 5월 라소 대통령은 ‘동반 자폭’을 선택하기에 이른다. 대통령 잔여 임기를 포기하는 동시에 국회까지 해산시킨 것이다. 에콰도르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잔여 임기를 포기할 경우 국회를 해산하는 게 가능하다. 이에 에콰도르는 올해 8월 보궐 성격의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르게 됐다.

올해 총선에서는 국회 의석 총 137석 가운데 우파 계열이 69석, 좌파 계열이 61석, 기타 7석을 차지했다. 같은 날 치러진 대선에선 좌파 계열 시민혁명운동 소속 루이사 곤살레스 후보가 약 33% 득표율로 1위를 차지, 노보아 당시 후보는 약 24%로 2위에 올랐다. 에콰도르 대선에서는 과반을 얻지 못하거나 2위와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리지 못하면 1·2위 후보가 결선을 벌인다. 이에 올해 10월 결선투표가 진행됐고, 이번엔 노보아 후보가 약 52.3% 득표율을 기록, 47.7%를 기록한 곤살레스 후보에게 깜짝 역전승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대선을 두고 ‘유권자가 경제를 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노보아 대통령의 주요 공약은 치안 강화, 해외 투자 유치, 세금 감면, 일자리 창출 등이었다. 반면 그와 맞붙었던 곤살레스 후보는 과거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의 사회 프로그램을 복원하겠다는 약속을 내놨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집권했던 코레아 전 대통령은 정부 사업 계약을 대가로 민간 기업들로부터 선거 자금을 받아 2020년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현재 벨기에에서 망명 생활을 하는 인물이다. BBC는 “전망 없는 기성 정치에 지친 젊은 유권자에게 (노보아가)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유권자 3분의 1을 10·20대가 차지하는 구조적인 배경도 노보아가 승리한 배경으로 꼽힌다.

18개월 짧은 임기는 한계⋯치안 개선에 주력

노보아 대통령은 경제 부흥뿐 아니라 치안 개선에도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에콰도르는 살인율이 세계 4위에 이를 정도로 치안 상황이 최악이다. 에콰도르의 위치도 주요 코카인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페루에 붙어있어 마약 밀매 교두보로서 갱단 간 폭력 사태가 심각하다. AP통신에 따르면, 에콰도르에서는 올해만 4900명 이상이 살해당했다. 1차 대선 과정에서 부패 척결을 공약으로 내세운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후보가 유세 도중 총격으로 사망했을 정도다.

문제는 짧은 임기다. 이번 대선이 일종의 보궐 선거였던 만큼, 노보아 대통령의 임기는 라소 대통령의 남은 임기인 2025년 5월까지다. 에콰도르의 대통령 정식 임기는 4년이다. 에콰도르 중앙대의 호르헤 비센테 팔라딘스 교수는 AP통신에 “살인율을 낮추고 치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지키기에 18개월 임기는 너무 짧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노보아 대통령은 자신의 1호 공약이었던 치안 강화를 위해 취임 직후 마약과 전쟁을 선포했다. 취임식 날이었던 11월 23일 과거 좌파 정부가 10년 전에 제정한 소량의 마약 소지에 대해 죄를 면해주기로 한 가이드라인을 전격 폐지했다. 11월 26일에는 8000명 이상의 조직원을 보유한 마약 카르텔 ‘로스 로보스’의 지도자로 알려진 인물을 체포하는 데도 성공했다.

노보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줘 2025년 재선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10월 9일 현지 매체 ‘에콰도르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에콰도르의 모든 문제를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2025년 재선에 도전해 변화에 성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콰도르

수도 키토
언어 에스파냐어
화폐단위 미국 달러
인구 약 1819만 명(2023년 기준)
GDP 약 1150억달러(2022년 기준)

Plus Point

‘금수저 출신’ 대통령…아버지는 대선서 5번 고배

다니엘 노보아(왼쪽) 에콰도르 대통령과 영부인 라비니아 발보네시. 사진 라비니아 발보네시 인스타그램
다니엘 노보아(왼쪽) 에콰도르 대통령과 영부인 라비니아 발보네시. 사진 라비니아 발보네시 인스타그램

노보아 대통령은 소위 ‘금수저’로 통한다. 그의 아버지가 에콰도르에서 바나나 사업으로 성공한 알바로 노보아 전 국회의원이다. 재벌가 집안답게 노보아 대통령은 미국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뉴욕대에서 경영학 학사 학위를 받은 뒤 노스웨스턴대 경영학 석사,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아버지 회사에 입사해 해운, 물류, 상업 분야에서 관리직을 맡았다고 한다. 2021년 국회의원에 도전했고 당선에 성공했다. 사실상 정치 입문 2년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셈이다. 반면 그의 아버지는 1998년, 2002년, 2006년, 2009년, 2013년 등 대선에 총 다섯 번 도전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노보아 대통령이 당선 직후 “아버지의 뜻을 이뤘다”며 기뻐한 이유다.

새 영부인은 라비니아 발보네시로 1998년생이다. 노보아 대통령과 2021년 결혼했다. 외신에선 그를 “세계 첫 번째 ‘Z 세대(1997~2010년생)’ 퍼스트 레이디”라고 부른다. 에콰도르 매체 엘 우니베르소(El Universo)에 따르면, 그는 영양 전문가로 근무했으며 에콰도르 과야스주에서 건강 식품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라이프스타일 인플루언서로도 활동 중인데,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51만 명이 넘는다.

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