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군 면천면 자이가이스트 
본사 공장 내에 완성된 모듈이 비치돼 있다. 사진 이미호 기자
충남 당진군 면천면 자이가이스트 본사 공장 내에 완성된 모듈이 비치돼 있다. 사진 이미호 기자

은퇴 후 도심을 떠나 자연 속에서 살고 싶은 당신. 매물로 나와 있는 단독주택들은 마음에 쏙 들지 않고, ‘직접 지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건축사무소를 잘못 선택했다가 공사가 중단되거나 옆집과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들었다. 여기에 비싼 공사비용까지 생각하니, 단독주택은 언감생심인 것 같다.

그런데 만약 대기업이 제공하는 샘플이 있다면 어떨까. 기존 주택 철거부터 시공은 물론, 내·외장재 및 인테리어 설비까지 마무리해 주는 서비스를 한다면. 그것이 가성비 좋은 목조 모듈러 주택이라면.

자이가이스트 본사에 있는 115·179㎡ 목조 모듈러 주택 샘플하우스. 사진 이미호 기자
자이가이스트 본사에 있는 115·179㎡ 목조 모듈러 주택 샘플하우스. 사진 이미호 기자

이중 단열로 아파트보다 따뜻

11월 22일 오전, 목조 주택에 대한 기대와 의심을 동시에 품고 충남 당진군 면천면 자이가이스트 본사를 찾았다. 자이가이스트는 GS건설이 100% 출자한 프리패브(prefab·모듈러) 전문 회사로, 국내 대형 건설사가 단독주택 시장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리패브는 미리 공장에서 모듈을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을 뜻한다. 빠르고 정확하게 주택을 지을 수 있으며 최대 50%까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획기적 공법이다. 북유럽 등에 널리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분야다.

본사 부지 입구에는 주력 모델인 약 115㎡(35평)과 약 179㎡(54평) 샘플하우스가 있었다. 179㎡ 샘플하우스 내부로 들어가자, 매끄럽고 단단하게 가공 처리된 벽면과 창틀 프레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목조 모듈러 주택이라고 하지만 새로 지은 아파트 안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따뜻했다. 주택 한가운데 작은 소나무가 보이는 중정이 있었는데, 바람 한 점 느껴지지 않았다. 주택은 아파트 대비 단열이 생명이다. 따라서 ‘열 손실’을 우려해 중정을 두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용수 플래닝&마케팅팀 실장은 “콘크리트가 차가운 성질을 갖고 있다면 목조는 따뜻한 성질을 지녔다. 여기에 이중 단열을 하기 때문에 아파트보다 훨씬 더 따뜻하다”면서 “특히 목조 모듈러는 기밀(氣密)성이 좋아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동안 GS건설은 모듈 양중 방식 개선과 접합부 보완 등 기술 개발을 통해 기밀성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다. 결국 GS건설 프리패브 연구팀과 친환경건축연구팀이 자체 측정한 결과, 국내 제로(0) 에너지 건물 기밀 성능 기준인 1.5ACH(Air Change Per Hour·시간당 환기율) 이하를 만족하는 성능을 확보했다. 기밀 성능은 건물에 바람을 불어넣어 50pa(파스칼)의 압력을 유지할 때 건물에서 발생하는 ACH로 나타낸다. 기밀 성능이 높을수록 값은 낮아진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제로 에너지 주택 기밀 성능 관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경우 현재 3.0ACH 이하의 기밀 성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건축친환경설비학회가 발표한 ‘건축물의 기밀 성능 기준’에 따르면, 제로 에너지 건물은 1.5ACH 이하의 기밀 성능 수준을 만족해야 한다.

앞서 자이가이스트는 지난해 샘플하우스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슬링벨트(sling belt)를 이용한 ‘하부 인양 방식’을 적용했지만, 모듈 간 접합이 100%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에 기밀성 확보의 핵심인 모듈 간 결합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GS건설 기술개발조직인 ‘RIF Tech(라이프텍)’과 협업해 ‘상부 인양 방식’을 개발하고 특허를 출원했다.

상부 인양 방식은 모듈 인양 시 자체 개발한 양중 시스템과 밸런스 빔으로, 보다 높은 조립 정밀도와 작업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기밀 성능을 갖춘 마감재를 적용하고, 모듈 간 팽창 테이프와 전용 장비 등으로 유격을 조정해 기밀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

다만 이처럼 ‘밀봉’이 잘되면 반드시 ‘환기’도 잘돼야 한다. 따라서 모듈러 주택 내부는 이산화탄소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자동 환기 시스템도 갖췄다. 그뿐만 아니라 습기에도 강하다. 대부분 목조 주택에는 이른바 습기를 먹고 뱉는 ‘투습 방수제’를 적용한다. 하지만 기존 목조 주택은 사람이 짓다 보니 개인 숙련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처리를 잘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미세한 습기가 누적되면서 결국 균열이 생긴다. 반면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일정한 공정 시스템을 거치다 보니 오차 없는 ‘균일한 제품’을 얻을 수 있다. 화재에도 강하다. 불이 붙긴 해도 빨리 타지 않고, 화학 처리된 부분이 산소를 차단하기 때문에 천천히 타서 대피할 시간을 확보하기에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콘크리트 아파트처럼 단단하고 따뜻한 느낌의 목조 모듈러 주택 내부. 중정이 있지만, 기밀성이 높아 바람 한 점 느껴지지 않았다. 사진 이미호 기자
콘크리트 아파트처럼 단단하고 따뜻한 느낌의 목조 모듈러 주택 내부. 중정이 있지만, 기밀성이 높아 바람 한 점 느껴지지 않았다. 사진 이미호 기자

공사 기간 단축으로 건설 비용 절감

앞서 자이가이스트는 지난 2년간 모듈러 기술 연구와 평면 개발을 통해 50여 개의 모듈을 준비했다. 단독주택 수요자 입장에서는 토지 형상과 내부 평면 구성에 따라 샘플 모듈을 선택해 조합하는 방식으로 주택을 설계할 수 있다. 모듈 설계를 완료하면 건축 계약을 통해 ‘나만의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다. 이날 서울 개포동에서 가족과 함께 직접 상담을 하러 온 최완규씨는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아 세컨드하우스를 고민하고 있던 차에 목조 모듈러 주택을 알게 됐다”면서 “대기업이 한다고 하니까 신뢰가 된다. 오늘이 두 번째 상담”이라고 했다.

목조 모듈러 주택은 공기 단축 등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부지에 운반해 작업하기 전에 미리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재료비와 운송비가 들지만, 공사 기간 단축 효과로 인건비 등 전체적인 건설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 실장은 “비용은 콘크리트보다는 적게 든다”며 “철거부터 시작해서 모듈 선택, 마감 작업 등을 고려하면 2개월 정도 걸린다”며 “집을 짓는 것만 따지면 단 하루 걸린다. 모듈을 가져와서 조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공사 기간 중 분진과 소음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다. 단독주택 시공 시, 옆집과의 분쟁으로 갈등을 빚는 경우가 허다했다. GS건설은 향후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를 넘어 기업 간 거래(B2B)로도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GS건설 관계자는 “단독주택이라고 하면 타운하우스 개념으로 많이 이해하는데 엄밀한 의미에서 ‘단독’은 아니었다. 최근에는 토지를 갖고 있는 시행사 쪽에서도 연락이 온다. B2B 사업을 본격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