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 더 무비’ 포스터. 사진 TV조선
‘미스터트롯: 더 무비’ 포스터. 사진 TV조선

요즘 뉴트로(newtro)가 유행이다. 새것을 말하는 뉴(new)와 복고(retro)의 합성어다. 뉴트로 문화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옛것을 그대로 쓰거나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재해석하고 현대적인 것을 융합해 재창조하는 것이다. 옛것과 새로운 것의 컬래버(협업)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인하대 경영학 박사, 
현 멘토지도자협의회 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인하대 경영학 박사, 현 멘토지도자협의회 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요즘 트로트 열풍이 거세다. 트로트는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지만 주로 나이 든 사람들이 즐겼고 젊은이들은 애써 외면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런데 뉴 트로트가 나타나면서 새로운 문화가 생겼다. TV 프로그램에 ‘미스터트롯’ ‘미스트롯’이 생기면서 트로트가 새로운 문화가 됐다. 올드 트로트는 원로 가수들이 전통적 창법으로 불렀다면 뉴 트로트는 젊은 가수들이 새로운 창법으로 부른다. 1960년대에 나온 ‘이별의 부산정거장’도 임영웅, 영탁, 장민호, 정동원이 부를 때는 느낌이 다르다. 올드 트로트는 애절함이 배어있다면 뉴 트로트는 신바람이 묻어나온다. 세상이 힘들고 한이 많고 먹고살기 힘들었을 때는 애절하게 불러야 마음에 다가오지만 물질적 풍요와 자유가 넘치는 지금은 신바람과 웃음이 들어있어야 청중의 마음에 다가온다. 가수들의 춤동작과 복장도 완전히 달라졌다. 뉴 트로트는 가요계의 ‘뉴트로’ 성공 사례다.

예전 정보화 사회가 밀려올 때, 가장 큰 화두는 디지털이었다. 디지털은 기존의 문자 정보를 숫자로 전환해 처리하는 기술이다. 컴퓨터의 대량 보급으로 온 세상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정보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이제 아날로그 세상은 끝났고 디지털 세상으로 변한다.’ 이런 뉴스나 평론이 매일 쏟아지자, 당시 고(故) 이어령 교수가 한 말씀이 있다. “아날로그 세상이 끝나고 디지털 세상이 된다고? 무슨 소리야. 아날로그는 콘텐츠고 디지털은 기술이잖아. 이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만나서 신문명이 오는 거야.” 이 교수는 그후 ‘디지로그(Digilog)’라는 명저를 냈다. 디지로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합쳐진 신용어였다. 역시 탁월한 학자이며 융·복합의 대가다운 통찰력이다.

뉴트로 문화는 여러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오래된 식당이나 카페를 옛것 중에 매력 있는 것은 살려두고 최신 것을 추가해서 재탄생시킨 핫플레이스도 늘어나고 있다. 추억의 붕어빵도 잉어빵, 황금 잉어빵, 미니 붕어빵 등으로 바뀌더니 이제는 소금빵 위에 붕어빵을 얹어서 구운 소금 붕어빵까지 나왔다. 뉴트로 제품이다.

요즘 뿔테 안경도 뉴트로 열풍이다. 반짝이는 금속 테 안경이 도시인의 세련미를 살려준다면 뿔테 안경은 고지식한 공붓벌레나 범생이들이 착용하는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런데 불멸의 명화 주인공들이 썼던 뿔테 안경의 현대적인 매력을 융합한 뉴트로 뿔테 안경들이 나타나면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국산 안경테 제조업체인 블랙몬스터의 뿔테 안경은 처음에 연예인들이 드라마에 끼고 나오면서 입소문을 탔다. 이후 축구 선수 손흥민이 인천공항을 드나들 때 착용하는 게 노출되면서 더 확산했다. 전통적 색상과 디자인에 섬세한 현대적 디자인을 융합시킨 뉴트로 뿔테 안경은 이제 젊은이뿐만 아니라 추억을 되새기는 기성세대들에게도 대세가 되고 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뉴트로와 일맥상통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도 있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먼저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아야 제대로 아는 것이다.’ 그러니까 온고지신은 기존의 것을 알고 나서 새것을 배우라는 뜻이다. 융합 창조보다는 전통을 중시하라는 뜻이 더 강하다.

뉴트로는 ‘온고지신’이 아니라 ‘법고창신’이다. 옛것의 좋은 점에 새것의 매력을 융합한 멋진 컬래버다. 네오 클래식이라는 말과도 통한다. 오래 사랑받아 온 클래식에 현대적 매력을 융합한 것이다. 역시 서로 다른 매력을 융합하는 게 컬래버의 기본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