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부진한 부동산 부양과 함께 민간 업계의 활력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공상시보 등에 따르면 11월 27일 중국의 인민은행, 금융감독관리총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등 8개 부처는 민간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각 은행에 민간 기업에 대한 연간 대출 목표치를 설정토록 하고, 대출 비중을 더 늘리라는 지침을 내렸다. 또 민간 기업에 대한 대출을 중단·철회하지 않고, 부동산 부문의 자금 조달 요구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민간 기업의 부실 채권에 대한 상환 면제 등 관용적 처리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대형 부동산개발 기업인 헝다(恒大·Evergrande)와 비구이위안(碧桂園)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등으로 부동산 위기를 겪고 있다. 여기에 수출 감소와 소비 위축 등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① ‘재패니피케이션(Japanification·일본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중국 연구단체인 로디움그룹과 미국 워싱턴 연구기관인 애틀랜틱 카운슬은 10월 5일(이하 현지시각) “부동산 시장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급증, 인구 고령화, 민간 기업·외국인들의 신뢰도 저하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오랜 기간 경제 침체를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으로 꼽고 민간 기업에 대한 통제를 확대해 온 시 주석의 경제정책이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위축시키고, 자국 기업의 혁신을 막아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중국 경제 침체가 글로벌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 주석의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월 15일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 파이올리 에스테이트에서 
정상회담 후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 뉴스1·로이터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월 15일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 파이올리 에스테이트에서 정상회담 후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 뉴스1·로이터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은 몇 가지 주요 분야에서 진전을 이뤘다. 특히 두 정상은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중단했던 군사 대화 채널 복원에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 시 주석은 급속한 경제 악화로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 없었다.

이토 다카토시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학 교수
현 도쿄대 국립정책대학원 
국가정책연구원 선임 교수, 
전 일본 재무성 차관보
이토 다카토시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학 교수
현 도쿄대 국립정책대학원 국가정책연구원 선임 교수, 전 일본 재무성 차관보

중국 경제 전망은 한동안 좋지 않았다. 성장 둔화, 인구 감소, 부동산 부문의 막대한 손실 등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행은 부실 채권을 해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중국에 대한 FDI는 감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일본이 최근에야 벗어난 장기 침체에 직면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1950년대와 1960년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평균 9~10%에 달할 정도로 오랜 기간 경제가 고도 성장했다. 하지만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경제성장률이 5~6%로 둔화했다. 이는 1인당 GDP가 선진 경제권을 따라잡으면서 그 증가세를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의 수렴’으로 알려진 이 패턴은 홍콩, 싱가포르, 한국, 대만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국가들은 소위 중진국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순조롭게 고소득 국가로 진입할 것처럼 보이던 중국도 그럴 수 있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더 키우고 있다. 일본은 1인당 잠재 GDP 성장률이 1.5~2%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노동력 감소로 전체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정도 하락할 전망이다. 중국도 수십 년간 이어진 엄격한 ② 계획생육정책으로 의도치 않게 고령화 같은 인구 문제에 직면하면서 경제성장률 목표를 5%로 낮출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 부동산 부문에서 겪는 고역도 일본이 경험한 것과 비슷하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주가가 세 배, 땅값이 네 배나 상승했다. 부풀어 오른 자산 가격 거품은 1990년대에 꺼졌다.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수차례 부동산 붐을 겪었고, 부동산 가격이 매우 높은 수준에서 정체됐다. 그간 부동산 폭락을 겪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

우선, 중국의 부동산 붐은 이미 ③ 3·4선 도시를 휩쓸고 있다. 과거 일본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직전에 부동산 붐이 지방 도시와 미개발 산림 지역으로 퍼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불길한 신호다. 게다가 일본과 달리 중국 건설 업자들이 지은 주택은 빈 채로 방치된 곳이 많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내 미분양 주택의 총면적은 6억4800만㎡에 달한다.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문제로 완공되지 않은 아파트가 있으며, 헝다의 경우 부채를 갚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지연으로 인해 공사가 완료되지 않더라도 주택 구입 대금을 전액 지불해야 하는 일부 중국 주택 구매자들은 모기지 상환을 중단하게 됐다.

이러한 리스크는 민간 기업만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일본과 달리 지방 정부가 부동산 개발 업자에게 토지를 임대하고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부동산 개발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따라서 부동산 부문의 혼란은 공공 예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중국 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가장 큰 위협은 아마도 시 주석 자신일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 몇 년간 경제를 포함한 중국 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정부 통제를 강화해 왔다. 2020년 말부터 시작된 알리바바 같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규제 당국이 점차 물러나고 중국 정부가 전기자동차 같은 첨단 기술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시 주석의 통제에 대한 집착은 중국 장래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자국 기업의 혁신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FDI도 위축시키고 있다.

이미 여론조사와 컨설팅 기업 갤럽 같은 외국 기업들은 중국을 떠나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중국 경기 둔화로 고수익 투자 기회가 줄어들고, 중국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5%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제보다는 규제에 대한 우려 탓이 클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 기업들은 비논리적인 반독점 조사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만든 반간첩법으로 정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방해받을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수출·투자에 대한 미국의 제재 또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늘날 중국은 1980년대 일본과 유사한 점이 많지만, 경제 전망과 관련한 가장 큰 리스크는 모두 자체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경제 역동성보다 감시, 통제, 강압을 통한 안보와 안정을 우선시함으로써 ‘중국 경제의 기적’을 뒷받침했던 정책과 원칙을 포기하고 있다. 그들이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제 전반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한 국가가 1990년대 일본이 겪었던 장기 경기 침체와 유사하게 낮은 경제성장률,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등을 장기간 경험하는 현상. 원래 여러 나라의 젊은이가 일본 문화에 열광하는 것을 뜻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위기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많은 언론 매체가 재패니피케이션으로 설명하면서 의미가 확장됐다.

중국이 1978년부터 36년간 시행한 산아제한 정책으로, 한 가정에 한 아이만 낳도록 강제해 왔다. 1949년 5억4000만 명이던 중국 인구가 1974년 9억 명을 돌파하며 식량 문제 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정책으로 2012년부터 노동인구 감소, 고령화 등 문제가 발생하자, 중국은 2014년부터 자녀를 두 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했다.

중국은 도시의 경제 규모, 산업 구조, 인프라·문화 수준을 고려해 도시를 1~4선으로 분류한다. 1선 도시에는 베이징 등 중국 경제 중심지가, 2선 도시에는 청두, 항저우 등 주요 도시가 속해 있다. 3·4선 도시는 경제 규모가 작은 지역 중소 도시, 소도시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