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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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계절은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었다. 한 해가 마무리돼 간다고 생각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기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설레기도 하는 때다. 그런데 우리 경제는 제대로 된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고, 앞을 봐도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아 설레기보다는 오히려 걱정이 앞서기도 하다.

물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환경을 고려해 보면 국내 경제주체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의 경기 회복세를 기대하기도 다소 어려워 보이기는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분쟁은 물론이고 중국 경제를 포함한 글로벌 경기 회복세 둔화,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융 환경의 불안정성 확대, 미·중 갈등을 계기로 등장한 지경학적(geo-economics) 위험 증대 등과 같은 굵직한 이벤트들이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문제는 2024년에도 이런 위험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 경제가 변동성이(Volatility) 매우 강하고, 불확실하며(Uncertainty), 복잡한데(Complexity) 모호할(Ambiguity) 뿐 아니라 한 번 발생하면 가속성(Accelerating)을 가지는 사건들로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 빠지는 이른바 VUCA 현상 속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부서지기 쉬울 정도로 취약하고(Brittle), 불안하고(Anxious), 비선형적이며(Non-liner), 이해하기 어려운(Incomprehensible) 상황을 표현하는 바니(BANI) 시대에 대한 경고도 나오고 있다.

여하튼 VUCA 상황의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경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제2의 팬데믹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각종 온라인 유해(online harms)나 사이버 테러 등을 고려하면 디지털 위험 발생 가능성은 이미 상수(常數)가 됐다. 드론이나 로봇은 물론 군사위성 등 첨단 기술 및 산업의 군사적 실용화 가속에 따르는 테러나 전쟁의 확산 가능성 역시 매우 큰 상황이다. 성장세 둔화와 청년 실업 등에 의한 정치적·사회적 혼란은 말할 필요도 없고 경쟁국들의 무리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가능성을 고려하면 중국 문제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내년은 총선의 해로, 굳이 정치적 경기 사이클(political business cycle)에 대한 우려는 논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다. 노동과 교육 및 연금에 이르는 3대 개혁이 난항을 겪거나 실패 시에는 정치의 실용적 가치는 물론 사회적 합의 능력 약화에 따르는 갈등 증폭과 비용 증대 등과 같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상업용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 역시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위험이다. 이 경우 우리 경제의 장기 불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이제 겨우 손에 잡힐 듯하게 가까워진 문화 패권을 한순간에 놓칠 수 있다는 점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즉, 한류(韓流)라고 불리는 우리 문화와 상품들은 과거 일본처럼 경제와 산업 및 기술 등의 경쟁력과 궤도를 같이하면서 동반 쇠퇴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 밖에도 많은 VUCA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지금 예시한 것 중 하나라도 현실화한다면 그 영향력은 가히 파괴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노력 여부에 따라 회피할 수 있는 이슈는 사전 대응이 절실하다. 더군다나 2024년이 우리 경제의 저성장 장기화 우려 현실화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면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