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티어즈(Dior Tears)’ 캡슐 컬렉션 성수동 팝업 스토어 오프닝 이벤트. 사진 디올
‘디올 티어즈(Dior Tears)’ 캡슐 컬렉션 성수동 팝업 스토어 오프닝 이벤트. 사진 디올
팝업 스토어의 시대. 리테일의 미래가 팝업 스토어로 전환되고 있는 지금, 럭셔리 브랜드 팝업 스토어에서 자주 보이는 이슈는 ‘캡슐 컬렉션(Capsule Collection)’이다. 캡슐 컬렉션은 1980년대부터 이어져 왔지만, 모든 럭셔리 브랜드가 자주 펼치는 컬렉션은 아니었다. 또한 주로 브랜드 고객, 패션 바이어와 미디어들 위주로 홍보가 되어 왔기 때문에 일반 고객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컬렉션이기도 하다. 그러나 팝업 스토어의 전성시대가 열리며 캡슐 컬렉션도 점점 대중적인 브랜드 컬렉션의 형태가 되어가고 있다.
김의향
패션&스타일 칼럼니스트 
현 케이노트 대표, 
전 보그 코리아 
패션 디렉터
김의향 패션&스타일 칼럼니스트
현 케이노트 대표, 전 보그 코리아 패션 디렉터

희소성 높이는 캡슐 컬렉션

캡슐 컬렉션은 이름에서 예측할 수 있듯 작은 규모의 컬렉션이다. 계절에 따른 시즌 정기 컬렉션 사이에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테마나 이슈를 갖고 열리는 미니 컬렉션이다. 캡슐 컬렉션의 개념은 1980년대 미국 디자이너 도나 카란에 의해 탄생했다고 알려져 있다. 캡슐 컬렉션은 디자이너의 비전이 함축되어 있으며, 한정판인 경우가 많고, 계절과 트렌드를 초월한다. 패션쇼도 무대 연출 없이 주요 룩 전달에만 집중하고, 최근에는 팝업 스토어 마케팅이 일반화되고 있다.

캡슐 컬렉션은 특히 희소성 마케팅을 위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펜디는 활발하게 캡슐 컬렉션을 진행해 왔는데, 이번 여름 마크 제이콥스와 협업한 ‘펜디 by 마크 제이콥스’ 캡슐 컬렉션으로 화제를 일으켰던 펜디는 아예 ‘프렌즈 오브 펜디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첫 번째 게스트 디자이너로 스테파노 필라티를 초대했다. 스테파노 필라티는 아르마니부터, 생로랑, 프라다, 제냐에 이르기까지 패션계에 영향력 높은 크리에이브 디렉터였으며, 2017년 자신의 브랜드 ‘랜덤 아이덴티티(Random Identities)’를 론칭했다. 펜디 여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킴 존스와 액세서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는 이들 디자이너를 지지하며 모든 것을 맡겼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희귀한 캡슐 컬렉션을 탄생시켰다. 펜디의 아이코닉 심벌과 제품 속에 마크 제이콥스와 스테파노 필라티만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적용한 캡슐 컬렉션은 그 자체로 소장품의 가치를 지닌다.

1 ‘프렌즈 오브 펜디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게스트 디자이너 스테파노 필라티와 협업 캡슐 컬렉션. 펜디 제공 2 최근 ‘팜 엔젤스’와 협업한 ‘몽클레르 지니어스(Moncler Genius)’ 캡슐 컬렉션. 사진 몽클레르 3 루이비통의 ‘한국 익스클루시브 캡슐 컬렉션’. 사진 루이비통
1 ‘프렌즈 오브 펜디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게스트 디자이너 스테파노 필라티와 협업 캡슐 컬렉션. 펜디 제공 2 최근 ‘팜 엔젤스’와 협업한 ‘몽클레르 지니어스(Moncler Genius)’ 캡슐 컬렉션. 사진 몽클레르 3 루이비통의 ‘한국 익스클루시브 캡슐 컬렉션’. 사진 루이비통

타깃 층 다양화 및 마켓 테스트 목적

캡슐 컬렉션은 브랜드 타깃의 다양화에 목적을 두기도 한다. 몽클레르는 활발하게 캡슐 컬렉션을 발표하는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다. 다양한 디자이너,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진행해 왔던 몽클레르는 2018년 ‘몽클레르 지니어스(Moncler Genius)’란 협업 캡슐 컬렉션 프로젝트로 새로운 혁신에 도전했다. ‘몽클레르 지니어스’ 프로젝트의 독특함은 시즌마다 협업 디자이너 라인업을 비밀리에 두었다 특정일에 발표하는 것이다.

몽클레르 팬들은 몽클레르가 어떤 디자이너 라인업과 협업할 것인가 기대하고, 발표가 되는 순간 팬들의 SNS를 통해 바이럴의 물결을 타고 퍼져 나갔다. ‘몽클레르 지니어스’는 캡슐 컬렉션과 슈프림이 유행시킨 스트리트 브랜드의 ‘드롭 마케팅(Drop Marketing·특정일 특정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매장에 한정 수량을 입고시키는 마케팅 방식)’을 결합한 마케팅이라 볼 수 있다. 늘 진보적이었던 몽클레르다운 캡슐 컬렉션의 진화라 할 수 있다. 몽클레르 최고경영자(CEO) 레모 루피나는 “한 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함께라면 한 세대와 소통할 수 있고 여러 디자이너와 함께하면 더 많은 세대를 찾아오게 할 수 있다”고 말하며, ‘몽클레르 지니어스’ 캡슐 컬렉션은 모든 세대를 끌어들이고자 하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캘리포니아의 소울을 담아낸 ‘팜 엔젤스(PALM ANGELS)’와 협업해서 화제를 일으켰다. 캘리포니아 태생의 팜 엔젤스는 다채로운 컬러와 캘리포니아 룩으로 젠지(Gen-Z) 세대에게 지지받는 ‘힙(hip)’한 브랜드다.

또한 지난 7월 디올은 ‘디올 티어즈(Dior Tears)’ 캡슐 컬렉션을 공개하며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디올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킴 존스와 게스트 디자이너 데님 티어즈(Denim Tears)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디올 티어즈’ 캡슐 컬렉션 역시 브랜드에 젊은 에너지를 일으키기 위한 마케팅이다. 1950~60년대 아이비리그에 재학했던 흑인 학생들의 룩과 동시대 재즈 뮤지션들이 선보였던 무심한 듯한 스타일에서 영감받은 룩을 선보였다.

캡슐 컬렉션은 또한 마켓 테스트를 위해 활용되기도 한다. 브랜드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특정 디자인이나 협업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분석하기 위해 규모가 작고 시기가 한정적인 캡슐 컬렉션을 통해 발표하곤 한다. 또는 지역 특성이나 문화를 고려한 캡슐 컬렉션을 통해 그 지역만의 독특한 마켓 성향을 테스트해 보기도 한다. 프라다, 디올, 오프-화이트, 로로 피아나, 에트로 등 대부분의 럭셔리 브랜드는 이슬람 라마단 절기에 맞춰 ‘라마단 캡슐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예배와 성찰의 시간을 보내는 라마단 기간에 어울리는 영적이면서도 라마단을 상징하는 패션, 주얼리, 백 등을 발표한다.

팝업 스토어와 캡슐 컬렉션 공존, 패션의 뉴노멀

국내에선 최근 루이비통이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 멤버 전원을 브랜드 앰버서더로 발탁하며, 한국에서만 판매하는 ‘한국 익스클루시브 캡슐 컬렉션’을 공개했었다. 지난 4월 진행됐던 화제의 잠수교 패션쇼에서 영감받은 컬렉션으로, 한국의 전통 복주머니를 연상시키는 ‘노에퍼스 LV 참’ 백과 ‘루이비통 서울’ 레터링이 새겨진 ‘쁘띠뜨 말’ 백 등이 대표적이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에 드롭 마케팅이 있다면, 럭셔리 패션 브랜드는 ‘캡슐 컬렉션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며, 이 흥미진진한 이슈를 팝업 스토어로 진행하며 다시 바이럴 마케팅을 유도한다. 1980년대에 탄생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팝업 스토어의 가장 인기 있는 주제가 되며 더욱 다채롭게 진화해 가고 있다. 

캡슐 컬렉션의 매력은 또한 팝업 스토어와도 많이 닮아있다. 규칙과 장르의 혼합, 새로운 실험과 도전,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그리고 언제나 리셋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화제의 팝업 스토어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특정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는 것처럼, 인기 높은 캡슐 컬렉션의 아이템은 브랜드의 클래식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팝업 스토어와 캡슐 컬렉션은 공존하며, 패션 세계의 ‘뉴노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