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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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얼마 전 한 출판 업계 사람을 만났는데,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요즘은 유명 최고경영자(CEO)들 책이 별로 안 팔려요.” 예전에는 유명 CEO들이 책을 내면 판매량이 몇만 권은 기본이고 10만 권 이상도 많았다고 한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의 ‘초격차’ 같은 책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요즘은 전직 유명 CEO들이나 현직 유명 창업자들이 책을 내도 그리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물론, 당연히 기본 이상은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나도 유명 CEO들의 책을 읽어보았다. 대개 공통적인 내용은 불굴의 열정과 도전으로 회사에 헌신해 성공을 이뤄낸 스토리다. 그러나 불행히도 젊은이들은 ‘성실과 최선으로 오로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면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되고 부와 명예가 따라온다’라는 메시지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해봤자 저렇게 될 수도 없고 또 저렇게까지 해서 성공하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요즘은 주변의 소소한 인간관계 문제를 해결하거나 자신이 따라 할 수 있는 정도의 길을 제시하는 책, 부(富)를 이룰 수 있는 재테크 방법에 대한 책, 격려와 위로 또는 동기부여 메시지가 담긴 책을 선호한다고 한다. ‘노력하면 맨주먹 흙수저라도 CEO도, 오너도 되고 부자가 될 수 있어’라는 우리 부모나 우리 세대 성공자들의 메시지는 이제 점점 공허한 메시지가 돼간다. 사실 주위를 대략 봐도 금수저, 은수저들이 부와 성공을 대물림하는 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인 듯하다. 흙수저로 성공한 이들조차 자기 자녀들은 금수저로 키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젊은이들은 ‘육각형 인간’을 선호한다는 강의를 들었다. 육각형 인간이란 완벽한 인간을 뜻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노력으로 뭔가 이루는 사람이 아니라, 애초부터 강남 살고, 부모가 부자고, 키도 크고, 잘생기고, 머리 좋은 완벽한 사람을 의미한다고 한다. 노력으로 집 한 채 사기도 어려운 세상, 노력으로 그런 위치와 모습에 이르려 애쓰는 사람들보다 애초부터 그런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더 선망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젊은이가 이런 것은 아니다. 그래도 평균적인 흐름임은 분명해 보인다.

안타깝기도 하다. 정말 수저나 스펙을 초월한 성공 모델이 한국 사회에서도 많이 나왔으면 한다. 그래야 사회가 건강해지고 긴장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리더들은 젊은 친구들이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다양한 가치를 추구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이름이 있는 리더들이 자신의 욕망을 감추고 젊은이들에게는 ‘대학 갈 필요 없다’ ‘학벌과 스펙이 중요치 않다’ ‘왜 의사 되고 변호사 되려느냐?’ ‘강남 살 필요 없다’ ‘돈을 좇지 말라’ ‘부의 대물림 끊어야 한다’ 등등 멋진 말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그러면서 막상 자기는 강남 살고, 자기 자식은 미국 유명 대학 보내고, 변호사와 의사로 만든 것 자랑하며,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며, 기부와 나눔에는 매우 인색하다면 젊은이들에게 더 실망을 안길 뿐이다. 정말 자신이 소신 있는 가치를 추구하고 살면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멋있고 존경받을 만하다. 그러나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고 자기 자녀는 고스펙과 금수저로 인도하면서 다른 젊은이들에게 다르게 말하는 것은 위선일 뿐이다. 타인에게는 ‘무욕(無慾)’을 설파하며 자신은 ‘돈’을 탐닉해 이슈가 된 유명 종교인들 또한 마찬가지다. 이는 기성세대 리더들과 젊은이들 간의 간극을 더 벌어지게 할 뿐이다.

자신의 성공 방정식을 강요하지 않는 것, 자기 자녀에게 하지 않을 이야기는 다른 젊은이들에게 하지 않는 것. 이 두 가지만 해도 리더들이 젊은 친구들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