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권다정 IGM세계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현 IGM세계경영연구원 기업 교육 컨설턴트
권다정 IGM세계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현 IGM세계경영연구원 기업 교육 컨설턴트

아직도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를 이야기하고 있다면 한발 늦었다. 이미 밀레니얼 세대는 조직의 중심부로 올라갔고, 아래 직원인 Z 세대(1997~2010년생)를 잘 이끄는 것이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중요한 이슈가 됐다. 그들도 Z 세대를 대하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Z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와 제대로 떼어내어 살펴보자. 

M 세대와 Z 세대는 ‘모바일 네이티브(Mobile Native)인가?’로 구분되는데, Z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 속에서 모바일 기기를 사용한 세대다.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된 디지털 환경에서 평생을 함께했음에도 Z 세대 직장인은 의외로 외롭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22년 3월 미국 Z 세대 직장인(19~25세) 12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자 중 44%가 ‘원격근무로 인해 때때로 또는 항상 외롭다’고 응답했다. 2024년을 맞이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이는 Z 세대 직장인의 사회생활 시작 시점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 그들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첫 출근을 원격으로 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영국 공영방송 BBC는 Z 세대의 커리어를 ‘불안한 합류(unfortunate confluence)’로 정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 외로움을 느끼는 Z 세대가 어떻게 하면 업무에 몰입하게 할 수 있을까. 


“성장감을 자극하라”

기존 세대는 회사 그 자체에 충성하고, M 세대는 자기 팀과 프로젝트에 충성했다면 Z 세대는 자기 자신과 자신의 미래에 충성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회사 안에서도 ‘성장감’을 위해 움직인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지난 5월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Z 세대의 31.5%가 개인 성장의 기회가 직장 생활에 있어 ‘안정감’을 주는 요소라고 답하기도 했다. 때문에 그들이 회사 업무에 몰입하게 하려면 그의 성장과 미래가 회사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인지시켜 스스로 느끼는 업무 가치를 높여줘야 한다. 그 방법은 무엇일까. 여기서부터 리더의 어깨가 무겁다. Z 세대 구성원은 각각의 개성과 기호가 뚜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M 세대가 에르메스, 샤넬 같은 널리 알려진 제품을 선호한다면 Z 세대는 전혀 알려지지 않거나 흘러간 상품이라도 자신의 취향에 맞으면 기꺼이 소비하는 패턴이 있다. 회사 생활에서도 이러한 개성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과거 회사 안에서의 커리어는 제한적이었고, 그 옵션 또한 정해져 있었다면 지금은 갈 수 있는 길이 많아졌다. 기업의 리더는 이러한 Z 세대 각각의 뚜렷한 개성에 맞춘 피드백을 통해 그들의 성장 로드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제프 프롬(Jeff Fromm)은 “리더라면 Z 세대가 자신들의 기술과 경험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각자의 관심과 능력에 잘 어울리는 업무를 맡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전 세대보다 좀 더 개인화되고 맞춤화된 커리어 경로와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Z 세대 구성원의 프로젝트, 담당 업무 실적 등 성과에 관한 객관적 데이터는 물론 괄목할 만한 주관적 성과에 대해서도 리더는 수시로 기록해야 한다. 회사에 충성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Z 세대 구성원의 성장감을 자극하고 협업해 함께 성장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도록 리더는 이들의 개별 커리어 경로를 설정하고, 기회를 주면서 지속적인 피드백을 해야 한다. 


“Z 세대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줘라”

2024년 Z 세대 메인 키워드로 떠오르는 것은 바로 ‘트라이브십(tribeship)’이다. 트라이브십은 관심사 등 개인적 지향성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관계를 맺는 능력을 뜻한다. 이 트라이브십이 Z 세대 강점인 셈이다. 회사 안에서 이 강점을 살려 업무에 몰입하게 하려면 리더는 어떠한 지원을 해야 할까. 사내 Z 세대만을 위한 학습 조직인 CoP(Community of Practice)를 만들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CoP는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일을 배우고 익히는 모임을 뜻한다. CoP는 본래 자발성을 띠는 것이 중요한데, 회사 안에서 자발적으로 조직화해 운영되기는 쉽지 않다. 하여 최근 회사에서는 CoP를 마련해주고 최대한 스스로 그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그 예로 KB금융그룹을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2021년 ‘그룹 CoP 페스티벌’을 개최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Z 세대 직원의 참여를 이끌었고, Z 세대 고객의 마음을 대변하는 아이디어를 많이 산출했다고 한다. 또 다른 사례로는 웅진씽크빅을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2023년 ‘신입사원 어드밴스(advance) 과정’을 열고 신입직원들에게 오프라인 모임 기회를 제공, Z 세대가 회사에 잘 정착하고 본인의 의견과 기량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물질 보상보단 인정이 중요

‘왜 이 회사에서 일하나’라는 물음에 사람들은 ‘안정적인 삶을 위해’ ‘긍정적 영향을 끼치기 위해’ ‘재미가 있어서’ ‘돈 때문에’ 같은 여러 가지 답을 할 것이다. 그런데 Z 세대는 무엇이라고 답할까. 

올해 1월 매일경제와 진학사의 채용 플랫폼 캐치가 Z 세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Z 세대 응답자 중 78.7%(복수 응답)가 ‘연봉’을 직장 선택의 최우선 조건이라고 답했다. Z 세대는 2008년 미국 리먼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 위기를 지나오며 부모 세대인 X 세대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자랐고, 최근 몇 년 팬데믹 충격으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가게들이 문을 닫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그들을 움직이는 것이 과연 ‘연봉’이 전부일까. 실제 입사 후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연봉’이 아닌 ‘인정’이다. CNN 여론조사 업체인 갤럽의 올해 2월 조사에서는 가장 젊은 세대(Z 세대) 직장인 약 40%가 일주일에 여러 차례 상사에게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정은 Z 세대의 성장에 필요한 양분이다.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2013년 최고 명문 하버드대 졸업식 연사로 나와 자신이 25년간 유명인들을 인터뷰한 경험을 내놨다. 전 미 대통령부터 유명 가수 비욘세뿐 아니라 범죄의 가해자나 희생자, 가정주부까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이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꼭 자신에게 이렇게 동일하게 말했다고 한다. “저 괜찮았나요?(Was that OK?)” 왜일까?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이를 두고 공감과 인정을 표현할 때 신뢰와 연결성을 구축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특히 Z 세대는 더욱 그러하다. 기업에서 리더인 우리가 그러했듯이 Z 세대 또한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사원’일 뿐이다. Z 세대는 본인 스스로가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스스로와 회사의 성장이 보장된다면 기꺼이 충성할 준비가 돼 있다. 또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관계를 맺는 강점을 가진 Z 세대가 뭉칠 수 있게 리더가 지원한다면 Z 세대만의 에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연봉’이지만 당장의 물질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인정’이다. 리더는 Z 세대가 걸어갈 길을 미리 알고 있다. 미지의 Z 세대가 걸어갈 길을 먼저 걸어 본 선배로서 그들의 길에 등대 역할을 해준다면 Z 세대와의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