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평화가 찾아오고 경제 재건이 시작되면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출산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 시대의 평화와 경제 회복을 배경으로 급격히 증가한 출생자들을 베이비붐 세대라 부른다. 전쟁의 피해가 가장 적었던 미국에서 먼저 출산율이 증가했다. 종전 다음 해인 1946년 신생아 수가 400만 명 이상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1945년까지 연평균 250만 명 대비 60%가 증가한 수준이다. 합계 출산율은 1945년 2.49에서 1946년 2.94로 높아졌다. 이후 1957년에는 3.71까지 상승해 최고점에 도달했다. 합계 출산율 3.0 이상의 고출생은 1964년까지 19년간 이어졌고 이때 태어난 인구는 7600만 명에 달했다.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의 국가에서도 1946년 혹은 1947년부터 출산율이 급격히 증가해 인구 증가 현상을 가져왔다. 독일, 영국, 한국 등에서는 이보다 늦은 1950년대 중반 들어 출산율이 급격히 상승해 뒤늦게 베이비붐에 동참했다.
베이비 부머들은 핵심 생산연령인 25~49세에 달했을 때 소비와 고용을 팽창시켜 경제성장을 가속했고 40~50대를 지날 때는 자산 가격의 상승과 높은 저축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각 국가는 노동력 감소, 노인 부양비 부담 증가로 도전을 맞고 있다.
가장 먼저 베이비붐을 일으켰던 미국에서는 1964년생들이 이제 60세를 맞았다. 미국 인구의 약 22%를 차지하는 이들이 전원 60대 이상의 연령에 도달하면서 퇴직자 상당수가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27%는 은퇴 저축이 전혀 없다. 연금 보장이 없는 직장에서 근무한 숫자도 많다. 연금을 받아도 금액이 많지 않아 정상적인 주택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렇다고 사회부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용이치 않다. 퇴직자 대비 근로자 비중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전원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진입하는 2030년대에는 연금 수령자 대비 근로자 비율이 2.4명에 그쳐서 근로자의 부담을 증가시키기에는 사회적 갈등이 높아질 우려가 크다. 미국의 경제적 호황을 이끈 베이비붐 세대가 이제는 미국 사회의 무거운 짐으로 전락했다.
우리도 남의 나라 이야기를 할 계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도 상황이 낫지 않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1955~63년 출생자들을 1차 베이비 부머, 1964년 산아제한 정책 이후 다시 출산율이 증가한 1968~74년생들을 2차 베이비 부머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 분류다. 그러나 사회적 영향을 고려해 한해 90만 명 이상의 출생아 수를 기준으로 하면 1958~74년까지 17년 동안 출생한 세대다. 이 기간 출생아 수는 평균 94만 명이며 전체 출생아 수는 16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40대와 50대 연령에 도달했던 2016년에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도 정점을 이뤘고 저축도 가장 많이 증가해 자산시장의 호황을 가져왔다.
그러나 급속하는 출산율 저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의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로 2030년에는 근로자 2.7명이 퇴직자 1인을 부양해야 하고 2050년에는 1.4명이 한 사람을 부양하는 사회가 된다. 미국보다 빠른 퇴직 연령으로 이미 퇴직한 우리나라 베이비 부머들은 생계비 조달을 위해 여전히 노동시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복지 체계로 노인 빈곤을 막기에는 역피라미드형 인구구조로 인해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안정적 소득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금융시장 활용이 필요하다. 베이비 부머의 대규모 퇴직기를 맞아 고령자의 금융 투자나 연금 수익에 대한 세금이라도 생활 임금수준을 보장하도록 고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을 금융 수익에 과도하게 연계하는 제도 개선도 요구된다. 정책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일관적인 제도 구성이 있어야 한다.
한국은행은 최근 우리나라 인구문제에 대한 중장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나라 출산 여건을 모두 OECD 평균 수준으로만 높여도 출산율이 지금보다 두 배는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알고 있는 문제에 알고 있는 해법이다. 분절적 제도를 일관성 있게 재구성하자. 그리고 제발 꾸준히 실천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