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분석한 2023년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피드백(feed back)’ 결핍이 낳은 고립된 개인이었다. 이러한 트렌드는 2024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트렌드 모니터 2024’ 공동 저자인 채선애 마크로밀엠브레인 콘텐츠사업부 부장은 2023년 12월 17일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를 ‘친구, 직장 동료, 어른이 없는 3무(無) 사회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시장조사 업체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은 2010년부터 한국 사회와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한 ‘트렌드 모니터’ 시리즈를 매년 내놓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채선애 ‘트렌드 모니터 2024’ 공동 저자
고려대 문화심리학 석사, 현 마크로밀엠브레인 콘텐츠사업부 부장
사진 채선애
채선애 ‘트렌드 모니터 2024’ 공동 저자
고려대 문화심리학 석사, 현 마크로밀엠브레인 콘텐츠사업부 부장 사진 채선애

피드백 결핍은 무엇을 뜻하나.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겪으면서 사회적 관계가 약해지고, 1인 체제가 확고해졌다. 친구, 직장 동료, 어른이 없는 사회로 변한 것이다. 과거에는 주변 사람들을 통해 피드백을 받았다면, 지금의 한국 사회에선 피드백 결핍이 뚜렷해지고 있다. 2024년에는 대중(소비자)의 행동 방향이 이러한 소통의 결핍을 채우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피드백의 결핍을 보여줄 만한 데이터는 없나.
“2023년 상반기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1위가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자기 계발 서적이었다. 2021년 상반기에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라는 소설 서적이 1위였지만 2년 만에 그 사람들이 찾는 도서 소비 경향이 바뀐 것이다.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을 보면 성공과 부, 행복을 잡으려면 워라밸 따위는 잊어버리라고 거침없이 조언한다. 술자리에서 직장 선배나 동료에게 들을법한 조언이 담긴 이 책에 피드백의 결핍을 느낀 20~40대가 열광한 것이다.”

어른이 부재하다는 의미는.
“현재와 같이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에 신뢰를 주는 어른이 부재하다는 인식이 매우 높아졌다는 의미다. 우리가 20대부터 50대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제 역할을 하는 사람을 어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세이노의 가르침’의 저자는 인세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736쪽인 책 가격을 7200원으로 책정했다. 심지어 전자책은 무료다. 수십만 부가 팔려도 인세를 한 푼도 받지 않고, 자기가 누군지 얼굴과 본명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이러한 모습에서 어쩌면 대중이 어른의 진짜(날것) 조언이 담긴 책으로 느꼈을 수도 있다.”

개인화된 사회를 보여줄 데이터는 없나.
“하이볼(위스키와 토닉워터를 혼합한 술)과 관련된 데이터다. 하이볼을 만들 때 사용되는 토닉워터의 2023년 상반기 판매량(롯데 전 유통점 기준)이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3.9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이볼 재료인 위스키 판매량도 4.6배나 늘었다. 편의점 집계 데이터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수치들은 집에서 하이볼을 만들어 먹는 사람이 급증했다는 걸 보여준다. 반면 사람과 어울려 밖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은 줄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1인 체제의 가속화와 강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시(時)성비라는 트렌드도 책에서 소개했다.
“시성비는 시간이 돈이라는 의미다. ‘빨리 감기’가 유행하는 것도 이와 관련 있는 현상이다. 동일한 시간에 더 많은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 빨리 감기를 하는것이다. 2023년 상반기에 웨이팅 앱이나 캐치테이블 같은 예약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이 크게 증가한 것도 시성비를 추구하는 트렌드의 영향이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