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는 스마트폰 액정 속에 있고, 그 마트는 문을 닫지 않는다. 상점이 문을 닫아도 손안의 상점은 24시간 문을 열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든 소비할 수 있다. 쿠팡, 컬리 같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의 성공은 시간 경쟁력에서 비롯됐다.”

‘넥스트 밸류’를 집필한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이하 연구소)는 2024년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부상한 ‘시간 경쟁력’을 소개하며 이같이 분석했다. 연구소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겪으면서 사람의 시공간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으며, 소비 형태에도 변화가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연구소는 신한카드 3100만 명 고객의 소비 기록을 분석, 시공간을 중심으로 2024년 예상되는 소비 트렌드를 소개한다.

온라인 광고 및 상점의 영향력 확대

미국 마케팅 조사 업체 레드 크로 마케팅에 따르면, 한 사람이 하루에 보는 광고는 1970년에는 500~1600개였지만, 2017년에는 4000~1만 개까지 늘었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유튜브와 메타(구 페이스북)의 온라인 광고, 인플루언서들의 소셜미디어(SNS) 간접광고까지 고려하면,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광고 수는 2017년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고 연구소는 설명한다. 그러면서 온라인 광고 증가와 인터넷 상점 발달로 일상의 모든 시간이 소비 접점이 됐고, 소비 빈도 역시 증가했다고 강조한다. 

시(時)성비 따지는 소비자⋯예약 경제 발달

신한카드 데이터 분석 결과 최근 3년간 캐치테이블 같은 음식점 예약 대행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증가가 두드러진 것으로 분석됐다. 2023년 1분기 캐치테이블 이용 건수를 보면, 2020년 동기 대비 22배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줄서기 대행 서비스 앱인 테이블링의 2023년 1분기의 평균 월간 이용자 수도 2022년 동기 대비 2.1배 증가했다. 이는 직접 대기하지 않고도 원하는 시간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간 결정권을 고객 중심으로 가져간 덕분이라고 연구소는 설명한다. 그러면서 예약 대행 서비스의 주된 이용자층이 2030세대로 나타났으며, 이는 시간 대비 효율을 따지는 새로운 사회 기조인 ‘시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영향 때문이라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방문 시간 자율성 제공한 무인 매장의 부상 

팬데믹 이후 온라인 상점이 오프라인 상점을 위협하고는 있지만, 무인 매장은 팬데믹을 거치며 오히려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연구소는 강조한다. 신한카드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무인 매장 가맹점 수가 2019년 대비 894%나 증가했다. 누군가를 의식할 필요도 없고 비대면으로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에 팬데믹 이후 비대면에 익숙해진 소비자에게 친근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무인 매장은 직원 고용비가 없어 소비자에게 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게 가능하고 24시간 열려 있어 소비자가 원할 때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방문 시간의 자율성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의미다.

오프라인 생존 모범 사례 ‘성수동’ 카페 거리

온라인 상점이 발달하는 와중에도 오프라인 공간만의 특별한 매력 때문에 외지인 방문으로 소비가 증가한 지역이 있다. 바로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다. 이 지역은 2010년대에 문을 닫은 공장 터를 중심으로 카페들이 많이 생겨났다. ‘대림창고’ ‘어니언’ 등 성수 1세대 카페라 불리는 곳들이 대표적이다. 성수동은 ‘문화를 향유하고 감흥이 통하는 공간’으로 성장했다. 

신한카드 데이터에 따르면, 성동구를 방문한 외지인의 외식 가맹점 이용 빈도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이 지역의 커피 관련 가맹점 이용이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동구는 서울에서 커피 관련 가맹점이 가장 많이 증가한 구이기도 하다. 서울 송파구 송리단길 역시 대형 쇼핑몰인 롯데월드몰을 중심으로 ‘르브리에’ ‘사브레’ 같은 분위기 있는 감성 카페 증가로 외지인이 많이 찾는 곳으로 분석됐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