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채용 시장에 ‘BANI 시대’가 오고 있다. BANI 시대는 자마이스 카시오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만든 용어인데, 부서지기 쉬우며(Brittle), 불안하고(Anxious), 비선형적이며(Non-linear), 이해하기 어려운(Incomprehensible) 혼돈 상황을 의미한다. 퇴사가 보편화되면서, 기업은 채용 단계부터 직원의 이탈을 고려해야 한다.” 

‘채용 트렌드 2024’ 저자인 윤영돈 윤코치연구소 소장은 2024년 채용 시장 상황을 이같이 전망했다. 저자는 팬데믹 이후 그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으며 어떤 현상의 원인과 결과가 비선형적인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팬데믹은 안정적으로 보이던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냈고, 지구 반대편의 (방역) 실패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 불안감을 높였다고 강조한다. 

이로 인해 직장은 더 이상 평생 보장되지 않으며 오히려 커리어 체인지가 정상인 시대가 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혼돈 상황에 빠진 채용 시장에서 새롭게 등장한 오픈AI의 채팅형 AI(인공지능) 챗GPT와 퇴사를 준비하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 직원, 기업 컬처핏(Culture-Fit·조직 문화 적합성)을 2024년 채용 시장의 변화를 이끌 주요 변수로 소개한다.

챗GPT가 바꿀 채용 시장

챗GPT로 자기소개서를 쓰고 교정하는 시대가 됐다. 저자는 챗GPT가 사용되면서 자기소개서의 변별력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챗GPT 등장으로 자기소개서의 신뢰도가 훼손되면서 채용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고, 기업들은 인·적성 검사나 면접에 더 힘을 실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삼성전자가 공채 과정에서 챗GPT 같은 생성 AI(Generative AI)를 사용해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판별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힌 것 역시 직무 적성검사나 면접 같은 채용 절차가 충분히 변별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또 미래 일자리에 대한 보장이 챗GPT 등장으로 취약해진다는 점에서 챗GPT는 직장인을 불안하게 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퇴사 준비하는 MZ 세대

저자는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는 신입사원이 늘고 있다고 지적하는 기업 인사 담당자가 많다고 소개한다. 팬데믹 이후 일터로 복귀를 거부하는 ‘대사직(The Great Resignation)’ 시대가 오고 최소한의 업무만 하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신입사원 사이에서 퇴사를 준비하는 ‘퇴준생’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비대면 방식이 익숙해지면서 사람을 직접 만나야 일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무너졌고, 직장 내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쪽으로 기업 문화가 변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공동체 의식은 무너지고 조직의 성장보다는 개인의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부상하면서 퇴직 문화가 빠르게 확산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최고의 인재’보다는 기업에 적합한 ‘최적의 인재’를 뽑는 게 중요해졌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업 컬처핏 중요성 대두

최근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같은 세계적 기업의 채용 경향을 보면 직무 적합성, 컬처핏, 동기부여 적합성, 이 세 가지를 활용하고 있다. 채용 과정에서 기업 조직 문화 적합성인 컬처핏을 강조하는 이유는 어떤 사람을 채용해서 지식과 기술은 가르칠 수 있어도 가치관은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무리 뛰어난 성과를 내더라도 조직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 사람을 채용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수도 있다며 컬처핏에 맞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