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각 사·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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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다. 용띠는 탁월한 리더십과 카리스마로 도전과 어려움에 맞서기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갑진년 경영 행보가 주목되는 용띠 기업인으로는 누가 있을까. 1940년생부터 1952년생, 1964년생, 1976년생, 1988년생까지 다양한 연령대 경영인이 활약하고 있다.

1940년생 용띠 경영인으로는 장홍선 극동유화그룹 회장이 있다. 장 회장은 1964년 현대오일뱅크의 전신인 극동정유를 창업하며 재계에 이름을 알렸다. 1991년 현대그룹에 극동정유 경영권을 넘긴 데 이어, 1996년 LS그룹에 도시가스 업체 극동도시가스(현 예스코) 경영권을 처분했다. 현재 극동유화그룹은 수입차 부문에서 고진모터스, 선인자동차, 선진모터스 등을 렌털 부문에서 우암홀딩스, 물류 부문에서 세양물류 등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952년생 용띠 대표 경영인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1981년 부친인 고 김종희 창업주가 타계해 29세의 나이로 회장직에 올랐다. 이후 43년째 그룹을 경영하며, 한화를 재계 7위 대기업으로 올린 국내 최장수 오너로 평가받는다. 김 회장은 한화의 주력 사업인 한화생명부터 태양광 에너지 사업, 유통 사업, 항공우주·방위산업 등을 직접 인수합병(M&A)을 통해 키워냈다. 특히 2023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15년 만에 성사시킨 김 회장은 현재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 등에게 전권을 넘기고, 최종 결정권자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또 다른 1952년생 용띠 경영인인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창업주 고 이종근 선대 회장에 이은 2세 경영인이다. 선대 회장에 이어 제2의 성장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장의 연구개발 뚝심의 결과로 2023년 종근당은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에 1조7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1964년생 용띠다. 올해로 취임 3년 차를 맞은 구 회장은 LS전선, LS일렉트릭 등 기존 주력 사업과 배터리·전기차·반도체 신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양손잡이 전략’을 앞세워 높은 실적을 기록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구 회장의 취임 첫해였던 2022년 LS그룹 전체 연결 실적은 영업이익 1조198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구 회장과 1964년생 동갑내기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2023년 말 인사를 통해 단숨에 SK그룹의 ‘이인자’로 부상한 용띠 경영인이다.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사촌지간이다. 최 의장은 그간 SK디스커버리를 이끌며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등에 집중해 왔다. 최근 반도체와 배터리 등 SK그룹의 주요 사업이 부진한 실적을 나타내는 가운데, 그룹의 ‘구원투수’로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도 SK그룹 내 1964년생 용띠 경영인은 장용호 SK㈜ 사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등이 있다.

삼성전자에도 1964년생 용띠 경영인이 포진해 있다.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 이영희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박 사장은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재무뿐만 아니라 기획과 인사, 경영 혁신, 구매 등 경영진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이 사장은 2023년 삼성에서 오너를 제외한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유리천장’을 깬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사장은 현재 삼성전자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총괄하며 사실상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역할을 맡고 있다. 장 사장은 인공지능(AI)과 전기차 부품 시장 성장세에 올라타기 위해 사업 경쟁력 강화에 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도 1964년생 용띠 경영인이다. 2021년 현대자동차 사장직에 오른 장 사장은 2023년 현대자동차의 역대 최고 매출 기록을 이끈 인물로 꼽힌다. 마찬가지로 1964년생 용띠인 조재천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은 현대엘리베이터가 국내 1위 엘리베이터 업체로 성장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76년생, 1988년생 젊은 용띠 경영인들도 주목받고 있다.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이사 사장, 김종희 동서 부사장, 허제홍 엘앤에프 의장 등이 대표적인 1976년 용띠 경영인이다. 1988년생 용띠 경영인으로는 한문일 무신사 대표, 최낙준 무학 총괄 사장, 네이슨 마이클 촹 AIA생명 대표 등이 있다.

해외 용띠 경영인은…‘자수성가, 혁신가’

글로벌 용띠 경영인으로는 어떤 이들이 있을까. 1경원이 넘는 돈을 주무르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Larry Fink) 회장이 1952년생 용띠다. 핑크는 1976년 뉴욕 월가의 퍼스트 보스턴은행에서 채권 트레이더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혈기 왕성했던 30대 초반 금리 예측을 잘못해 채권 투자에서 1억달러(약 1299억원)의 손실을 입었지만, 이때의 교훈을 바탕으로 ‘많이 얻는 것보다 적게 잃는 데 집중하자’는 투자 철학을 만들었다. 

핑크 회장은 1988년 블랙스톤그룹 아래에서 블랙록을 설립했고, 블랙록은 1994년 블랙스톤그룹에서 독립했다. 이후 블랙록은 2006년 메릴린치 투자운용부와 합병으로 운용 자산을 두 배로 늘렸고, 2009년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자산운용 부문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자산운용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 아마존 창업주는 1964년생 용띠다. 그는 1994년 시애틀의 작은 차고에서 온라인 서점으로 아마존을 창업했다. 이후 아마존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클라우딩 컴퓨팅 기업으로 키워냈다. 베이조스는 2021년 앤디 재시(Andy Jassy) 현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에게 CEO 자리를 넘기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신 그는 2000년에 설립한 우주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에 집중하고 있다. 블루 오리진은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CEO의 스페이스X와 경쟁하고 있다. 현재까지 뉴 셰퍼드, 뉴 글렌, 블루문 등의 로켓을 개발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자수성가 기업인이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창업주인 마윈도 1964년생 용띠다. 영어 교사 출신인 그는 1999년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마윈은 현금 없는 QR코드 전자결제, 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무는 신유통 전략 등으로 21세기 기술 혁명을 주도하다가, 2019년 경영 일선에서 은퇴했다. 하지만 2020년 10월 금융 및 기술 산업에 대한 중국 규제 당국의 행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후 시련을 겪어왔다. 계열사인 앤트그룹의 기업공개가 급작스럽게 취소되고, 마윈은 수년간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다. 2023년 3월 알리바바는 6개의 사업 영역을 쪼개 분사하기로 했지만, 이를 추진했던 CEO가 퇴진하고 경영진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마윈은 2023년 말 앤트그룹의 지배권을 박탈당한 상태다.

이 밖에 해외 용띠 경영인으로는 세계적인 논픽션 미디어그룹인 디스커버리커뮤니케이션 창업자 존 헨드릭스(John Hendricks·1952), 미국 차량 공유 업체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1976) 등이 있다.

이주형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