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 환경 어려워도 끊임없이 도전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관습을 답습하는 대신 새로운 발상과 시도로 위기를 극복하자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올해도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내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야 바른 음을 낼 수 있다.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경영 시스템을 점검하자”고 말했다. 해현경장은 거문고 줄을 고쳐 맨다는 뜻으로, 옛 한나라 사상가 동중서가 무제에게 변화와 개혁을 강조하며 올린 건의문에서 유래했다. 최 회장은 “큰 나무가 되려면 넓고 깊게 뿌리를 내려야 하는 것처럼 우리 스스로 성장에 맞는 내실을 갖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변화’라는 단어를 11번 언급하며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안정적인 상황이 지속된다는 것은 곧 정체되고 도태된다는 뜻”이라며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꾸준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끊임없는 변화는 혁신의 열쇠다.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이 다소 불안해 보이지만 건강한 체질로 변화·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별적 가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생존을 넘어 시장을 주도하고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차별적 고객 가치를 만드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며 LG의 트롬 스타일러와 건조기, 전기차 배터리, 올레드 등을 차별적 고객 가치의 사례로 꼽았다. 이어 구 회장은 “우리가 만들어 나갈 가치들도 고객의 기대 수준이나 눈높이를 뛰어넘어 고객을 ‘와우(wow)’ 하게 만드는 감동을 줘야 한다”며 “이런 가치들이 쌓여갈 때 LG가 대체 불가능한 ‘온리원(Only One)’의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새해 경영 환경이 어려워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레이트 챌린저(Great Challenger)’의 자세를 주문했다. 김 회장은 “100년 역사의 기업도 찰나의 순간 도태되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라며 “고금리·고물가·저성장의 삼중고 속에 시장은 위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글로벌 챔피언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혁신하는 그레이트 챌린저가 돼야 한다”고 했다. “기존 주력 사업은 그룹을 지탱하는 굳건한 버팀목이지만, 오랜 관행과 타성에 젖기도 쉽다”며 “익숙한 판을 흔들고 당연한 것을 뒤집는 도전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새해 성공적인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다짐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라는) 커다란 위기가 지나갔지만, 우리 앞에 놓인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며 “항공 업계의 변화와 혁신 속에서 기본에 충실하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제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한항공은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경쟁 당국의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변화를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기존 시스템과 일하는 방식을 전부 바꿔야 한다”며 “그룹 전체 효율과 시너지의 핵심이 ‘단 한 클릭의 격차(ONE LESS CLICK)’인 만큼, 이를 업무 방식의 전반에서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 달라”고 말했다.
“AI 시대 맞춰 사업 혁신 서둘러야”
앞서 2023년 신년사에선 주요 경영 키워드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제시됐다면, 새해에는 AI가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에서 1월 17일(현지시각) AI 기술을 접목한 갤럭시S24 시리즈를 공개하는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은 최근 시무식에서 “생성 AI
(Generative AI)를 적용해 디바이스 사용 경험을 혁신하는 것은 물론 업무에도 적극 활용해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자”며 이른바 ‘AI 이노베이션’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핵심 가치인 초격차 기술 등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으로 추진하자”고 했다.
AI 반도체 핵심인 HBM(고대역폭 메모리)에 집중하는 SK하이닉스도 AI에 주목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오픈AI의 채팅형 AI) 챗GPT 등장으로 개막한 AI 시대는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며 “AI 시대의 ‘퍼스트 무버’로 자리 잡았지만 현재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AI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통 업계에서도 AI 시대에 맞춰 혁신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임직원에게 “‘AI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사업 혁신을 서둘러 달라”고 주문했다. 이미 확보된 AI 기술을 활용해 업무 전반에 AI 수용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신 회장은 “글로벌 복합 위기 속 대처에 따라 그룹의 성장도 좌우될 수 있다. 시대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말고 가능성이란 용기를 따라가 달라”며 “생성 AI를 비롯한 다양한 부문에 기술 투자를 강화해 달라”고 말했다.
‘2024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
“정부·기업 ‘원팀 코리아’로 새해도 함께 뛰자”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1월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경제계 신년 인사회’를 열었다. 경제계 신년 인사회는 기업과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새해 다짐을 공유하는 경제계 최대 규모 신년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주요 그룹 총수들, 경제 단체장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2년 연속 경제계 신년 인사회를 찾은 윤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전 세계를 누비며 시장을 개척하고 수출로 경제 위기를 돌파한 덕분에 수출이 확실히 늘고, 물가 안정과 높은 고용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정부가 규제 혁파와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더 큰 활력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경제 단체장들은 ‘기업 보국 정신’을 발판으로 경제 도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새해에도 기업과 정부가 ‘원팀 코리아’ 정신을 다시 한번 발휘해 경제 재도약과 민생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류진 한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새해에도 기업인들은 선제적인 투자와 수출 확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겠다”며 “대통령께서 일자리 창출을 많이 하는 기업인들을 업고 다니시겠다고 했는데 내년 이맘때쯤 허리가 좀 뻐근하실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이 자리가 ‘다시 뛰는 대한민국’의 결의를 다진 날로 기억될 수 있게 경제계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정치가 경제를 밀어주고, 기업인들은 미래 세대와 더 넓어진 경제 영토에서 대한민국이 재도약할 수 있게 노력하자”고 했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적극적인 투자와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