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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대 성장’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중국 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갑진년(甲辰年) 새해 한국 경제의 최대 암초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23년 5.4%에서 2024년 4.6%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중국 경제의 5% 이하 성장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2.2%)과 코로나19 봉쇄 타격이 컸던 2022년(3%)을 빼면 개혁·개방을 본격화한 1990년대 이후 처음이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저성장 국면이 1%대 저성장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0.7명이 위협받는 저출산 쇼크도 한국 경제의 성장 여력을 갈아먹을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 밖에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가계 부채 문제,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등도 2024년 한국 경제의 성장 전망을 어둡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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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성장 진입이 최대 리스크”

조선비즈가 국내 경제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인 72.5%(복수 응답)는 ‘2024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로 ‘중국 경제 저성장 국면 진입’을 꼽았다. IMF는 2023년 10월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중국의 성장 둔화 가능성 등을 반영해 한국의 2024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에서 0.2%포인트 낮춘 2.2%로 제시했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성장 동력을 빠르게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며 “중국의 저성장 추세가 지속되면서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두 번째로 꼽은 내년 한국 경제 리스크 요인은 ‘저출산·고령화 등 한국 사회의 구조적 위기(55.0%)’였다. 2023년 3분기 0.7명까지 떨어진 합계 출산율은 4분기 0.6명대로 추락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밖에 가계 부채(47.5%), 미국 등 선진국의 고금리 장기화(45.0%) 등이 주요한 경기 하방 리스크로 지목됐다. 

韓 경제 1%대 저성장 지속 전망도 절반가량

그렇다면 경제 전문가들의 성장 눈높이는 어떨까. 설문 참여자의 절반(20명)은 2% 초반(2.0~2.3%) 성장을 예상했다. 그러나 절반에 가까운 17명이 1%대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해 경기회복 가능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응답자 40%(16명)는 1.5~1.9%를 전망했고, 1.0~1.4%를 예상한 전문가(1명)도 있었다. 한국은행 전망치(2.1%)보다 높은 2% 중반(2.4~2.6%) 성장을 예측한 전문가는 3명(7.5%)에 불과했다.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2023년(1.4%)보다는 높겠지만, 회복세가 매우 느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2년 동안 글로벌 경제를 괴롭혔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충격은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설문 참여자 40%(16명)는 올해 상반기 중 글로벌 고물가 기조가 종료될 것이라고 봤고, 32.5%(13명)는 하반기 중 고물가 기조가 끝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미 고물가 기조가 종료됐다고 응답한 1명을 포함하면 설문 참여자 4분의 3이 인플레이션 충격이 진정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저성장·고물가 장기화 우려 커져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정책 당국이 경기 둔화에 우선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 중에서 정책 당국이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절반 이상인 21명(52.5%)이 ‘경기 둔화’를 지목했다. 이에 못지않은 19명(47.5%)이 ‘아직은 물가 상승에 우선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둔화까지 겹치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를 동반한 물가 상승)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나빴던 경기에서 회복되는 패턴이 과거와는 다른 경향을 보이면서 ‘저성장 고착화’에 따른 여러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 통한 생산성 향상 노력해야”

‘저성장·고물가’ 굴레를 끊어내기 위한 정책 과제로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지목한 것은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충(67.5%, 복수 응답)’이었다. 규제 완화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려 저출산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금산 분리 규제 완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 산업과 정보기술(IT) 산업 간 경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기업의 진출 길을 터주면 노동자의 생산성이 올라가면서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정책 당국이 집중해야 할 과제로 금리·환율 안정 등 금융시장 불안 차단(37.5%), 출산율 제고 및 지방 소멸 대응(37.5%), 가계 부채 증가세 억제(35%), 무역 지형 변화 대응(27.5%), 민간 일자리 창출 여건 개선(22.5%) 등을 꼽았다.

Plus Point

2024년에는 기준금리 인하 전망
“韓美, 2~3회 내릴 것” 대세

조선비즈가 실시한 ‘2024년 경제 전망’ 전문가 설문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40명 중 절대다수인 38명(95%)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됐다고 판단했다. 2023년 12월 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2023년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한 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 시기를 논의했다”고 밝힌 것이 결정타였다. 

전문가들의 시선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언제, 얼마나 많이 내리느냐로 쏠리고 있다. 40인 전원은 미 연준이 새해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절반 이상인 23명(59%)은 2분기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 인하 시점을 3분기로 내다본 전문가는 12명(30.8%), 4분기의 경우 2명(5.1%)이었다. 새해 1분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응답도 2명(5.1%) 있었다.

2024년 말 연준의 기준금리 구간을 묻는 말에는 연 4.50~4.75%를 고른 응답자가 18명(46.2%)으로 가장 많았다. FOMC가 새해 중 3회 금리 인하를 시사한 만큼, 현재 금리 수준보다 0.7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본 것이다. 더 낮은 수준을 예상하는 응답도 있었다. 4.25~4.50%는 9명(23.1%), 4.00~4.25%는 4명(10.3%), 3.75~4.00%는 1명(2.6%)이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40명 중 38명(95%)은 한국은행이 새해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고, 나머지 2명(5%)은 금리 인하 시점을 2025년 상반기로 예상했다. 2024년 2분기가 18명(45%)으로 가장 많았고, 3분기 15명(37.5%), 4분기 5명(12.5%) 등 순이었다.

2024년 말 한국은행의 금리 전망치로는 연 2.75%를 고른 사람이 15명(37.5%)으로 가장 많았다. 현행 3.5%에서 0.75%포인트 내릴 것으로 본 것이다. 다만 금리가 3%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리라고 예상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연 3.0% 14명(35%), 연 3.25% 7명(17.5%), 연 3.5% 3명(7.5%) 등이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낮아졌고, 한국 물가 상황도 2022년보다 안정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