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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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에서 올해 금리 인하에 대한 여러 코멘트가 나오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 중립 금리는 대략 3~3.25% 수준으로 예상되며 2024년 내에 점진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또한 안정화하는 구간으로, 2024년 상반기에는 2.5%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투자 혹한기를 겪고 있는 스타트업들에 어떤 영향을 줄까. 스타트업 투자와 금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역(逆)의 상관관계다. 저금리 상황에서는 시중에 자금이 넘쳐나고 주식시장에서 주가의 밸류에이션도 고평가되기 때문에 활발한 스타트업 투자가 일어난다. 하지만 고금리 상황에서는 주요 벤처캐피털(VC) 등도 일단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도 보수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크게 위축된다.

엄여진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
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 바이오 애널리스트
스타트업 투자가 다시 활기를 찾으려면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 예산 지원도 중요하겠지만, 민간 투자가 재개되는 것이 더 주효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금리 인하 효과로 사모펀드 시장이 회복된다면 스타트업 투자도 곧 훈풍이 불길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와 펀드 출자 사이에 약 1년에서 1년 6개월까지의 래깅(시차) 현상이 있다고 하는데, 이에 따르면 아마 그 시점은 스타트업 투자 재원이 올해 바닥을 확인한 후에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구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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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실적 받쳐주는 기업이 투자받는다

그렇다면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할까. 2023년까지의 스타트업 투자 동향을 분석해 보면 올해의 투자 방향성을 가늠하는 것이 수월할 것이다. 통계에서도 고금리 여파가 여실히 드러나는데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모태 펀드와 성장 금융 등 정책금융과 민간 출자 모두가 급격히 감소했다고 한다. 2023년의 경우 3분기까지 누적으로 정책금융 자금은 전년 대비 28% 감소했고 민간 출자 자금은 전년 대비 무려 47%나 감소했다. 스타트업들에는 혹독한 겨울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2023년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2024년에도 활발히 투자가 유치될 만한 유망 업종을 예측해 볼 수 있다. 2023년에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들을 투자 규모 순위로 검토해 보면 2400억원을 유치한 무신사, 2000억원을 유치한 비욘드뮤직컴퍼니, 1300억원을 유치한 헬리녹스 등이 포진해 있다. 이외에도 1000억원대의 투자 유치를 성공한 기업에는 동화일렉트로라이트, 컬리, 대영채비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실제로 매출과 이익이 발생하거나 확실한 제품이 있는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즉 과거에는 바이오같이 전혀 매출이 나오지 않더라도 미래에 대한 기대감만 있다면 투자자들이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지만, 최근 고금리 시대가 지속하면서 기대감보다는 실제로 매출과 이익이 나오는 기업에만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물론 정부의 정책 펀드라면 당장 매출이나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미래의 국가 성장 동력이 될 바이오, 인공지능(AI) 등에도 과감한 투자가 집행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책 펀드를 집행하는 VC 역시 수익률이 나오지 않으면 추후에 새로운 정책 자금을 정부로부터 받아 올 수 없기 때문에 VC 등도 결국 이와 같은 매출과 이익이 나오는 실체가 있는 산업 위주로 투자를 집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2024년에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라면 어느 정도 매출과 이익이 나오는 기업 위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바이오 스타트업이라면 실제 기술 수출 계약이 이뤄진 기업 위주로 우선순위를 두고 투자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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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는 IPO 시장에 AI 투자 기대

유망 섹터별로 본다면, 올해도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릴 투자처는 AI 섹터일 것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국내에는 아직 AI 스타트업 투자가 드물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 규모를 보면 전 세계 자본은 유망한 AI 기업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2022년 오픈AI의 채팅형 AI 챗GPT가 공개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AI 투자 붐이 불고 있으며 이미 AI 유니콘이 미국에는 53개에 이르며 중국에는 19개가 있다고 한다.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는 한국에 미국처럼 선도적인 기술을 가진 회사가 없다며 투자할 곳이 없다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반면, AI 업계에서는 기술이 있어도 투자받기 어렵다는 불만이 많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국내 벤처 투자는 실제로 매출과 이익이 나는 기업에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10년 전 바이오 투자 붐이 시작하던 시기에도 비슷한 논쟁은 있었다. 바이오 투자를 절대 하지 않겠다는 사람 중에는 미국 글로벌 기업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이 절대 그 수준을 따라갈 수 없을 거라는 비관론적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미래 먹거리로서 바이오가 부상하며 자본력이 집중되고, 글로벌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나가며 놀라운 성과를 낸 바이오 기업들의 사례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어려웠던 2023년에도 국내에서 AI 업계에서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한 기업이 있다. AI 포털 서비스를 운영하는 뤼튼테크놀로지스는 150억원을 유치했고, 동영상 챗GPT를 만드는 트웰브랩스는 엔비디아로부터 1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웹툰 생성 AI(Generative AI) 기업 라이언로켓도 6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2023년 하반기부터 기업공개(IPO)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트업 투자에 거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금리 지표다. 하지만 단기적 관점에서 스타트업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IPO 시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공모주 시장이 어려웠을 때, 스타트업 투자시장은 직격탄을 맞아 큰 폭의 투자 위축을 겪어 왔다. 다행스럽게도 2023년 하반기부터 두산로보틱스,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의 대형 공모주들이 청약에 성공하면서 공모주 시장이 활발히 살아나고 있다. 2024년에도 노브랜드, 현대힘스, 에이피알, 엔카닷컴 등 공모주 시장에서 크게 기대되는 대어(大魚)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기에 공모주 시장은 다시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 투자도 2023년의 침체기를 벗어나 재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