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마침내 물가 측면에서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완화로 인해 올해 기준금리(이하 금리) 인상 기조가 바뀔 것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월 2일(이하 현지시각) CNN과 가진 인터뷰의 일부 내용이다.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도 “인플레이션이 유의미하게 하락하고 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2% 목표와 부합하는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하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1% 올랐다. 2023년 1월까지만 해도 CPI 상승률은 6.4%였다. 4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2022년 6월 CPI 상승률은 무려 9.1%였다. 연준은 2023년 12월 기준금리를 5.25~5.5%로 동결하면서 2024년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을 하향 조정한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를 4%로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 연준 덕에 물가가 안정돼 연착륙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많지만, 필자는 인플레이션을 약화시킨 공로가 연준의 금리 인상 정책에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킨 공급망 문제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경우 금리 인상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속한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① 로런스 H. 서머스(Lawrence H. Summers) 전 미국 재무부 장관 역시 통화정책이 수요 측면에 의해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노동력 부족, 공급망 문제 같은 공급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어 금리 인상을 통해서만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2022년 2월 일어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2년 여간 지속 중이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 +(플러스)의 원유 추가 감산, 2023년 10월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발 중동 위기감 고조 등으로 유가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예상만큼 빠르지 않아 원유 수요가 감소했고 지난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유가가 대체로 하락 안정세를 보인 영향이 물가에도 반영됐다. 필자는 전략 석유 비축량 판매와 항구를 24시간 개방하라는 압력 등 미국 백악관의 정책이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매우 중요했다고 강조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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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미국의 주요 언론 매체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평가가 나왔을 때 분위기가 좋았다. 인플레이션 열기가 한풀 꺾였고 인플레이션이 이미 사라졌을 수도 있다는 평가들이었다. 

미국의 개인 소비 지출에 대한 최신 보고서는 환호성을 자아낼 정도였다. 뉴욕타임스(NYT)의 제아나 스미알렉은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유산(업적)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미알렉의 기사는 연준 숭배의 페티시(Fetish)를 잘 보여준다.

제임스 K. 갤브레이스 
텍사스대 린든존슨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 전 미국 하원 
은행금융도시문제위원회 위원
제임스 K. 갤브레이스 텍사스대 린든존슨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 전 미국 하원 은행금융도시문제위원회 위원

스미알렉이 기사에서 인용한 두 명의 경제학자(은행가와 전직 연준 직원)는 파월과 그의 동료들 공로를 단호하게 인정한다. 한 사람은 “지금 연준은 꽤 괜찮은 것 같다”고 말하고, 다른 한 명은 “확실히 그들은 매우 잘해왔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독자들은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연준의 경제 전문가들이 가능성이 작다고 생각했던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책을 입안하는 전문가를 포함해 그 누구도 대중에게 인플레이션이 잡힐 것이라는 낙관론을 공유하지 않았다. 스미알렉은 “금리 인상이 공급망 문제를 치유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다른 요인이 작용해 인플레이션을 치유했다고 했다. 스미알렉은 더 나아가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 불과 3개월 후인 2022년 6월에 이미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했음을 상기시켰다. 당시 연준의 정책 금리는 3개월간 0.75%포인트밖에 오르지 않았고, 금리가 얼마나 더 오를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실제로 통화정책이 물가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은 2022년 6월 이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찾아볼 수 없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두고 통화주의자들은 ‘돈 찍어내기’를 비난했지만, 재정주의자들은 예산 적자에 문제의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낮은 실업률이 경제 위험 신호라는 ②필립스 곡선(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사이에 역의 관계가 성립한다는 이론) 지지자들도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이라고 표현한 하버드대 교수이자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인 로런스 H. 서머스를 생각해 보자. 그는 2021년 초부터 높은 인플레이션을 예측하고 급격한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서머스의 초기 분석은 노동시장이 너무 과열됐고,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구호 지원금, 인프라 지출, 투자 인센티브 등 재정 부양책이 너무 강력하다는 두 가지 주장으로 요약됐다. 

첫 번째 주장은 1960년대의 유물인 필립스 곡선에 근거한 것이었고, 두 번째 주장은 1960년대에 있었던 베트남 전쟁 당시 재정 부양책의 경험에 근거한 것이었다. 서머스는 “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 기대에 의해 결정되고, 인플레이션 기대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형성하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2023년 12월 18일, 워싱턴포스트(WP)의 레이철 시겔과 제프 스타인 기자는 “경제가 주류 경제학계의 거의 모든 사람이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위치에서 2023년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썼다. WP의 기자들은 에너지 가격 급등, 글로벌 공급망 붕괴, 주택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을 실제로 유발한 요인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들은 여전히 연준의 공로를 인정하면서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러한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한 조치도 설명했다. 

이것은 절반은 맞는 말이다. 전략 석유 비축량 판매와 항구를 24시간 개방하라는 압력을 포함한 백악관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매우 중요했다. 충분한 시간과 시장 스스로의 자생력도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영향을 줬다. 어쩌면 연준의 금리정책은 아무런 관련이 없을지 모른다. 물론 이 정도까지 말하는 것은 지나친 표현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경제학이 특정 진단이 특정 치료법으로 이어지는 학문이 된다면 단순히 금리만 인상하면 인플레이션이 해결된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아직 그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아마도 언젠가는 그때가 올 것이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로런스 H. 서머스는 미국 재무부 장관을 지낸 경제 전문가다. 그는 하버드대 역사상 최연소 정교수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서머스는 1983년 29세의 나이로 하버드대 정교수가 됐다. 그는 이후 1991년 하버드대를 떠나 세계은행 부총재 및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시절인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 재무부 장관으로 일하며, 당시 외환 위기를 겪은 멕시코와 러시아를 구제하기 위한 노력을 펼쳤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하버드대 총장으로 활동했고, 퇴임 후 다시 하버드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필립스 곡선은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율(물가 상승률)과 실업률 간에 역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이론이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올번 윌리엄 필립스(Alban William Pillips)가 1958년에 영국의 경제학술지인 ‘이코노미카(Economica)’에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소개됐다. 

그래프의 세로축에는 물가 상승률, 가로축에는 실업률이 들어간다. 필립스 곡선은 우하향하는 형태가 되는데, 이는 명목임금(현행 구매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임금) 상승률이 높을수록 실업률이 낮아지는 반비례 관계를 뜻한다. 이러한 점은 물가 상승과 실업이 상충 관계임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