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3년 10월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로 시작한 현 한화오션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20년 이상 KDB산업은행(이하 산업은행)이 대주주였다. 산업은행 관리 체제는 미래를 개척하는 과감하고 전략적인 투자 실행에 제약으로 작용했다.
2023년 한화그룹 일원으로 재탄생한 한화오션은 ‘리더십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 등 한화그룹 계열사는 2조원을 들여 산업은행 주도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식으로 지분을 인수한 이후, 한화오션 출범 후인 2023년 8월 유상증자를 결의해 1조5000억원대 자금을 추가로 넣었다. 한화그룹의 자금 투입에 힘입어 2022년 말 1700%이었던 부채비율은 2023년 말 200%대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오션은 △초격차 방위산업 솔루션 △친환경·디지털 선박 △스마트 야드(Yard) △해상 풍력 토털 솔루션 등 4개 분야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각종 선박과 해양 플랜트, 시추선, 부유식 원유 생산 설비, 잠수함, 구축함 등을 건조하는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Global ocean solution provider)’로 도약해 2040년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게 한화오션의 미래 비전이다.


세계 최대 100만t급 도크, 고기술 선박 건조
1981년 준공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세계 최대 100만t급 도크와 900t 골리앗 크레인 등의 설비 등을 바탕으로 고기술 선박을 건조 중이다. 한화오션은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4척 중 1척을 건조했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2050년 ‘넷제로(탄소 중립)’ 선언 등에 따른 친환경 선박 기술 수요가 만들어낼 미래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암모니아 추진선, 액화이산화탄소(LCO₂) 운반선, 이산화탄소-암모니아 이종 화물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여의도 약 1.7배인 490만㎡(약 150만 평)의 거대한 사업장을 미래형 스마트 조선소로 바꾸고 있다. ‘연결화’ ‘자동화’ ‘지능화’를 지향하는 스마트 야드 프로젝트는 생산 현장 자동화율을 70%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갖고 있다.
여의도 1.7배 사업장을 ‘스마트 야드’로
2021년 조선 업계 최초로 설립된 디지털 생산센터는 스마트 야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드론을 이용한 생산 현장 모니터링을 업계 최초로 시작한 디지털 생산센터에서는 사물인터넷(IoT) 센서 등으로 취합된 생산 정보를 대형 스크린에 수시로 업데이트해 기상 상황 등 생산에 영향을 주는 불확실성을 예측할 뿐만 아니라 시뮬레이션으로 위험 요소를 사전 대응하고 있다.
각종 데이터와 로봇 기술을 이용해 용접, 도장 등 여러 생산 공정을 자동화했다는 점도 스마트 야드의 특징이다. 생산 현장에 활용 중인 로봇은 협동 로봇을 비롯해 총 10여 개 분야 80대에 이른다. 이같이 인공지능(AI)·센서·IoT 기술을 융합해 거제사업장 전반에 구축된 자동화 라인의 스마트화를 구현하고 있다. 특히, 위험도가 높은 작업 분야인 선행 전처리 및 도장 분야를 중심으로 자동·무인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후행 공정 분야에도 조선업 최초 무(無)레일 용접 시스템, 전선 포설 자동화 장비 등을 개발해 안전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끌어 올리고 있다.
해양 에너지 가치 사슬 확장 모색
한화오션은 해양 에너지 가치 사슬 확장을 위한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WTIV·Wind Turbine Installation Vessel)과 부유식 설비 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이를 위한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부유식 해상풍력터빈, 해상 풍력발전 설비, 해양 부유식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을 이용한 바다를 통해 생산된 전기는 해상 변전설비를 통해 부유식 설비(FPSO)로 전송되고, 이 전기를 이용해 해수의 담수 전환과 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에 활용된다.
화석연료를 시용하지 않는 선박 개발에서도 한화오션은 한발 앞서 있다. 한화오션은 이미 대형 부유식 설비에 대한 건조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고, 무탄소 연료를 이용한 수소 및 암모니아 운반선 건조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또한 수소와 암모니아를 운송하기 위한 다양한 실증 설비들을 거제사업장과 시흥 R&D(연구개발) 캠퍼스에 보유하고 있다.
Interview 남동우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고문
“함정 기술 초격차 달성할 것…육해공 방산 토털 패키지 가능”

해군사관학교 41기, 서울대 해양학 석사, 한국해양대 정책학 박사, 전 율곡 이이함 함장, 전 해군 제7기동전단장, 전 방위사업청 무기체계 계약부장, 전 해군본부 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 사진 한화오션
2023년 6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서 미사일 100여 발을 발사할 수 있는 세계 최초 합동화력함의 개발 모델을 공개한 한화오션은 함정 분야 초격차 기술을 보유 중이다.
한국 해군이 보유한 잠수함 24척 중 17척을 수주·건조했으며, 2011년엔 국내 최초 잠수함 수출에 성공했다. 수상함에서도 7600t급 KDX-III(이지스함) 등 한국형 구축함 7척을 비롯해 40척 이상의 수상함을 건조했다.
한국형 구축함 사업인 KDX-I, II, III 사업과 잠수함 사업인 장보고-I, II, III 사업을 모두 수행한 업체는 한화오션이 유일하다.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남동우 고문은 서면 인터뷰에서 ‘글로벌 일류 해군력 솔루션 공급자(Global Top Tier Naval Solution Provider)’라는 사업 비전에 대해 “함정 부문 연구개발(R&D)을 통해 기술 초격차를 달성하고 시장 선도형 제품 개발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남 고문은 한화오션 출범에 대해 “한화그룹 방위산업(이하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과 협업을 통해 육해공 통합적인 방산을 추진할 수 있는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구축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화오션 출범 후 차세대 호위함과 장보고-III 배치(Batch)-II 후속 잠수함 건조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그 배경은.
“축적된 경험, 노하우를 통한 기술력이 한화그룹의 안정적인 경영 환경과 만나 수주 실적으로 연결됐다. 2023년 계약한 차세대 울산급 호위함 입찰부터 가격보다 기술력 중심으로 업체가 선정된 것도 유리했다. 장보고-III 배치-II 후속 잠수함 건조 수주도 한화오션의 우월한 잠수함 기술력 덕분이다.”
함정 기술 혁신 방향은.
“국내 함정 분야의 가장 큰 화두는 병력 절감이다. 함 운용·정비의 효율화를 위해 스마트 첨단 기술이 적용된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해외 사업에 대해서는 가격·납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투자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잠수함 분야에서 경쟁력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술은.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은 세계 최초로 공기 불요 추진 체계(AIP)와 리튬이온전지를 결합했다. 핵 추진 잠수함을 제외한 현존하는 디젤 추진 잠수함 중 최강의 무장과 최장의 잠항 능력을 가진 잠수함으로 해외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른 방산 계열사들과 시너지 창출 방향은.
“미래 함정의 핵심인 중소형 무인 함정 체계, 전기 추진 체계 기술 등에서 그룹 내 방산 계열사들과 협업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의 전투 체계 및 다양한 센서 개발 능력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무장 및 추진 체계 능력이 한화오션의 함정 플랫폼 기술과 통합해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다.”
한화오션 출범으로 한국판 록히드마틴이 구축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록히드마틴, RTX, BAE 등 최상위권 글로벌 방산 기업들은 모두 육해공 통합 사업이 가능하다. 세계 방산 시장의 무기 소요는 육해공 합동작전, 통합 지휘 통제 등 미래 전장 환경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유수 방산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통합 방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화그룹의 방산 계열사 간 시너지를 기반으로 ‘방산 토털 패키지(Total Package)’를 제공하고, K방산 경쟁력과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