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고속철도 신칸센(新幹線)을 타면 몇 차례 놀란다. 먼저 비싼 승차권 가격이다. 도쿄~오사카 간 그린석(지정적)은 왕복 4만엔(약 36만4000원) 정도다. 둘째, 정확성이다. 출발, 도착은 물론 주행 시간 오차가 거의 없다. 셋째, 안전성과 편리성이다. 시속 300㎞를 넘는 구간에서도 흔들림이 없고, 열차 안팎이 깔끔하고 이용하기 편리하다.
일본은 동서 3000㎞에 걸쳐 가늘고 긴 지형이어서 철도가 발달하기에 좋은 여건이다. 150여 년 역사를 가진 일본 철도가 또 한번 변신 중이다. 14년째 이어진 인구 감소와 저성장 시대를 맞아 자동화를 통한 열차 운영 효율화를 추진 중이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개통된 최고 시속 320㎞ 신칸센은 일본이 자랑하는 하이테크 제품이다. 개업 60주년을 맞은 신칸센은 최고 시속 505㎞를 내는 자기부상열차(현지 명칭 리니어 추오신칸센)를 오는 2027년쯤 개통할 계획이다. 초고속 경쟁에서 앞서가는 일본의 철도 산업 현황을 들여다본다.
인구 감소 시대, 철도 운영 ‘뉴 노멀’
1872년 도쿄 신바시와 요코하마 간 첫 열차가 개통된 지 152년을 맞은 일본 철도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장기 저성장과 인구 감소에다 코로나19 여파로 철도 산업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 주요 철도 회사 매출은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철도 운영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주요 철도 회사들은 인구 감소 시대에 맞춰 올해 철도 운영 ‘뉴 노멀’을 도입하고 있다. 첫째, 디지털 운영 시스템이다. 2025년 간사이 엑스포를 앞두고 오사카, 고베를 중심으로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가 확산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에 고베 시영 지하철, 오사카 모노레일에 이어 긴키 일본철도, 한큐전철, 한신전철, 오사카 메트로가 올 하반기에 전 구간에 이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둘째, 자동화를 통한 열차 운영 효율화다. 올해 ‘1인(완맨) 운전’을 개시하는 철도는 신형 차량 ‘E131형’을 투입하는 JR츠루미 노선이다. 지난해부터 일부 노선에 1인 운전을 시범 운영 중인 JR죠반센은 적용 구간을 대폭 확대한다. ATO(자동 열차 운전 장치)를 이미 도입한 죠반칸코센이 전 구간을 1인으로 운행하는 일본 내 첫 번째 철도가 될 전망이다. 민간 철도 회사들도 올 3월부터 ‘1인 운전’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셋째, ‘1인 운전’에 이은 ‘자동 운전’ 추진이다. 완전 무인화는 아니고 선두 차량에 운전기사 자격을 갖추지 않은 직원이 탑승하는 ‘GoA 2.5’로 불리는 형태다. JR동일본은 올가을 시속 60㎞ 수준 레벨4 자동 운전에 들어간다. 철도 운영에서 뉴 노멀이 본격 적용되는 2024년은 일본 철도 역사에서 새로운 전환기의 해다.
신칸센, 추오 등 3개 노선 건설 중
신칸센은 시속 200㎞ 이상으로 고속 주행하는 일본의 간선(幹線) 철도를 지칭한다. 속도와 여객 수송 능력, 안전성 등에서 세계 고속철도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신칸센’ 용어는 1939년 옛 철도성이 도쿄와 시모노세키를 잇는 고속철도 계획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새로운 간선 교통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였다. 영어 표기는 선로를 가리키는 경우 ‘신칸센’의 로마자인 ‘Shinkansen’을, 열차명은 ‘초특급’의 직역인 ‘Superexpress’를 붙여 ‘NOZOMI(열차 편명) Superexpress’ 등으로 사용한다. 통상적인 특별 급행열차(Limited Express)와 급행열차(Express)와 구분하기 위한 것이다.
신칸센의 주요 임무는 주요 대도시 간 여객을 빨리 수송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 재래식 철도 노선과 다른 기술 규격(궤간·선형·전압 등)을 채택했다. 열차 차량은 공기 역학이나 저소음을 고려해 유선형 외형을 적용했고, 고출력 모터를 탑재한 전용 전차를 사용한다. 일본국유철도(국철·JR)가 1964년 10월 1일 도쿄역~신오사카역 구간에 개업한 도카이도신칸센이 첫 번째 신칸센 노선이다. 이어 산요, 도호쿠, 조에쓰신칸센순으로 개통됐다. 국철의 민영화 정책에 따라 국철 사업이 1987년 JR로 넘겨진 뒤 호쿠리쿠, 규슈(가고시마 루트), 홋카이도, 니시 규슈 등 네 개 노선이 추가됐다.
기존 철도 노선에서 신칸센으로 운영되는 미니 신칸센인 야마가타, 아키타의 2개 노선도 영업 중이다. 신칸센 노선은 정식 기준 8개(합계 2830㎞)와 미니 신칸센 2개(합계 276㎞)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연간 이용객 수는 3억6000만 명을 넘었다. 60여 년의 운행 기간 중 열차 운행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2024년 1월 현재 홋카이도, 호쿠리쿠, 추오 등 세 개 노선에서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시속 505㎞ 자기부상열차 2027년 개통
추오신칸센(中央新幹線)은 도쿄~오사카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신칸센 개업 이후 처음으로 초전도 리니어(자기부상열차) 방식을 채택해 일본에선 ‘리니어 추오신칸센’으로 불린다. 직선 구간에서 최고 속도 시속 505㎞의 고속 주행이 가능하다. 도카이여객철도(JR東海)가 건설 공사를 맡고 있다.
추오신칸센은 1단계로 오는 2027년쯤 도쿄에서 나고야 구간(285.6㎞) 개통을 목표로 한다. 2014년 공사에 들어갔으며, 야마나시현 소재 42.8㎞ 실험 구간에서 최근 10여 년 동안 주행 실험을 하고 있다. JR 관계자는 “실험 구간에서 초고속 자기부상열차의 성능이 확인된 상태”라고 밝혔다. 추오신칸센이 완공되면, 도쿄 시나가와역에서 나고야역 구간을 40분에 연결하는 초고속 열차 시대가 열린다.
시즈오카현의 일부 공사 구간에서 현지 주민과 시민단체가 환경보호를 이유로 터널 공사에 반대해 최종 개통 시기는 다소 유동적이다. 도카이여객철도는 지난해 12월 임시 이사회를 열고 개업 시기를 2027년 이후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가와카츠 헤이타 시즈오카 현 지사는 2027년부터 ‘고후~가나가와’ 구간에서 먼저 부분 개통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쿄~오사카(438㎞) 전 구간 개통 목표 연도는 2037년이다. 주행 시간은 67분, 총공사비는 9조8235억엔(약 89조3900억원)에 달한다. 추오신칸센이 완공되면, 수도권 집중 해소와 국토 균형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