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콩가리 골프 클럽에서 
열린 ‘THE CJ CUP’에서 갤러리들이 비비고 부스에서 K푸드를 즐기고 있다. 사진 CJ제일제당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콩가리 골프 클럽에서 열린 ‘THE CJ CUP’에서 갤러리들이 비비고 부스에서 K푸드를 즐기고 있다. 사진 CJ제일제당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CJ제일제당의 ‘K푸드 세계화’ 성공 사례를 교재로 채택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은 전 세계 경영대학원 중 가장 많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한 학교이며, 이곳의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에는 전 세계 다국적 기업인이 참가한다. K푸드 성공 비결이 담긴 이번 교재의 교육 프로그램에도 전 세계 각국의 CEO 및 기업 관리자 18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대가 한국 식품 기업을 연구 사례로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포레스트 라인하르트(Forest Reinhardt) 교수, 소퍼트 라이너트(Sophus A. Reinert) 교수와 슈 린(Shu Lin) 연구원이 CJ제일제당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 쓴 ‘K푸드 세계화’ 성공 비결 분석 교재에 따르면, K푸드 경쟁력의 원천은 △K팝 등 한류(韓流) 문화를 통한 K컬처 마케팅 △현지화에 능한 K푸드의 자체 매력 등에 있었다. ‘CJ제일제당: 글로벌 식품 리더십을 향한 여정(CJ Foods: The Path to Global Food Leadership)’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이번 연구 사례에는 비비고(bibigo) 브랜드의 만두, 치킨, 가공 밥, K소스, 김치, 김, 롤 등 7대 글로벌전략제품(GSP) 품목을 통해 해외시장을 개척한 CJ제일제당의 경영 전략과 성과, 비결 등을 상세히 담았다.

1 미국에서 열린 ‘케이콘 LA 2023’. 사진 CJ ENM 2 서울 마포구 CU홍대상상점에 마련된 ‘라면 라이브러리’. 사진 뉴스1
1 미국에서 열린 ‘케이콘 LA 2023’. 사진 CJ ENM 2 서울 마포구 CU홍대상상점에 마련된 ‘라면 라이브러리’. 사진 뉴스1

“K푸드 열풍 불러온 K컬처 마케팅”

“한국의 K컬처는 전 세계 국경을 넘나드는 문화적 현상이 됐다. K푸드는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함께 조명받게 됐고, 그 덕분에 한식 시장 규모도 글로벌 수준으로 확장됐다.” 교재에 따르면, K팝 같은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는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확대됐다. 산업화와 현대화 역사가 짧은 한국은 그동안 정부 주도의 수출 정책에 의존해 대부분의 상품을 팔았지만, 이제는 오늘날 젊은이가 즐기는 한국 대중문화를 의미하는 ‘K컬처 소프트웨어’가 전 세계로 알려지고, 이에 힘입어 한국 음식 시장의 판로가 열렸다는 것이다. 

교수진은 ‘K컬처 마케팅’에 주목했다. K팝이 미국 영토에 한류 문화를 소개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음식의 인기가 시작됐다고 본 것이다. 실제 2023년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K컬처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압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연출됐다. CJ가 주최한 K팝 콘서트를 보기 위해 14만 명이 몰려든 이곳에서 식품 회사인 CJ제일제당이 부스를 차려놓고 만두와 떡볶이 같은 K푸드를 팔았고, 음식 냄새를 맡은 사람들로 긴 줄이 형성됐다. 교재는 세계 최대 규모의 K컬처 축제인 ‘케이콘(KCON)’을 비롯해 2017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PGA 투어 ‘더 CJ 컵(THE CJ CUP)’, 2021년 시작된 NBA 최고 인기 팀 LA 레이커스와 글로벌 파트너십 등 문화 마케팅을 통해 전 세계의 젊은 층을 한식의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였다는 내용도 다뤘다.

“현지화에 능한 K푸드의 자체 매력”

교수진은 CJ제일제당이 K푸드를 해외에서 판매할 때 채택한 현지화 전략에도 주목했다. 교재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해외시장의 트렌드를 면밀히 분석해 글로벌 전략을 짰다. 가령, 만두의 경우엔 미국 현지 공장에서 고수를 넣은 제품을 만들거나 한입에 쏙 들어가는 작은 크기의 제품을 만드는 식으로 현지 시장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그 결과 비비고 만두는 2020년 단일 품목으로는 글로벌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2021년부터 미국 만두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유통 방법도 국가별로 다르게 짰다. 미국에서는 슈완스 유통 채널과 통합해 비비고 제품을 월마트(Walmart), 크로거(Kroger) 등 메인스트림 채널에 입점시켰고, 베트남에서는 킴앤킴(Kim&Kim), 민닷(Minh Dat Food), 까우제(Cau Tre) 등 현지 업체 인수를 통해 김치 및 냉동 간편조리 분야 1위로 올라섰다. K푸드에 익숙하지 않은 유럽의 경우 현지 레스토랑 체인과 협업해 제품을 선보였다. 교수진은 “나라별로 인구와 소득, 한식당 수와 콜드체인 인프라까지 면밀히 검토하면서 K푸드를 확장해 나간 것이 수출 영토를 더욱 넓힐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고 분석했다.

Plus Point

세계인 입맛 잡은 K라면
수출 사상 최대 1조원 돌파

2023년 라면 수출액이 사상 최대인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미국과 동아시아 중심의 K푸드 열풍은 서서히 서유럽 국가로도 번지고 있다.

1월 16일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K푸드의 대표 주자인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9억52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로 잠정 집계돼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라면 수출 1위 시장은 중국(1억9948만달러·2023년 1~11월 기준)이었으며, 2위는 미국(1억1571만달러)이었다. 네덜란드와 일본, 말레이시아가 각각 3~5위를 기록했다. 

한국 라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으로는 K콘텐츠 인기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한국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각 황금종려상과 작품상 등을 받자 영화에 나온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또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불닭볶음면을 먹자 해외 팬 사이에서 매운 라면을 참고 먹어 보는 영상을 올리는 ‘매운맛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해외 수요에 맞춰 생산량 확대를 위해 시설을 증설하고 있다. 농심은 2022년 캘리포니아주에 미국 2공장을 추가로 건설했고, 올해 하반기 라인 1개를 추가 가동 예정이다. 삼양식품은 수출 전용 생산 기지인 밀양 1공장을 지난해 5월부터 가동 중이다. 밀양 2공장 완공 목표는 2025년이다.

전효진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