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부동산 시장을 움직일 변수가 많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고, 대내적으로는 4월에 총선이 열린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경고음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입주 물량 부족으로 전셋값은 고공행진이 예상된다. 이 같은 혼란의 파고 속에서 실수요자들은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30여 년을 시중은행에서 일하면서 금리 변화를 계속 지켜봤다. 은행권을 대표하는 부동산 전문가인 그는 ‘직접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정평이 높다. 연세대 경영대학 상남경영원 주임교수이자 여러 매체에 부동산 재테크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그를 최근 만났다. 고 대표는 전셋값 상승에 대한 우려부터 꺼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실거주 의무 폐지가 불발됐다.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다. 타 지역에 있으면서 내 집 마련 계획을 해왔지만, 정작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른바 좋은 전세 물량이 잠겨버린다는 뜻이다. 해당 정책은 시장이 활화산일 때 내놓은 정책이다. 지금은 그 정책을 폐지하는 것이 맞다. 갭투자를 어떻게 볼 것이냐 차이다. ‘내 집 마련’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던 갭투자는 부모님 세대로 치면 당연했던 방식이다. 이제 와서 이상하게, 나쁘게, 왜곡해서 보고 있다.”
전세 물량 자체가 귀해진다는 뜻인가.
“전세로 내놓을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하다. 공급이 줄면 당연히 가격을 올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전세 가격이 오르면 집값에 무심했던 사람들도 ‘내 집 마련’을 하게 하는 동기를 갖게 된다.”
올해 전망을 어떻게 보나.
“전세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금리는 떨어지지만, 입주 물량은 줄어들 것이다. 집값 상승을 위한 모든 변수가 맞아떨어지는 시기라고 본다. 특히 PF 우려로 중견 건설사들이 어려워지면서 지방 공급에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는 뜻인가.
“중견 건설사들의 PF 리스크가 크다. 은행은 원래 연체율 관리에 가차 없다. 현재 기업 대출 연체율이 가계 대출 연체율보다 0.1%포인트 높다. 중견 건설사들이 공급 역할을 일부 해줘야 하는데, 착공 허가를 받고도 착공에 못 들어가는 곳들이 많다.”
미국 금리 인하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국내에서도 시차를 두고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은 나온다. 금융 위기 시기인 2008년 9월 기준금리가 5.5%였는데 2009년 3월, 6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2%대로 떨어졌다. 최고 금리가 5.25%에서 3.5%대로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경기가 안 좋으면 금리 변동성이 더 커진다. 기준금리는 원래 생물처럼 움직인다. 올해 총선이 있기 때문에 그 전에 여당과 야당에서 모두 금리 관련 정책을 내놓을 것 같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의견에 반박하는데.
“2007년도에 신한은행 고객 30명을 모시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투어를 했다. 당시 싱가포르 1인당 국민소득(GNI)이 5만달러 정도 했는데, 그때 마리나베이 아파트 가격이 3.3㎡(1평)당 1억원이었다. 지금은 40평짜리가 100억원 정도 한다. 지금은 싱가포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만2000달러를 넘는다. 그러면 앞으로 우리나라 집값은 어떨지 상상해 봐라.”
통화량 역시 증가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때 은행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생생하게 기억한다. 당시 국내 1인당 GNI가 8100달러였다. 광의통화량(M2)이 640조원이었다. 금융 위기 당시를 보자. 그땐 1인당 GNI가 2만1000달러였고 통화량이 1400조원에 달했다. 당시 압구정 현대아파트 35평이 3억원에 불과했다. 10억원을 예금한 고객이 오면 지점장이 버선발로 나가서 반겼다.”
지금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35평이 45억원이다.
“2022년 한국의 1인당 GNI는 3만2000달러다. IMF 사태 때보다 6.5배 증가했다. 소득이 늘고 통화량이 증가하니 실물 자산 가격을 밀어 올린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1인당 GNI는 4만달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사태 때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다고 전망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당시 금리가 낮고 통화량이 늘었고 소득이 늘었다. 지금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 일각에선 인구 감소 이야기도 하지만 주거 수준은 소득 증가 및 감소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단언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고 본다.”
분기별로 전망한다면.
“금리가 확실하게 떨어지는 2분기가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수요자들이 2분기에 많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한다. 3·4분기에 공급이 부족하고 전셋값은 올라가고 입주 물량은 줄고 분양가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 집 마련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늦지 않으려면 적어도 1분기엔 들어 가야 한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관리를 강조했다.
“현재 연체율만 놓고 보면 IMF 사태 때나 금융 위기 때보다 매우 안정적이다. 다만 2년 전, 가계 대출 연체율은 0.2% 정도였지만 지금은 0.4% 정도로 두 배 올랐다. 연체율이 오르면 경매 물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2년 전 서울에서 아파트가 100건 정도 경매로 나왔다면 지금은 300건이 나오는 상황이다.”
자산가를 대상으로 자문을 한다. 새해 빌딩 투자를 생각한다면.
“내 집 마련은 이미 완료했고 여유 자산이 있는 이들은 ‘투자를 할까 말까’ 주저하고 있다. 현재 임대수익률 자체가 상당히 떨어진 상황이다. 오피스 시장은 어떻게 보면 ‘죽어 있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부자들의 목표는 결국 세금을 어느 정도 절세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우리가 현금으로 물려줄 때와 달리, 건물을 사서 증여 및 상속을 할 경우에는 세금을 줄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는 상속세나 증여세가 없는 나라도 많다.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산가들은 무슨 고민을 하나.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3%라고 한다면 일반 예금의 경우 이자소득세로 15.4%를 뗀다. 만약 물가 상승률이 3%라고 하면 손해다. 30억원 정도 자산이 있는 사람이 꼬마 빌딩에 들어가야 하는데 금리 때문에 대출을 끼고 사면 손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반 과세보다 양도세 비율을 줄이고 다주택자의 세율을 다시 고려해 봐야 한다.”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비(非)아파트의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 202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전세 사기 영향으로 주거형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쳤다. 주택 수에서 오피스텔을 제외해야 한다. 이전 정부가 부동산을 투기 대상으로 보고 정책을 만들면서 모순이 발생했고, 시장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오피스텔은 업무 시설로 간주해 상대적으로 높은 취득세(4.6%)를 적용받고 있다. 이를 주거용으로 사용할 때는 주택 수에 합산해 종합부동산세를 내도록 하고 있다. 대표적인 ‘불합리 규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