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 사진 CCTV 캡처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 사진 CCTV 캡처
‘세계에서 가장 큰 해군을 운영하는 국가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은 미국이라고 이야기한다. 최첨단 항공기를 탑재한 거대한 항공모함과 바닷속 깊은 곳에서 세계를 몇 번씩 멸망시킬 수 있는 핵탄두를 장착한 원자력잠수함으로 이루어진 미 해군이 세계 최대의 해군이라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공학
박사,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공학 박사,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중국 해군…기술적, 전술적 운용 능력 향상

현재 일정 수준 이상의 전투력을 갖춘 군함 수를 기준으로 할 때 세계 최대의 해군을 운영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 해군은 2015년부터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주요 수상 전투함, 잠수함, 원양 상륙함, 항공모함 및 각종 보조함 등을 포함해 340척 규모다. 이에 비해 미 해군의 경우 2023년 10월 말 기준으로 290척에 머물고 있다. 중국 해군 규모에는 대함미사일을 장착한 60척의 고속정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더 놀라운 점은 중국 해군의 확장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는 점이다. 미 국방부 예측에 따르면 중국 해군 전력은 2025년까지 400척 규모에 이를 것이며, 2030년이 되면 440척으로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비해 미 해군은 2030년까지 약 290척 규모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해군은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본격적인 시험 항해에 착수한 푸젠함이 대표적이다. 푸젠함은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이자 미국 항공모함과 유사한 형태의 항공모함이다. 기존에 중국이 보유하고 있던 두 척의 항공모함은 러시아식 스키점프 형태로 항공기를 발진시키는 것으로, 이륙 중량에 제한이 있어 항공기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없었다. 이에 비해 푸젠함은 미 해군의 항공모함과 동일한 형태의 사출기와 어레스팅 기어를 갖추고 있다. 항공기를 항공모함의 짧은 갑판에서 이륙시키기 위해서는 빠른 속도로 항공기를 밀어주는 사출기가 필요한데, 최근까지 이러한 사출기는 증기를 이용하는 방식이었는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만이 생산해 왔다. 프랑스의 유일한 원자력항공모함인 드골함 역시 미국으로부터 증기 사출기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증기 사출기는 미 해군이 독점하고 있는 기술이자 장비인 셈이다. 

최근 본격적인 전력화에 돌입한 미 해군의 최신 항공모함인 포드함은 증기 사출기 대신 자기부상열차의 원리를 이용한 전자기 사출기를 장착하고 있다. 20년 넘게 미 해군이 막대한 투자를 통해 이제 실용화 단계에 이른 전자기 사출기는 증기 사출기에 비해 정밀한 제어가 가능해 항공기에 불필요한 충격을 가하지 않고 다양한 속도로 비행기를 사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중국의 푸젠함 역시 포드함과 동일한 형태의 전자기 사출기를 장착하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포드함은 4기, 푸젠함은 3기를 장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중국의 전자기 사출기가 얼마만큼의 성능을 보여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최소한 항공모함 하드웨어 측면에서 미 해군의 우위는 이제 거의 따라잡힌 셈이다. 

중국 해군은 기술적 도약과 더불어 전술적 운용 능력도 급속히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 연안에서 조심스럽게 항공기 이착륙 훈련만 반복하던 중국의 항모 전단은 이제 장거리 항해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서태평양 미 해군의 거점인 괌 주변 지역까지 진출해 장기간 훈련을 시행함으로써 점차 대양에서 미 해군에 맞서는 실질적인 전투력을 갖춰가고 있음을 과시했다. 

거대한 항공모함은 외부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수상함 전력이 필요하며, 특히 대량의 미사일 공격에 맞서 이를 장거리에서 요격할 수 있는 방공미사일함은 항모 전단에 있어 핵심적인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지스 방어 시스템을 장착한 미국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이 이런 방공함의 대표적 존재다. 과거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방공함을 수입해 운용하였으나 이제는 미 해군과 거의 대등한 수준인 052D급 방공구축함을 운용하고 있다. 실전을 거치지 않은 관계로 중국 방공구축함의 레이더 및 함대공 미사일 성능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면이 있지만 최소한 규모 면에서는 미국과 대등한 수준에 올라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세계 조선업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자국의 조선 산업을 활용해 군수 지원함, 상륙함 등 대규모 함대 운용에 필요한 각종 선박을 빠르게 제작해 배치하고 있다. 미국이 1년에 한 척의 알레이버크 구축함을 생산하는 것이 최대 능력인 데 비해 중국은 조선소 한곳에서 052D급 구축함을 한 번에 5~6척씩 제작하고 있어 미·중 양국의 해군 전력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고 있다. 상하이에 있는 장난조선소와 후동중화조선소만 살펴봐도 항공모함을 비롯한 구축함, 상륙함 등이 계속 대량으로 건조되고 있으며, 관련 시설 및 설비도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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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 안전 우려 등 세계경제에 영향 

중국 해군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한반도와 대만 등이 위치한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이미 미 해군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미 해군의 경우 페르시아만, 대서양 등 다양한 지역에 함대를 분산 배치해야 하지만 중국 해군의 경우 서태평양 지역에 집중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미 해군 선박 상당수가 급속히 노후화되면서 유지·보수 비용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운용에 필요한 적절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 역시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잠수함의 성능 향상과 대량 배치가 진행되고 있으며, 동풍 21(DF-21), 동풍 26(DF-26) 같은 대함탄도미사일까지 더해지면서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 해군의 활동이 크게 제약받고 있다. 괌, 오키나와 등 소수의 섬에 기반을 두고 있는 미 해군의 지원 체계 역시 중국의 대규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에 노출돼 있다. 

미 해군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해상 통행로의 안전을 확보해 주는 존재로서 역할을 해왔다. 달러와 더불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떠받치는 한 축으로서 80년 가까이 역할을 해 온 것이 미국의 해군력이었는데 이제 그 압도적 지위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해상 통행로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세계경제는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데, 최근 홍해에서 발생하고 있는 후티 반군의 유조선 및 상선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소규모 후티 반군조차도 대함미사일과 드론 등을 활용해 주요 해상 통행로를 위협할 능력과 수단을 보유한 데 비해 세계 곳곳에 분산된 미 해군의 역량은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최근 미 의회와 국방부는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전력 증강에 나서고 있지만 제한된 미국의 조선 능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화되고 있는 중국 해군에 맞서기 위해서는 혁신적 기술에 기반한 소규모 선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새로운 유형의 선박을 제조할 역량이 부족한 미국 조선소의 반발로 인해 40년 전 설계의 전투함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조선업 역량을 활용할 경우 이런 문제 상당 부분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자국 조선 산업 보호를 주장하는 의회의 입김으로 인해 이러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미 해군의 위축과 중국 해군의 급속한 성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돼 온 질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중 모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