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코 고메스 네토 
엠브레어 최고경영자(CEO)
브라질 상파울루대 전기공학·경영학, MBA 석사, 
전 만앤휴멜 부사장·미국 대표, 전 크노르 브렘스 
브라질 철도 및 트럭 사업부 대표 사진 엠브레어
프란시스코 고메스 네토 엠브레어 최고경영자(CEO)
브라질 상파울루대 전기공학·경영학, MBA 석사, 전 만앤휴멜 부사장·미국 대표, 전 크노르 브렘스 브라질 철도 및 트럭 사업부 대표 사진 엠브레어

대한민국 공군의 전·평시 수송, 긴급 해외 구조 임무 등에 투입될 대형 수송기로 브라질 항공기 제작사 엠브레어(Embraer)의 ‘C-390 밀레니엄(이하 C-390)’이 2023년 12월 선정됐다. 경쟁 후보였던 미국 록히드마틴(C-130J)과 에어버스(A400M)를 모두 제쳤다. 앞으로 우리 군은 2026년까지 총 71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C-390 세 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1969년 설립된 엠브레어는 보잉, 에어버스와 함께 세계 3대 항공기 제작사로 통하는 브라질 국민 기업이다. C-390은 비용과 성능 면에서 경쟁사 기종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엠브레어가 한국에 제시한 ‘절충 교역(offset orders)’ 내역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 방산 업체가 부품 제작 등에 참여하게 됐는데, 그 물량의 가치가 1억3500만달러(약 1803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브라질 엠브레어가 세계 최대 방산 기업 록히드마틴을 제친 비결은 무엇일까. 프란시스코 고메스 네토(Francisco Gomes Neto) 엠브레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공군이 선택한 C-390은 장점이 많은 기종으로 동급의 다른 경쟁 기종보다 더 빠르고 더 멀리 날아가며 더 많은 화물을 운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C-390의 가동률은 80%에 달한다고 한다. 항공기 가동률은 기술적 문제나 유지·보수로 사용 불가능한 상태가 아닌 실제 임무에 투입 가능한 상태를 일컫는다. 일반적인 군용기의 가동률은 70% 수준이다. 네토 회장은 “한국의 민항기 시장에도 관심이 많다”며 “엠브레어의 최신 여객기가 2023년 한국에서 진행한 시험비행에 성공하며 (울릉도 등) 섬에 있는 공항에서도 성공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냈다”고 강조했다. 네토 회장의 국내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미지 크게 보기

엠브레어의 C-390이 경쟁 기종을 꺾고 한국 공군의 차기 수송기로 선정됐다.
“한국의 선택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이번 한국의 군 수송기 2차 사업은 방위사업청의 매우 엄격한 조달 과정을 거쳤다. 엠브레어에서도 제안서를 매우 세밀하고 포괄적으로 준비했다. 또 C-390이 한국에 최고의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요구 사항을 성공적으로 충족시켰다.”

경쟁 기종 대비 C-390의 강점은.
“C-390은 가장 현대적인 군용 전술 수송기다. 장점이 매우 많다. 우선 제트엔진 덕분에 프로펠러 엔진을 장착한 동급 다른 기종보다 더 빠르고 더 멀리 날아간다. 또 더 많은 화물을 운반할 수 있다. 병력과 화물 수송부터 의료, 대피, 수색, 구조, 산불 진화, 인도적 지원까지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심지어 비포장 활주로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다. 운용 비용이 적고 유지·보수가 쉬운 점도 장점이다. 공중 급유 기능을 탑재한 모델(KC-390)도 있다. 특히 미군과의 합동 훈련을 통해 C-390의 상호 운용성도 검증됐다. 이 같은 기능을 활용한다면, 대한민국 공군이 C-390을 통해 각종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까지 C-390을 도입한 국가는 어디인가.
“2019년부터 브라질 공군에서 C-390을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2023년 포르투갈 공군에서 도입했다. 이 밖에도 헝가리,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체코에서도 C-390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C-390이 다양한 국가의 요구를 충족시킬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유연성이 뛰어나다. 여기에 1만1300시간 이상 축적된 작전 비행시간과 80%의 가동률, 99%의 임무 완수율을 통해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을 입증했다.”

엠브레어가 민항기뿐 아니라 군 수송기까지 개발한 배경은.
“C-390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자면, 그동안 전 세계 중형 전술 수송기 시장은 1950년대에 설계된 단일 모델이 지배하는 상황이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엠브레어는 브라질 공군과 함께 차세대 수송기를 개발해 중형 전술 수송기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자 했다. 그리고 마침내 성능은 뛰어난데 운용 비용은 크게 낮춘 C-390 개발에 성공했다. C-390이 견고한 설계와 높은 활용도, 검증된 최첨단 기술 그리고 유지·보수의 용이성을 갖춘 이유다.”

한국 정부에서는 C-390 도입 배경으로 절충 교역 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실제로 C-390 계약의 일환으로 절충 교역에 따라 한국 협력사들이 C-390 부품 상당량의 생산을 맡고 한국 현지에 유지·보수·정비(MRO) 공급 업체를 개발하게 됐다. 사실 한국 기업들은 이전부터 엠브레어의 글로벌 공급망에 포함돼 있었다. 앞으로 한국에서의 협력이 더 확대되길 기대한다.”

한국에서는 항공기 공동 개발도 기대하는 분위기인데, 과거 엠브레어가 다른 국가와 함께 항공기를 개발한 전례가 있나.
“파트너십은 우리의 본질과 같다. 지금까지 엠브레어는 1969년 설립 이래 네 대륙에 걸쳐 12개 국가와 항공기 제작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예를 들어, 2014년 브라질 공군이 스웨덴 방산 기업 사브(Saab)로부터 36대의 그리펜 전투기를 도입했는데, (당시 절충 교역의 일환으로) 엠브레어가 사브와 함께 브라질에서 진행 중인 가장 큰 기술이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이에 2023년부터 브라질 상파울루주(州)에 있는 엠브레어 공장에서 그리펜 생산 라인이 운영되고 있다. 이 시설은 스웨덴 외에 설치된 유일한 그리펜 조립 공장이다. 이 밖에도 인도 공군과 인도국방개발연구소(DRDO)와 협력해 엠브레어 제트 여객기 ERJ-145를 기반으로 공중조기경보통제기(AEW&C)를 생산한 바 있다.”

엠브레어에 한국은 어떤 시장인가.
“한국은 엠브레어에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의 항공우주 및 방산의 우수성은 세계적이다. 한국과 이번 파트너십을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한국 기업들은 이미 엠브레어 글로벌 공급망의 일부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이 군 수송기로 C-390을 선택했다는 것은 엠브레어 항공기의 우수성과 성능에 대한 인정과 신뢰를 의미한다고 본다.”

한국의 민항기 시장에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엠브레어 E-Jet 여객기 시리즈는 현재 전 세계 80개 항공사에서 도입해 운용할 정도로 경쟁력이 뛰어나다. 2023년 5월 엠브레어는 한국에서 차세대 여객기인 E190-E2의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당시 (울릉도를 비롯해 활주로가 짧은) 섬 공항에 안정적으로 착륙할 수 있는 소형 항공기임을 증명해 냈다. 이 여객기는 최장 7시간까지 비행이 가능해 새로운 지방 노선을 개발하거나 인접 국가로 노선을 확장하려는 항공사에 이상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엠브레어는 한국 비행점검센터(FIC)에 비행 검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프레이터600 항공기를 인도하고, 제주항공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기술 관련 백서를 발표하는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늘리고 있다.”

올해로 설립 55주년을 맞았다. 엠브레어가 항공기 시장에서 선두 기업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결국 혁신이다. 엠브레어의 DNA에는 혁신이 있다. 지난 20년 동안 엠브레어가 탄생시킨 항공기 플랫폼(설계와 구조)만 스무 가지에 달한다. 2022년 회사의 수익 절반이 지난 5년 동안 이뤄진 혁신에서 발생했을 정도다. 엠브레어가 군용기, 민항기, 비즈니스 항공기, UAM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배경이다.”

keyword

절충 교역(offset orders) 해외에서 무기 또는 장비를 구매할 때 관련 기술 등을 이전받거나 해당 국가로 국산 무기 및 부품을 역수출하는 등 일정한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하는 교역. 국제 무기 거래의 관행 중 하나로 꼽힌다.

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